한인타운 국기 게양대 ‘천덕꾸러기’ 될까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발전을 추진하도록 재외동포재단이  한인타운회에 지원해 준 15만불의 일부인  5만불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까라보보와 에바 뻬론 거리 교차지점의 불레바르 위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가 현지인 이웃들의 지탄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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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양대를 시정부가 예산을 들여 건설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게양대만 봐서는 누가 주관해서 건설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이웃 주민들은 게양대가 아르헨티나 국기 의전에 관한 법(Ley 23.208)과 시행령(Decreto 10.302호:   Protocolo y ceremonial de la Bandera Argentina)에 어긋나게 건설됐다고 구청 담당자를 질책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이 게양대의 ‘미적 감각’ 여부를 떠나 아르헨티나 국기와 외국기를 함께 게양할 때 적용돼야 할 의전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돈으로 만들었던 간에 아르헨티나 영토상에 설치됐다면 아르헨티나 법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kornet24.com_20150920_1_02

한국일보 아르헨티나 지사에 근무하는 계정훈기자가 한국의 재외동포신문(재외동포신문은 재외동포재단과 전혀 무관한 친정부성향의 사설언론이다)에 투고한 기사를 살펴보면 “준공된 국기게양대는 3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0개의 국기를 달 수 있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태극기와 아르헨티나 국기가 처음으로 게양됐다.”는 귀절이 있다.

한인타운에 건설된 국기 게양대는 동시에 10개국의 국기를 게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세계 어느나라의 국기와 관련된 의전규정을 살펴봐도 외국기를 층층히 게양할 수 있다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이 게양대는 한국의 태극기는 가장 상좌에 위치하고 나머지 국기들은 그 아래에 위치하도록 설치돼 있다. 친구를 사귈 때도 나이와 선후배를 따지고, 군에서도 보름 먼저 입대했다고 상전 행세를 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만든 게양대이기 때문일까? 나라별로 국기에도 높낮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계에 참여한 모양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의전 규정은  외국기와 자국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는 모든 국기의 크기가 동일해야 하고 반드시 그 높이를 같이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르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20275_20120621152051_13402596512181

또한 아르헨의 국기에 대한 의전은 외국기와 아르헨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 짝수일 경우에는 아르헨 기를 연사의 오른쪽(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에 위치하고 나머지 국기는 알파벳 순으로 아르헨기의 왼쪽(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배열하며, 홀수일 경우에는 중앙에 게양하고 좌우로 알파벳 순으로 배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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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의 국기 게양대는 맨 위쪽에 두개의 국기를 게양할 수 있게 건설돼 있지만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의 게양대에는 한국의 태극기(무궁화 깃봉이 이미 용접돼 있기 때문)를 게양하고 그 오른쪽에는 아르헨 국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창(Moharra)이 용접돼 있다. 즉, 현재의 상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대로 아르헨국기를 왼쪽에, 그리고 태극기를 오른쪽에 게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계기자의 설명대로  10개국의 국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도 생긴다. 맨 윗단의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을 봐준다 하더라도  태극기와 아르헨기의  밑에 우루과이나 파라과이 등 외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그 국기의 국민들이 이 게양대를 봤을 때 느끼게 될 감정은 어렵지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문제의 게양대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본국 국회의원들(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 김성곤 의원, 이주영 의원)의 일정에 맞춰 일요일이자 차까부꼬 공원에서 한인행사가 치러지던 지난 9월 20일, 부랴부랴 준공식을 가졌다.

아르헨 땅에 깃발(태극기)을 꼽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사관과 교민단체의 ‘장한 모습’을 본국의 국회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고위층 공무원이 왔다면 밥을 먹다가도 뛰쳐나가는 ‘해바라기’ 교민들도 국회의원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다.29942_30889_4114

이 준공식에는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거의 모든 지도층 및 유력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사진찍는데에만 열중한 듯,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거꾸로 게양돼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잘못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것이 아니라 국기게양과 관련된 의전을 아는 사람이 참석자 중에는 없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기졔르모 뻬냐 구청장(그날 그는 예정도 없는 행사 참석요구에 부랴부랴 참석하느라고 청바지 차림에 넥타이도 없이 양복 웃도리는 빌려입었다고 한다)과 다니엘 스키바 수석보좌관, 그리고 구청 건설과 직원인 다니엘 몬살보가 참석했을 뿐이다. 29942_30888_4114

이 국기게양대  준공식에서 추종연 대사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파라과이 한인회를 의식한 듯, “한인사회의 큰 사업인 한인타운 활성화 사업의 첫 프로젝트(국기 게양대)를 통해 한인사회가 단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더 나아가 한인타운이 아르헨티나의 명소,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종연 대사의 말대로 한인타운에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게 될 때, 한인타운의 가장 중요한 관광 명물(?)이 돼야만 하는 국기 게양대가 전세계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우려된다.

이 국기 게양대는 준공식 때 단 한번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게양된 이후 현재까지 약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고 거대한 포크, 혹은 일본 사무라이의 투구를 연상케 하는 섬뜩한 삼지창 모습의  게양대에 국기를 묶는 나이론 끈이 비바람에 얽켜져있는 너저분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13m-96_4

지난 2010년 월드컵 때는 아르헨 국기를 짓밟은 문양의 옷을 입은 한국 여배우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데 이어 아르헨티나 수도에 자리잡은 국기 게양대에서도 아르헨 국기가 푸대접을 받게 됐다.

지하에서 잠자던 마누엘 벨그라노 장군이 눈을 부릅뜨고 깨어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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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elbelg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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