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산 부회장, 유리한 증거 확보

이은산 부회장은 담당검사의 요구에 따라 불법점거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을 대동하고 노인회관에 입장을 시도했으나 예상대로 그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칩거’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당시 노인회관 내에는 8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2시간동안 초인종 소리의 소음을 참아내는 인내심을 보여줬다.

노인회 회장단이 선임한 형법전문변호사와 고문변호사가 함께 검찰청에 제출한 고발장이 접수된 뒤 약 2주 후에 담담검사는 진술을 듣기위해 고발자인 이은산 부회장을 자신의 검사실로 불렀다.
담당검사실이 위치한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방검찰청 남부지청에는 변호인단과 부회장외에도 이천훈 회장, 그리고 또 한명의 노인회 관계자가 동행했다.
검사실에는 고발장을 작성한 헤라르도 비글리아 사건 수임변호사와 고발자인 이은산 부회장, 그리고 이 부회장이 선정한 통역인(송형직 본지 편집인)의 입장 만이 허용됐다.
담당검사의 질문은 날카로왔다.
검사는 이부회장에게 건물에서 쫓겨났거나 혹은 마지막으로 건물에 입장한 날짜와 현재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이 열쇠를 확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이 부회장이 “건물에서 쫓겨난 날짜는 지난해 3월 경이며 현재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 중 한명이 이천훈회장에게 접근, ‘회관 문을 여닫는 것이 힘드실테니 그 일은 나에게 맡기고 쉬시라’는 소리에 넘어가 열쇠를 건네줬으며 그 이후로 열쇠를 되돌려받는데 실패했다”고 답변했다.unnamed (1)
그러자 담당검사는 “열쇠를 차지한 것 만으로는 불법점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며 “이는 단지 타인의 신임을 악용한 것(Abuso de Confianza)”이라고 설명한 뒤 “불법점거라 함은 타인의 재산을 점유한 자가 그 재산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자의 입장을 거부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설명한 후, “원고는 열쇠가 그들의 손에 넘어간 이후 회관에 입장할 때 그들에 의해 회관 입장에 저지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은산 부회장은 “나는 나하고 관계가 좋지 않은 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회관을 방문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입장을 시도해본 적은 없으나 회장을 비롯한 다른 임원 및 회원들의 입장이 제지당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옆에 있던 원고 측 변호사인 헤라르도 비글리아 변호사도 “한인노인회관은 회원들이 동양식 체스를 두며 휴식을 취하는 위락공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맞지않는 사람 밖에 없으면 구태여 들어가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제지 당했다는 것은 이 사건의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원고인 당신이 회관 입장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이 답변을 못하자 검사는 “원고인 당신이 입장을 거부당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현재로서는 그들을 불법점거죄로 기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는 “경찰을 대동하고 변호사와 함께 회관을 방문해 보라”며 “만약 그들이 당신의 입장을 거부하면 그 상황을 경찰의 확인을 받아 나에게 제출하면 그들의 행동이 불법점거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만약 그들이 입장을 허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검사에게 묻자, 검사는 “그렇다면 무슨 걱정이냐”며 “당신은 당신의 집 안에 있는 상황이므로 그들에게 열쇠반납을 요구하거나 열쇠수리공을 불러 열쇠를 바꾸면 된다. 단 그들이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불러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담당검사의 증거 확보 요청에 따라 이은산 부회장은 이천훈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숙의, 노인회관 방문 날짜를 결정했으며 그날 모든 임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D데이로 잡힌 5월 12일, 노인회관 방문 예정 시각인 오후 2시 30분.
항상 열려있었던 노인회관 아래층의 현관문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굳게 닫혀있는 것이 목격됐다.
그 시각, 이천훈 노인회장, 그리고 사건의 원고인 이 부회장을 비롯, 10명 안팎의 임원들이 노인회관 입장을 시도하기 위해 노인회관 주위의 모식당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3시가 넘었을 때, 노인회관 현관문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노인회관 앞에는 최모씨의 검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가 주차돼 있는 것이 목격됐다.
이어 고모씨가 택시 편으로 회관에 입장했다.
오후 3시 30분, 이천훈 회장, 이은산 부회장 등을 포함한 10여명의 임원들, 그리고 고문변호사, 준비된 2명의 아르헨인 증인들이 노인회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2층의 회관 홀로 입장하는 문은 안에서 잠겨져 있었다.
일행은 약 2시간에 걸쳐 초인종을 눌러대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8~9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회관 안에서는 대꾸가 없었다. 노인회관의 2층 입구에는 건물 뒷편에 위치한 식당에서도 잘 들리도록 강력한 초인종이 설치돼 있다.
인기척이 없자, 이은산 부회장은 “지난 번에는 ‘이 건물이 왜 니네 꺼야? 이은산 당신이 이 건물을 지을 때 한번 들여다 보기나 했어? 고발을 하던지 말던지, 니네들 맘대로 해’라며 그토록 큰소리를 치던 사람들이 오늘은 다 쥐구멍에 숨었나 보다”고 빈정댔다.
고문변호사는 현장에 도착한 순찰경관, 마르셀로 아기레 순경의 무전도움을 받아 911에 신고, 출동한 순찰차 2대의 경관들에게 현장상황을 설명한 후, 적법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회장단이 불법 단체(Bando ilícito)들의 폐문으로 인해 입장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들에 대한 불법점거죄 성립에 대한 증거를 수집케 했다.
이날의 상황은 수임변호사인 헤라르도 비글리아 변호사를 통해 검사에게 통보됐으며 검사는 조만간 사법열쇠공과 함께 사법경찰(메트로폴리탄 경찰)을 노인회관에 보내 무단 점거자들에 대한 강제 퇴거 집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 사법경찰 관계자는 불법점거범 처벌범죄를 규정하는 형법 181조에 따라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원 불구속 입건되며 반항할 시 구속될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한편 이은산 부회장은 “검찰이 회관 불법 점거범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그들을 입건하면 노인회 회장단은 그들을 상대로 그동안의 모든 경비의 손해배상과 점유하고 있던 기간 동안의 건물 사용료 및 그동안 착복한 임대 수익금의 반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의 불법점거 및 불법점유죄와 그 형량을 규정하는 형법 181조에 대해 알아보자.
이 법은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의 관련형법 규정과 또 개정된 햇수가 비슷하다.
아르헨 형법의 재산권침해와 관련된 범죄 및 형량을 정하고 있는 형법 제 6절 (Titulo VI)는 제1장 절도, 제2장 강도, 제3장 협박, 제4장 사취, 제5장 허위파산, 제6장 불법점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불법점거죄의 처벌을 정한 형법 6장의 181조는 6개월이상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범죄성립 요건을 규정한 제1항에는 폭력, 위협, 속임수, 신임의 남용 등의 수법으로 부동산 전부 혹은 부분을 점유하거나 혹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행우로 피해자를 쫓아내거나 혹은 동거하는 경우를 동일하게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5년 3월 메넴 대통령 재임시절당시 폭증하는 불법점거 사태를 줄이기 위해 불법점거죄의 형량을 규정하는 형법 181조의 내용 중 형량을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법이 법 24,454호로 공포됐다.
한편, 대한민국의 관련 형법 조항은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 불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도 이 법 조항을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시기인 1995년 12월 개정했다.
대한민국 형법 제 319조의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제 2항은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