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사니니 정계 전면 등장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강력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가치나 종교적 규율로부터 결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이상적인 군주는 착하고 어진 군주가 아니라 때로는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스스로 약속을 어기기도 해야 하며 군주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힘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안전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낫다고 권한다. 동양의 공자와 맹자가 ‘도덕정치가 군주의 도’라고 설파한 것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무대 뒤에서 아르헨정치의 12년을 조종해 온 까를로스 사니니 법제비서관. 마키아벨리즘으로 무장한 그가 예상했던 대로 정계 전면에 나섰다.
사니니 비서관이 다니엘 시올리와 런닝메이트로 여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도가 추락하고 블루달러 시세가 치솟는 경제불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니니 비서관의 출마 발표로 경제가 휘청하고 있는 것은 깜뽀라 조직의 창시자이자 그 조직을 관리 조종하고 있는 사니니 비서관의 출마로 현 여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현재의 경제정책이 적어도 4년 이상 계속 유지될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우리시오 마끄리 PRO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그가 집권하면 신자유경제정책(Neoliberalism)을 펼칠 것이며 이에 따라 외자가 유입되며 달러시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금융계는 다시 얼어 붙고 있다.
신자유경제정책은 정부가 가급적 경제에 개입하지 않는 사상적경향으로 시카고 학파가 주장했으며 이에 반해 정부가 통화를 방출하는 등의 경제개입으로 수요를 유도, 경기활성화를 꾀하는 등의 정부의 경제개입사상은 케인즈학파가 주장한 것이다.
현재 아르헨의 경제정책은 정부가 통화팽창을 통해 수요를 늘리는 케인즈 학파 이론에 따르고 있다.0617_zanini_nestor_kirchner_dyn_g.jpg_1853027552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세이자 정치세력인 라깜뽀라를 지휘하고 있는 까를로스 사니니비서관은 성(姓)만 키르츠네르가 아닐 뿐 키르치네르 가족과 다름없는 인물로 평가돼 왔으며 2년전 부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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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열차로 수도권 열차의 개선작업으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해왔던 플로렌시오 란다소 여당 대통령 후보가 갑자기 하마한 것도 사니니 비서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사니니 비서관이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 직전, 정가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아들, 막시모 키르츠네르의 부통령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의 배후에는 항상 사니니 비서관이 있었다.
일개 대통령 비서실의 한 비서관이 아르헨을 뒤흔든 사건은 지난 2013년 연말에 발생했다.
꼬르도바 주에서 경찰이 봉급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사태가 심각했던 꼬르도바시내에 국경수비대를 파견, 약탈사태를 막으려던 세르히오 베르니 치안차관의 계획은 사니니 비서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 됐었다.
베르니 치안차관은 꼬르도바 소요사태가 발발한 2013년 12월 4일 정오경 기자회견을 통해, 2천명의 국경수비대를 꼬르도바로 급파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기자회견의 내용이 신문의 활자로 나오기도 전인 그날 밤의 텔레비젼 회견에서는 “치안부는 국경수비대원 배달꾼이 아니다”라고 말을 번복했다. 물론 이 두번의 기자회견 사이에는 사니니 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니니 비서관은 2015년의 대선에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는 델라소따 주지사의 인기를 추락시키기 위해 국민의 치안을 놓고 흥정을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소요사태에서 희생자가 10여명에 지나지않았다는 것은 현 정권으로서는 천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니니 대통령실 법제비서관은 키르츠네르 부부의 12년 집권기간 동안 권력의 핵심에서 거의 모든 법안과 대통령령을 기안하고 결재한 인물이다.0616_scioli_zannini.jpg_1853027552
현재 그의 권력을 넘볼 수 있는 사람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빼고는 아무도 없다.
여기서 사니니 비서관의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자.
이번 대선에서 대권을 향한 출마를 선언한 꼬르도바의 델라소따 주지사와 영원한 정적인 사니니는 1954년, 꼬르도바주의 비쟈마리아시 근교에 위치한 ‘비쟈 누에바’라는 작은 마을(인구 1만5천명)에서 태어났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집안의 4형제 중 셋째인 그는 공립 초등학교를 마친 후 지금은 없어져 버린 사립 상업중학교에서 수학했다.
비쟈 누에바의 주민들은 머리가 좋고 모르는 것이 없으나 절대 앞장을 서는 법이 없었던 사니니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사니니 비서관의 별명은 치노(중국인)이다. 그에게 중국인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의 얼굴이 마치 중국인과 흡사한 것도 한 이유가 되지만 그가 법대 재학 시절, 중국공산당 사상(모택동의 마오이즘)에 심취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산주의에 심취한 사니니는 대학 졸업 후 좌익활동을 하다가 쿠데타로 집권한 군정에 의해 체포돼 4년 간 옥살이를 한 후 출소하자 마자 친구를 따라 남쪽 오지인 산따끄루스 주에 정착한다.
산따끄루스 주에서 그는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되며 그에게 충성을 서약한다. 그는 바로 네스토르 키르츠네르였다.
리오 가졔고스 시장으로 시작, 산따 끄루스 주의 주지사가 된 키르츠네르의 곁에서 시와 주정부, 그리고 주 사법부의 요직을 거친 사니니는 키르츠네르가 대망의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따라 까삐딸로 와서 대통령 비서실의 법제담당 비서관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법제당당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니니는 굵직한 법조항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사니니에 의해 개정된 법은 민영연금기금제의 폐지 및 기금 몰수, 중앙은행 보유금의 임의운용, 선거법(예비선거제, 미성년자 투표권 부여), 끌라린지를 억압하기 위한 독점언론사 규제법, 축구경기 중계권의 국영방송사 귀속 등이다.
아르헨티나의 법을 뒤흔들어 온 사니니 비서관이 부통령에 당선되면 그는 당연직 상원의장이 되며 아르헨티나의 법 개정의 수장이 된다.
또한 소문대로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아들, 막시모가 산따끄루스 주를 대표하는 연방하원의원에 출마, 당선된다면 막시모는 하원에서 여당원내총무, 혹은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경우, 상하 양원은 깜뽀라 조직이 장악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밖에도 깜뽀라 조직은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하원의원 후보에 후보를 심어놨다.
예를들어 현 경제장관인 악셀 키칠로프는 까삐딸의 연방하원의원 후보순위 1위에 그 이름이 올라있고 깜뽀라 조직의 대표로 막시모 키르츠네르와 친구지간인 에두아르도 데 뻬드로 현 하원의원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하원의원 후보 순위 1위로 ‘얼굴마담’이 됐다.
대통령의 아들, 막시모는 부정축재혐의로 사법부의 추적을 받고 있지만 하원의원에 당선되면 임기동안 조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마죠광장 어머니회도 제세상을 만났다. 깜뽀라 조직이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 정부의 비호를 받아 사법부의 조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에 당선된 다니엘 시올리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정계에서는 시올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사니니 부통령의 견제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뻬론당 정부는 두명의 지도자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부터 40여년 전 발생한 사건인 ‘깜뽀라는 정권을, 뻬론은 실권을’이란 역사적 교훈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3월, 49.5%의 지지율로 21.3%를 획득한 라디깔 당의 리까르도 발빈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치과의사 엑또르 깜뽀라는 스페인에서 돌아온 뻬론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기 위해 대통령에 취임한지 49일만에 사임한다.
대다수가 빈민층 청년조직인 깜뽀라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사니니비서관이 런닝메이트로 나선 현재, 다니엘 시올리 대통령 후보는 별다른 선거 운동 없이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당선 후 49일 만에 사임한 깜뽀라 대통령을 답습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사니니 비서관에게 정권을 넘겨줌(?)에 따라 4년 후의 재집권의 길을 마련한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올해 선거에서 그 어떤 공직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월 20일 로사리오 시에서거행된 국기의 날 행사에서 크리스티나는 불출마 선언을 내면서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그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지사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