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극장가 강타

14년 만에 <공원>에서 <월드>로 스케일을 늘려 개봉된 공룡 시리즈 영화, <쥬라기 월드>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 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볼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공룡 영화가 또 나왔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4편이나 나왔다면 식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듯 하지만 이번에 나온 영화는 관객 동원에서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jvgo0n7hitxnpfuxplmc
1993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쥬라기 공원’이 개봉했을 당시 스크린 속에 재현된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공룡을 되살려낸 할리우드의 놀라운 기술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1993년의 센세이션 효과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이후 4년 주기로 선을 보인 ‘쥬라기 공원’의 2편과 3편은 1편 만큼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3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또, 나왔어?”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을 만큼 ‘쥬라기 공원’은 식상한 프랜차이즈의 한 부류로 전락하는 느낌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14년이 지난 2015년, ‘쥬라기 공원’이 새롭게 포장되어 선을 보였다. ‘공원’이란 타이틀을 빼고 ‘월드’를 붙여 ‘쥬라기 월드’로 말이다. 14년의 시간 동안 세상은 정말 많이 변하였다. 1993년 1편이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PC통신을 통해 대중들은 새로운 신천지를 맛보았고, 1997년 2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망망대해가 펼쳐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후 3편이 개봉한 2001년은 각 집안마다 광대역 인터넷이라는 당시로선 어마무시한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각종 동영상을 스스럼없이 다운받고 감상하는 시대가 도래했었다. 2015년은 14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기술의 신천지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젠 집에서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돌아다니는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고, 확장된 이동성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시도되는 시대다. 바로 이때 공룡들이 돌아왔다. htm_20150613143635c020a0111993년 개장도 못 해 보고 문을 닫아야 했던 ‘쥬라기 공원’은 22년 만에 ‘쥬라기 월드’로 재개장했다. 공원(park)에서 세계(world)로 확장된 외연만큼 더 크고, 더 무섭고, 더 사나운 종들이 대거 등장한다. 덕분에 하루 입장객만 2만 명이 넘는 지상 최대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지만 경영진은 더 쎈 공룡을 원한다. “20년 전엔 공룡을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시시해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신상’ 공룡을 내놓아야 했다.
이 과업을 이어받은 것은 1편에서 공룡을 부활시킨 존 해몬드 박사의 손녀인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억만장자 사이먼(이르판 칸)이다. 이들은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하이브리드 공룡을 만든다(다들 삼성 휴대전화를 들고다닌다). 이곳에서 태어난 공룡들은 정교하면서도 현란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22년 동안 쥬라기 공원을 지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동물 사냥 쇼를 선보이고, 몸 크기만 20m에 달하는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는 공중에 매달린 백상아리를 한 입에 먹어치운다. 타조처럼 광야를 질주하는 갈리미무스나 하늘을 뒤덮는 익룡 프테라노돈 등 그야말로 육해공이 공룡 천지다. 투명한 원형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평원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과 공룡의 공존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유전자 조작 실험 단계인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면서 쥬라기 월드의 평화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난다.
지능이 뛰어난 이 공룡은 온 벽에 발톱 자국을 내 이미 탈출한 것처럼 사람을 유인하는가 하면 카멜레온 마냥 주변 환경에 동화되는 위장술을 쓰기도 한다. 생각하는 공룡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공룡인 셈이다. 얼굴 근육을 움직여 표정 연기까지 가능해진 공룡은 때론 순진하게, 때론 포악하게 변신하며 사람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초유의 사태를 맞은 주인공들은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한다. 전직 군인 출신의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은 그간 쌓아온 랩터와의 교감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다. 적에서 동지로 변신한 랩터는 신뢰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분 단위로 컴퓨터와 전광판을 들여다보며 수치에 의존하던 클레어는 이성 대신 감성을 따라 행동하며 난관을 돌파한다. 반면 조카 자크(닉 로빈슨)와 그레이(타이 심킨스)의 무기는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영화 곳곳에 심어둔 1편에 대한 오마주다. 할아버지로부터 습득한 지식은 고비 때마다 그들을 돕는다. 공룡의 아버지 헨리(B.D.웡) 박사의 재등장이나 빈티지가 된 쥬라기 공원 티셔츠 등은 1편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한 보너스이자 기존 관객과 신규 관객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thumImage
첫 장면에서 알을 깨고 탄생하기 직전의 공룡의 눈동자를 클로즈업 시키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암시하더니 바로 다음 장면에서 거대한 공룡의 발이 클로즈업 되는 듯하면서 초반부터 겁을 주려 한다. 하지만 동네에 돌아다니는 새의 발을 클로즈업한 장난꾸러기 같은 이 장면은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임을 단번에 알려준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에 의해 화려하게 꾸며놓은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재난 상황을 자초한 장본인들은 여지없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룡들의 액션은 발전된 기술에 의해 더욱 실감나게 연출된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쥬라기 월드’의 출연진도 세월의 흐름에 맞춰 당연히 바뀌었다.
샘 닐에 이어 새로운 주연으로 발탁된 크리스 프랫(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은 거친 섹시미가 돋보이는 배우)은 젊어진 영화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영화에 선을 보이는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론 하워드 감독의 딸로도 유명한)도 귀여우면서 억척스러운 매력을 선사한다. 2011년 영화 ‘언터쳐블’로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던 프랑스 흑인 배우 오마 사이의 모습 또한 오랫만에 접할 수 있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디지털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도 아날로그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어린 세대인 그레이(타이 심킨스)가 유달리 아날로그 제품들에 관심이 많고 20년 이상 묵힌 지프를 고치는 설정은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서가 결합된 서비스나 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기도 한다.
1975년 ‘죠스’를 통해 블록버스터의 개념을 창출한 스필버그는 ‘쥬라기 월드’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블록버스터 정신을 발휘한다. 극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서 ‘쥬라기월드’는 손색 없는 명품이다. 식상했던 아이템을 신선하게 복원시킨 할리우드의 기획력과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jurassic-world_still-110-900x450

북미에서는 개봉 첫날인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8195만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역대 개봉일 성적 3위를 기록했다.
실감이 안 난다면 몇 가지 예가 있는데, 첫째로 《쥬라기 월드》는 개봉 3일간 “예상”성적이 1억 달러였다. 즉 흥행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는 말. 현지시각 6월 14일 기준으로 이미 《쥬라기 공원 3》의 북미 흥행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쥬라기 공원 2》도 뛰어넘을 건 기정사실. 사실상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란 타이틀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였으니…
6월 15일 집계된, 대망의 월드와이드 성적은 무려 5억 2410만 6270달러로 개봉 첫 주에 2주 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 왕좌에 군림하고 있던 《샌 안드레아스》를 끌어 내리고 그 주말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개봉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서 제작비를[10] 모조리 회수해버리는 것도 모자라 손익분기점마저 돌파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