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국기 게양대 ‘천덕꾸러기’ 될까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발전을 추진하도록 재외동포재단이  한인타운회에 지원해 준 15만불의 일부인  5만불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까라보보와 에바 뻬론 거리 교차지점의 불레바르 위에 설치된 국기 게양대가 현지인 이웃들의 지탄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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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양대를 시정부가 예산을 들여 건설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게양대만 봐서는 누가 주관해서 건설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이웃 주민들은 게양대가 아르헨티나 국기 의전에 관한 법(Ley 23.208)과 시행령(Decreto 10.302호:   Protocolo y ceremonial de la Bandera Argentina)에 어긋나게 건설됐다고 구청 담당자를 질책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이 게양대의 ‘미적 감각’ 여부를 떠나 아르헨티나 국기와 외국기를 함께 게양할 때 적용돼야 할 의전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돈으로 만들었던 간에 아르헨티나 영토상에 설치됐다면 아르헨티나 법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kornet24.com_20150920_1_02

한국일보 아르헨티나 지사에 근무하는 계정훈기자가 한국의 재외동포신문(재외동포신문은 재외동포재단과 전혀 무관한 친정부성향의 사설언론이다)에 투고한 기사를 살펴보면 “준공된 국기게양대는 3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0개의 국기를 달 수 있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태극기와 아르헨티나 국기가 처음으로 게양됐다.”는 귀절이 있다.

한인타운에 건설된 국기 게양대는 동시에 10개국의 국기를 게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세계 어느나라의 국기와 관련된 의전규정을 살펴봐도 외국기를 층층히 게양할 수 있다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 이 게양대는 한국의 태극기는 가장 상좌에 위치하고 나머지 국기들은 그 아래에 위치하도록 설치돼 있다. 친구를 사귈 때도 나이와 선후배를 따지고, 군에서도 보름 먼저 입대했다고 상전 행세를 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만든 게양대이기 때문일까? 나라별로 국기에도 높낮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계에 참여한 모양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의전 규정은  외국기와 자국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는 모든 국기의 크기가 동일해야 하고 반드시 그 높이를 같이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르헨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20275_20120621152051_13402596512181

또한 아르헨의 국기에 대한 의전은 외국기와 아르헨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 짝수일 경우에는 아르헨 기를 연사의 오른쪽(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에 위치하고 나머지 국기는 알파벳 순으로 아르헨기의 왼쪽(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배열하며, 홀수일 경우에는 중앙에 게양하고 좌우로 알파벳 순으로 배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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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의 국기 게양대는 맨 위쪽에 두개의 국기를 게양할 수 있게 건설돼 있지만 정면에서 봤을 때 왼쪽의 게양대에는 한국의 태극기(무궁화 깃봉이 이미 용접돼 있기 때문)를 게양하고 그 오른쪽에는 아르헨 국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창(Moharra)이 용접돼 있다. 즉, 현재의 상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대로 아르헨국기를 왼쪽에, 그리고 태극기를 오른쪽에 게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계기자의 설명대로  10개국의 국기를 동시에 게양할 때도 생긴다. 맨 윗단의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을 봐준다 하더라도  태극기와 아르헨기의  밑에 우루과이나 파라과이 등 외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그 국기의 국민들이 이 게양대를 봤을 때 느끼게 될 감정은 어렵지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문제의 게양대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본국 국회의원들(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 김성곤 의원, 이주영 의원)의 일정에 맞춰 일요일이자 차까부꼬 공원에서 한인행사가 치러지던 지난 9월 20일, 부랴부랴 준공식을 가졌다.

아르헨 땅에 깃발(태극기)을 꼽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사관과 교민단체의 ‘장한 모습’을 본국의 국회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고위층 공무원이 왔다면 밥을 먹다가도 뛰쳐나가는 ‘해바라기’ 교민들도 국회의원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다.29942_30889_4114

이 준공식에는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거의 모든 지도층 및 유력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사진찍는데에만 열중한 듯,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거꾸로 게양돼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잘못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것이 아니라 국기게양과 관련된 의전을 아는 사람이 참석자 중에는 없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기졔르모 뻬냐 구청장(그날 그는 예정도 없는 행사 참석요구에 부랴부랴 참석하느라고 청바지 차림에 넥타이도 없이 양복 웃도리는 빌려입었다고 한다)과 다니엘 스키바 수석보좌관, 그리고 구청 건설과 직원인 다니엘 몬살보가 참석했을 뿐이다. 29942_30888_4114

이 국기게양대  준공식에서 추종연 대사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파라과이 한인회를 의식한 듯, “한인사회의 큰 사업인 한인타운 활성화 사업의 첫 프로젝트(국기 게양대)를 통해 한인사회가 단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더 나아가 한인타운이 아르헨티나의 명소,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종연 대사의 말대로 한인타운에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게 될 때, 한인타운의 가장 중요한 관광 명물(?)이 돼야만 하는 국기 게양대가 전세계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우려된다.

이 국기 게양대는 준공식 때 단 한번 태극기와 아르헨기가 게양된 이후 현재까지 약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고 거대한 포크, 혹은 일본 사무라이의 투구를 연상케 하는 섬뜩한 삼지창 모습의  게양대에 국기를 묶는 나이론 끈이 비바람에 얽켜져있는 너저분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13m-96_4

지난 2010년 월드컵 때는 아르헨 국기를 짓밟은 문양의 옷을 입은 한국 여배우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데 이어 아르헨티나 수도에 자리잡은 국기 게양대에서도 아르헨 국기가 푸대접을 받게 됐다.

지하에서 잠자던 마누엘 벨그라노 장군이 눈을 부릅뜨고 깨어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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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레따, 시장 당선… 뻬냐 구청장 재선 성공

오라시오 라레따 정무수석 장관이 시장에 당선됐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을 거쳐 하바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PAMI감독관을 거쳐 마우리시오 마끄리 시장에 의해 정치에 입문했다.
한편 플로레스/차까부꼬 지역에서 뻬냐 구청장이 재선됐다.

00130272407월 19일 실시된 부에노스 아이레스 자치시장 2차 결선투표(Ballotage)에서 PRO당의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따(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정부 정무수석장관)후보가 1차선거에서 20p차로 2위에 올랐던 ECO(조직된 시민의 에너지)당의 마르띤 루스또(연방정부의 경제장관 역임)후보에게 승리, 오는 12월 10일부터 4년 동안 시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 선거가 실시되기 전 대다수의 설문조사 기구들은 오라시오 라레따 후보가 10p%이상의 표 차로 마르띤 루스또 후보를 누르고 여유있게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오라시오 라레따 후보가 전체 유효표 중 51.64%를 획득하고 마르띤 루스또는 48.36%를 차지, 고작 3p%의 표차를 보여 PRO당의 집권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한편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 15개 구청의 구청장은 모두 PRO당 인사로 확정됐지만 각 구청의 7인체인 구정위원회에서 PRO당은 3석을 차지, 단독 가결 정족수(4명) 확보에 실패했다. _MG_3643-002
한인밀집거주 지역인 제 7구청의 경우 당선된 7명의 구정위원 중 위원장은 기졔르모 뻬냐(PRO)이며 나머지 6명의 구정위원 자리는 PRO당과 ECO당, 그리고 FpV당 인사들이 각각 2명씩에게 돌아갔다.
PRO당 소속 구청위원이 구청장을 포함 3명으로 줄어듦에 따라 구정회의에서 안건을 PRO당 소속위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됐다. 4년 전의 투표에서는 PRO당 지지율이 높아 4명의 구정위원이 선출된 바 있다.
지난 7월 19일에 실시된 시장 결선투표는 최종적으로 시장을 결정하는 투표였을 뿐이며, 시의원과 구청장을 포함한 구정위원 당선자는 지난 7월 5일 투표로 결정됐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시장 및 부시장, 15명의 구청장들, 그리고 30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회 의원들은 오는 12월 10일, 대통령 및 국회 상하의원과 동시에 취임하게 된다.

화교 위안지안핑, Bs.As. 시의원에 당선

PRO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화교, 위안지안핑이 무난히 시의회에 입성했다.
지난 7월 5일 실시된 시장 및 시의회 선거에서 오라시오 라레따 시장 후보를 비롯한 여당(PRO)이 80만2천6백86표를 득표, 유표투표의 43.77%의 득표율로 다수득표당이 됨에 따라 후보순위 15위까지 당선이 확정됐다. 0001924204
온세에서 곰인형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하면서 PRO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쾌척한 화교 위안지안핑은 후보순위 13위로 출마했었다.
PRO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16석의 새로운 의석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계획보다 1석이 모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새 의원들이 취임하는 올해 12월 10일 이후, PRO당의 총 의석 수는 전체(60석)의 과반수(30석)에 3석이 모자라는 27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선거 앞두고 블루달러 시세 ‘들먹’

블루달러 시세가 연일 들먹이고 있다. 정부는 치안력을 앞세워 달러 매매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정기예금의 금리를 인상, 유동 자금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암시세 환율 안정을 꾀하고 있으나 막다른 길에 다다른 현 경제정책은 조만간 대폭 평가절하 실시만을 남겨놓고 있을 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키르츠네르와 성만 다를 뿐, 크르츠네르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까를로스 사니니 대통령 법사비서관이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지사와 함께 여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발표와 함께 치솟기 시작한 블루달러 시세는 불당 15뻬소를 넘어서는 등 불안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사니니의 출마로 현 여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달러 거래 통제를 비롯한 현 경제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블루시세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바놀리 중앙은행 총재는 27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26.2%까지 인상하라고 시중은행에 지시하는 등 유동뻬소화가 블루달러로 몰리는 것을 막고 나섰으나 한번 오른 달러시세는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의 인상으로 인플레가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불경기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적어도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8월 9일까지 블루달러 시세를 현 상태 수준에서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이 모여 있는 시내 중심가에는 국경수비대원들이 쫙 깔려있어 달러밀매자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블루달러 시세가 들먹이는 진정한 이유는 중앙은행 금고에 기축통화인 달러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 정확한 액수를 아는 사람도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소수에 불과하다는데 있다.73450_dolar_blue
대다수의 곡물 수출업자들이 환율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며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곡물 수출을 연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브라질의 연속적인 평가절하(1불당 3.33히알)로 아르헨티나의 수출경쟁력이 큰 폭으로 낮아짐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무역흑자 폭은 지난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블루달러 시세를 치솟게 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조세압력을 가중시켜 연일 조세기록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재정집행으로 엄청난 적자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5개월간 정부의 재정적자는 870억뻬소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배에 달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지원한 액수가 122억뻬소이므로 나머지 750억뻬소는 통화팽창으로 메웠다, 즉 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지폐찍는 인쇄기를 풀 가동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뜻이 된다.
재계에는 정부가 조만간 대폭의 평가절하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정부가 시중에 방출한 막대한 양의 뻬소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단일화와 함께 대폭의 평가절하 만이 가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마우리시오 마끄리 대통령후보도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즉각적인 통화정책의 수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마끄리도 이중, 삼중 가격으로 구성된 현 통화정책을 뒤바꿀만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계전문가들은 평가절하가 반드시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그 시기를 아직 모를 뿐이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는 태환정책에서 벗어나면서 환율이 하룻밤 사이에 1:1에서 1:3로 바뀌었고 또 며칠 안돼서 1:4까지 치솟았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이번에도 재현된다면 달러시세(공정시세)는 하루아침에 현행 1:10에서 1:30이 되며 1:40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렇게 따져보면 블루시세가 15뻬소인 현재의 환율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이제 더이상 갈 곳이 없는 듯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 옌볜 조선족 실향恨 보듬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옌볜 조선족 자치주를 방문, 조국이 버린 실향 동포들의 서러움을 달래줘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방문은 리경호 자치주장의 방문 요청에 대한 약속이행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버린 동포들. 그들에게 국적을 주면 실업률이 높아질까봐 국적부여는 커녕, 그들이 방문하는 것조차 꺼려왔던 대한민국.
조선족동포들은 일제시대에 나라를 찾기 위해, 그리고 도저히 살수가 없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다. 해방 후 유독 이들만이 귀국길이 막혀 오지 못하고 중국공민으로 살게 됐다. 한중수교 후 우리나라는 그들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 권리’도 박탈했다. 조선족동포들은 절규한다.
1115950431_14370649726341n“한국에 내 할아버지 묘지가 있고, 내 호적도 있고, 사촌들도 여기 사는데 내 나라 내 땅에서 왜 내가 불법체류자가 되어야 하는가?”
“한국정부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데 임시정부에 세금 내며 살아온 우리를 왜 받아들이지 않는가?”고.
대한민국으로 부터 박대를 받아 온 조선족들이 서러움을 잊을 수가 있었다. 지난 7월 16일, 시진핑 총서기 및 국가주석이 이들을 방문한 것이다. 한국이 버린 이들의 아픈 가슴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보듬어 줬다.1115950431_14370652286091n시 주석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허룽시 둥청진 광둥촌(和龍市東城鎭光東村)을 방문, 한 민가의 한식 온돌방에 신을 벗고 들어가 조선족 촌민들과 환담했다. 134425261_14372679162131n시진핑 국가주석이 옌볜을 찾은 것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3월 9일 시진핑 주석은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회의 지린(吉林) 대표단의 심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옌볜조선족자치주주장 리징하오(李景浩) 대표가 시 주석에게 옌볜에 한번 와보라고 요청을 하자 자신도 옌볜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면서 다음번 길림에 꼭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옌볜 자치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 샤오캉(小康, 중등수준의 사회)을 전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면적 샤오캉은 그 누구에게도 없어서는 안되고 어느 소수민족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며 모두가 함께 샤오캉 생활을 누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1115950431_14370649933651n현재 중국에는 약 2백만명의 동포들이 살고 있으나 한국정부의 박대와 같은 민족인 한국인 업주의 착취 및 냉대 등의 소식으로 인해 반한감정이 증폭됐으며 한족의 동화정책에 따라 중국인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갖는 동포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생률이 1/4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으며 조선족 자치구를 벗어나서 혼혈가정을 이루는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순수한 조선족의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헨, 中 전투기 FC-1 枭龙 매입 검토 중

아르헨 공군이 무려 30년 이상을 운용해 온 프랑스 제 미라쥬 전투기를 교체할 기종으로 중국산 FC-1샤오룽을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소련의 미그21을 개조한 이 비행기는 4세대 기종으로 구형이지만 영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노후한 프랑스제 미라쥬를 대체할 전투기로 중국의 JF-17썬더(FC-1샤오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가 중국산 전투기를 구입할 것이라는 소식은 마리오 까졔호 공군 참모총장이 중국과 파키스탄을 방문, 이 전투기의 성능을 직접 검토하면서부터 가시화 되고 있다. JF-17 샤오룽기는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종이며 파키스탄에서는 JF-17썬더로 불리우고 있다.images
까졔호 참모총장은 중국과 파키스탄 방문길에 아르헨이 개발한 훈련기인 IA-63빰빠기 조종사 2명과 미라쥬IIIEA기 조종사 한명을 데려가 JF-17 샤오룽기를 직접 조종해보고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JF-17 샤오룽기는 1인승 전투기이기 때문에 아르헨 조종사들은 컴퓨터를 통한 모의조종 연습을 한 후, 이 전투기에 올라 실제 조종을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 공군은 대당 2천5백만불에 달하는 이 전투기를 18대 구입할 예정이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스페인과 이스라엘 산 전투기 구입협상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F-17는 Joint Fighter의 약자이며 중국에서는 FC-1 샤오룽(Fighter China: 枭龙)라고 불리운다. 이 기종은 1950년대에 개발된 소련의 구형모델인 MIG-21을 업그레이드한 모델로, 청두비궤공업집단(成都飛機工業集団)이 파키스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이 기종보다 성능이 뛰어난 J-10을 양산, 실전배치하고 있는 중국은 이 기종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말비나스 제도 영유권을 놓고 아르헨티나와 대치하고 있는 영국은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가 14대의 노르웨이의 사브 그리펜 전투기를 구입하는 것을 막는데는 성공했으나 이번 거래계획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 네우껜州 우주관측 기지 건설 막바지

중국이 아르헨티나의 네우껜 주 바하다 데 아그리오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초대형 위성안테나의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도 이 안테나의 사용 목적은 비밀에 싸여 있다.
2월, 중국이 아르헨 정부간 체결된 비밀 협약에 따라 중국이 우주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50년간 무상 조차한 위성안테나 기지의 크기는 200헥타르이며 칠레 국경과는 50Km, 네우껜시로 부터 3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0629_base_espacial_china_neuquen_militar_g.jpg_1853027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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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지의 둘레는 철책이 처져 있으며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경비를 맡고 있다. 이 기지는 국제 조약상 중국 영토이므로 기지 출입을 위해서는 주아 중국대사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중국기지가 건설된 이유는 달의 관측을 위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베아뜨리스 끄레이트만 하원의원은 “외국에서 달을 관측하러 오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아르헨이 주권이 없는 국가인지 알고 싶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오라시오 끼로가 네우껜시장도 “그 기지로 인해 아르헨이 얻을 수 있는 잇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국립우주활동위원회의 로베르또 모리딴위원도 “그 기지는 국회의 동의를 획득하기 전부터 건설되고 있었으며 통신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中, 철도로 자국상품 이미지 제고에 성공

부에노스 아이레스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는 중국산 열차로 승객들이 쾌척한 여행을 하게 됨에 따라 중국산 상품에 대한 저질 이미지가 일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 수도권에서 운행되고 있는 중국산 열차에 대한 승객들의 평가가 상당히 높아 중국산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르미엔또 노선을 비롯한 미뜨레, 벨그라노 등 중국산 열차가 투입된 노선을 이용하고 있는 승객들은 입을 모아 중국산 열차가 “안전하고 편안하며 안정적”이라고 답하고 있다.
중국산 열차는 열차의 사고를 낮추기 위해 모든 제동장치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등 안전성을 제고했으며 모든 열차에는 냉난방 설비가 돼있어 쾌척한 여행이 가능하다.
esta-en-viaje-hacia-argentina-primer-tren-0-km-comprado-china-3124란다소 내무교통부 장관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한 열차칸에는 에어컨, 스마트 도어 안전과 ABS 시스템이 장착돼있을 뿐만 아니라 열차칸에 실시간 CCTV도 설치되어 있으며 긴급 제동 또는 충돌 발생시 열차칸 중첩을 방지할 수 있다. 열차의 기술 안정성, 쾌적함과 안전성이 나무랄데 없다.
아르헨티나 수도에 중국산 열차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연달아 발생한 열차 사고 때문이었다.396271_3437047883666_1194544632_33510311_1739289326_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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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2월 22일, 사르미엔또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종착역인 온세역 플랫폼 끝까지 돌진, 범퍼에 충돌하면서 52명이 사망하고 7백여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으며 연이어 2013년 6월 13일에도 이 노선의 까스뗄라르 역 근처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던 열차를 뒤따라 가던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3명이 사망하고 3백여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하자 이 노선의 열차가 지나치게 노후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르미엔또 노선과 미뜨레 노선에는 일본의 도시바 중공업에서 70년대에 제작된 열차 차량이 40여년 동안 운행돼 왔었다.1
결국 2013년,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국난처(南車)와 두 건의 도시전동열차 차량 공급계약서를 체결했다. 10억불에 달하는 이 계약은 난처에서 총 709대의 전동차량을 사르미엔또, 미뜨레와 로까 등 수도권 3대 전철 노선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 계약은 중국 도시철도 전동열차 수출사상 최고 액수로 기록됐다.
이 계약에 따라 중국에서 열차가 도착한 후, 수개월동안 중국 기술자들에 의해 시험 주행 됐으며 결국 지난해 7월 21일, 사르미엔또노선의 중국산 열차가 일반승객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청색과 흰색으로 채색된 중국 열차가 아르헨티나 수도 핵심구역과 주변 위성 도시 구간에서 왕복하기 시작했고 매일 열차를 이용하는 수백만 아르헨티나 시민들은 열차에 오를 때 마다 승강문 바닥에 한자로 쓰여져 있는 中國南車(쭝궈난처)와 영자로 CSR(China South Rail)를 읽고 자신이 이용하는 열차가 중국산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있다.
중국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수도권 열차를 독식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뭣을 했을까?
온세 참사 발생 직후,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 수도권 열차 사업 참여 요청을 접수한 한국의 코레일은 2012년 12월 아르헨티나를 방문, 수도권 전동열차 및 마르델 쁠라따를 잇는 열차에 대한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한국의 코레일은 당시 TBA라는 민영회사가 운영하고 있던 사르미엔또와 미뜨레 노선 경영권 인수를 검토했으나 철로 및 차량 등 시설이 지나치게 노후했으며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수도권 열차 사업이 아닌, 장거리 열차(메소포타미아 노선: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의 페데리꼬 라끄로세역과 미시오네스주의 뽀사다스역을 연결) 운영권 인수를 검토하다가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갔다.
성과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들은 코레일 관계자들이 아르헨티나를 방문, “코레일 최초의 해외철도 운영권 확보를 위한 배타적 협력협약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올렸다는 웃지못할 보도를 냈다.
한편 한국 관계자들이 성과도 없는 출장을 오가는 동안 중국의 난처(南車)와 베이처(北車)등 양대 철도차량 제작회사는 아르헨티나의 교통내무부에 접근, 골치아픈 철도사업의 운영권이 아닌 철도차량 납품 계약을 성공시키는 개가를 올리고 있었다.
현재 난처는 수도권 열차 차량을, 그리고 베이처는 시내 지하철 A노선에 차량을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 고속철 수출에서도 중국에 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멕시코에서 고속철 사업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보다 4년 이른 2004년 고속철을 개발한 한국은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고속철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이 세계 고속철 시장 1위에 오르고 일본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한국은 멍하니 바라보고만있는 것이다.
멕시코 통신교통부는 이달 3일 중국철도건축총공사(이하 중국철건)을 중심으로 구성된 글로벌 컨소시엄이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와 케레타로를 잇는 총 210㎞ 길이의 고속철 사업에 낙찰됐다고 밝혔다.2014110416154237220이는 멕시코 최대 인프라투자 사업으로 앞서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경쟁입찰이 진행됐지만 관심을 보인 세계 16개 기업이 모두 입찰을 취소해 중국철건만 유일하게 참여해 낙찰됐다. 중국철건이 써낸 입찰가는 44억 달러다. 중국기업이 해외에서 시속 300㎞ 이상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철건 국제그룹 회장 줘레이(卓磊)는 “지난해 말 멕시코 정부가 고속철 공개입찰을 발표한 이래 중국철건은 중국남차를 비롯해 멕시코 현지 4개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을 준비했다”며 “장기간 준비한 결과 멕시코 첫 고속철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고속철 시공기간은 시운영 등 테스트작업 20개월을 포함해 총 60개월이 걸릴 예정으로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완공 후 멕시코 시티에서 케레타로까지 거리는 현재 3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캘리포니아주가 추진 중인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총 1287㎞ 길이 680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초대형 고속철 사업 입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중국 전기·전자 제품수출입상회(CCCME)를 중심으로 중국남차, 중국철로총공사, 중국철건 등 기업 10곳으로 구성된 ‘고속철 사절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현지 관료 기업인들과 만나 교류하며 중국 고속철 제품을 세일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중국 국영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중국베이처(中國北車)가 미국 동부 보스턴에 처음으로 5억7000만 불 규모의 지하철을 수출하기로 했다. 같은 달 13일, 리커창 (李克強) 중국 국무원 총리의 러시아 방문기간에도 중국은 러시아와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770㎞ 구간 고속철 건설 100억 달러 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신화망의 6월 9일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교통 설계원과, 니지니 노브고로드(Nizhni Novgorod) 지하철 설계원 및 중국 중철이원공정그룹(中鐵二院工程集團)은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러시아 국영 철도공사와 <‘모스크바-카잔-예카테린부르크’ 간선 고속철도 모스크바-카잔 구간 지역 측량, 탐사 및 건설용 설계방안 작성을 위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중국 중철이원공정그룹이 포함된 기업 컨소시엄은 2015년~2016년 기간 동안 총 207.9억 루블(약 3.8억 달러) 규모의 모스크바-카잔 구간에 대한 측량 설계를 담당하게 된다.
중국의 철도 사업이 전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이유는 설비 경험이 많고 가격대비 성능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4년 말 현재 국내 고속철도의 총연장이 1.6만킬로미터에 달해 세계 제일이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징광선(京广深, 베이징-광저우(廣州)-선전(深圳)), 하다(哈大, 하얼빈(哈爾濱)-다롄(大連)), 후항선(沪杭深, 상하이-항저우(杭州)) 등 “4종”열차와 스자좡(石家莊)-타이위안(太原), 지난(濟南)-칭다오(青島), 정저우(鄭州)-시안(西安)-바오지(寶雞), 난징(南京)-우한(武漢)-충칭(重慶), 항저우(杭州)-난창(南昌) 등 ‘4횡’노선을 건설, 전국적으로 4종4횡(四縱四橫)” 철도망을 구성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동등한 품질 조건 아래 중국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가장 빨리 건설하고 원가가 가장 낮을 것이며 나는 이에 자신감이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고속철 판매가 전무한 이유는 한국이 프랑스로부터 전수받은 고속철 방식이 사양길에 접어든 외면받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고속철은 프랑스의 알스톰사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 기술은 열차의 앞과 뒤에 동력원이 있는 전동차가 연결된 소위 동력집중 방식이다.
대다수 국가들은 전동차 칸마다 엔진 혹은 전기모터가 독립적으로 설치된 ‘동력 분산식’ 열차를 선호하는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동력 집중식’ 고속철만 고집하고 있다.AKR20111011141651003_01_i
동력 분산식 열차는 일반적으로 수도권 전동열차와 지하철 열차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모든 객차의 하부에 동력장치가 설치돼 있어 제작비는 높으나 가속력과 제동력이 뛰어나고 기관차가 없으므로 태울 수 있는 승객 수가 많으며, 일부 객차의 동력장치가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동력장치가 작동하는 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동력 집중식 열차는 열차의 맨 앞 차량과 뒤 차량이 기관차가 연결된 것으로 제작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을 뿐 가속력과 제동력이 낮고 앞이나 뒤의 동력장치가 고장나면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며 동력차량(기관차)의 중량이 수백톤에 달하기 때문에 모든 선로가 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대로템이 2009년 2월 100% 국내 기술로 동력 분산식 열차를 개발했지만 국내에 깔지 못해 수출 기록은 전무하다. 안전이 최우선인 고속철을 국내에서 검증도 받지 않은 채 수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 지멘스나 프랑스 알스톰, 일본 히타치도 모두 자국에서 수년간 동력 분산식 고속철을 운행한 뒤 수출했다.
한국의 국토부는 뒤늦게 작년 9월 동력 분산식 고속철을 도입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달 11일 현대로템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고속철도 차량 납품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무리 현대로템이 만든 동력분산식 열차가 잘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생산국인 한국에서조차 운행되지 않고 있는 열차를 이들 국가에서 믿고 구입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백반증: 정상표피로 이식하면 80%이상 효과

멜라민 색소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백반증은 건강상의 큰 문제는 없으나 심리적으로 심각한  대인관계 장애가 될 수 있다. 백반증은 정상표피를 이식하는 수술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흔히 백납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 결핍으로 피부의 색깔이 소실되어 피부에 흰색으로 보이는 탈색반이 나타나는 피부 질환이다.
때로는 탈색된 피부에서 자라는 모발도 희게 변한다.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하며 대개 10~30대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인종과 지역적 발생의 차이는 없다.4

 

원인

피부의 표피에 정상적으로 있는 멜라닌세포가 죽거나 멜라닌을 만들지 못하면 피부가 하얗게 변한다.
백반증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다. 자외선 등의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멜라닌세포의 고사(apoptosis)설과 자가 면역기전에 의한 멜라닌세포 파괴설이 주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환자의 약 10-20%는 가족 중에 백반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6

증상

백반증은 여러 가지 크기의 둥근 또는 불규칙한 모양의 색소가 빠진 흰 반점이 나타난다. 때로는 흰 반점의 경계부가 오히려 검게 나타나기도 한다. 흰 반점이 나타나는 것 외에 다른 자각 증상은 거의 없고 아주 드물게 병변 부위가 가렵거나 따끔따금한 경우도 있다.
백반증은 나타나는 형태에 따라 한 부위에 하나 또는 수개의 흰 반점이 생기는 국소형, 몸의 한 면을 따라 띠처럼 생기는 분절형, 전신에 넓게 퍼져 나타나는 전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얼굴과 손발의 끝 부위에 주로 생기는 선단 안면형도 있다.
분절형 백반증은 피부 분절을 따라 신체 일부에 국소적으로 발생하며 1-2년 정도 크기가 커질 수 있지만 대개 처음 발생한 형태 그대로 있고 더 이상 번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반증이 전신에 있는 전신형의 경우는 몇 년 동안 변화 없이 그대로 있다가도 수년 후 갑자기 번질 수 있다.e5b00e293407b80fa42800095e1db5d0
백반증에는 하얀 털 (백모)이 잘 생기기도 하며 간혹 모발의 탈색이 제일 처음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백반증은 미용상의 문제이며 대개 전신건강에 특별한 영향이 없고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드물게 자가면역질환인 갑상선 질환 등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를 실시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백반증_(1)

진단

백반증은 대개 육안에 의한 관찰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피부에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은 백반증 외에도 매우 다양하므로 스스로 판단하여 진단을 내리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감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필요한 경우에는 우드등 검사(wood’s lamp), 피부 조직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환과 감별해야 한다. 이 외에도 눈의 이상, 귀 내부의 이상, 갑상선 질환, 빈혈 등이 드물게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치료

백반증의 치료는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백반증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단계별, 반응별 치료를 하되 약물치료, 자외선치료, 외과적 치료 등을 실시하게 된다.
10세 미만의 어린이거나 증상 부위가 좁을 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거나 병변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증상 부위가 넓을 때는 전신 광선 치료를 하며, 최근에는 단파장 자외선 B(narrow band UVB)를 많이 이용한다. 최근에는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를 이용하여 불필요한 부위의 자외선 노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증상 부위만을 치료하는 표적 광치료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장기간 안정된 부위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흡입 수포술, 세포 이식술 등 외과적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백반증이 있는 탈색 부위는 태양광선에 대한 보호기능이 없다. 그래서 일광화상을 입기가 쉽다. 노출된 피부에 있는 백반증 부위는 최소한 일광차단지수(SPF) 15 이상의 선 크림을 발라야 한다. 햇볕이 최대로 강할 때는 노출을 피해야 한다. 화장으로 가리거나, 커버마크 등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덜 띄게 하는 안전한 방법이다. 화장품가게 등에서 피부색깔에 맞는 커버마크를 판매한다. 병 자체를 낫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는 나을 수 있다.
선 스크린과 화장품 등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피부과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피부과에서 하는 치료의 목적은 정상 피부색깔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완전히, 영구히 낫게 하는 치료법은 없다.

1. 바르는 약 사용

1) 스테로이드제
병변이 적은 경우에는 바르는 스테로이드가 효과가 있고 다른 치료와 병행할 수도 있다. 오남용할 때는 부작용으로 피부가 얇아지고 갈라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치의에게 진찰을 받으면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2) 타크롤리무스(Tacrolimus), 피메클로리무스(pimecrolimus)

타크롤리무스(Tacrolimus)는 1980년대 말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진균과 비슷한 세균종류인 Streptomyces tsukubaensis의 세포배양액에서 분리되어 초기에는 경구제제로 장기이식 환자들의 면역억제제로 사용되었던 약제다.
1990년대에 들어와 연고제제로 개발되어 아토피피부염의 치료에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그 사용범제제로 다른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는 약제다.
최근 백반증 환자에서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보임이 보고되었고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과 비교해서 경도의 작열감, 소양감은 있었지만 피부 위축, 혈관 확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부위별로는 태양 광선 노출부위인 얼굴이나 목 부위에서 비노출부위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반증에서 타크롤리무스에 의한 재색소화는 진피 및 표피의 여러 면역 반응의 조절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메클로리무스(Pimecrolimus)도 역시 타크롤리무스(tacrolimus)와 비슷한 기전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로 백반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2. 먹는 약 사용

1) 스테로이드제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전신 부작용으로 장기간의 사용은 불가능하나 단기간의 치료로 빠른 호전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백반증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거나 전신적인 임상형인 경우 저용량의 스테로이드제 복용을 심각한 부작용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 광선 치료

1) 광화학요법 (PUVA)
이 방법은 메톡살렌(Methoxsalen 10mg 캡슐, 전문의약품)이라는 약을 먹고 나서 자외선을 쪼여주는 치료방법이다. 이 약제는 피부를 광선에 민감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 약을 도포하거나 복용한 후에 자외선 A를 쪼여 주면 사라졌던 색소가 나타나게 된다. 이 치료를 위해서는 광선치료기라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자외선치료는 얼굴, 몸통, 팔다리의 위쪽에는 비교적 치료효과가 좋으나 손발은 치료효과가 적다. 보통 일주일에 두 번씩 일 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자외선치료는 피부과의사의 지도하에 하여야 한다.
광화학요법의 부작용으로서는 자외선에 의한 화상 양상으로 나타나는 일광 화상 등이 있다.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주근깨 등 색소 침착이 생기거나 피부암의 발생빈도가 증가될 수 있다.
9세 이하의 어린이나 임산부, 수유중인 산모, 특별한 약을 먹는 경우 등은 자외선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톡살렌은 눈에 대한 광과민성을 증가시키므로 자외선 차단 안경을 치료 때와 치료 후 최소한 24시간까지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눈의 보호는 백내장의 증가도 막아준다.

2) 단파장 광선 (narrow band UVB) 요법
단파장 광선요법은 현재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반증의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광화학요법과는 달리 광감각제를 복용하지 않으므로 오심, 구토 등의 전신 부작용이나 피부가 따갑거나 화상 등의 피부 부작용이 없다. 또한 치료 후에 자외선을 차단해야 할 필요가 없고 소아나 임산부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백반증이 없는 정상피부에도 색소 침착을 유발하고 신체부위에 따른 광량의 조절이 어려운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3) 표적 광선 치료(targeted phototherapy)
308 nm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치료효과가 기존 광선요법과 비슷하거나 더 높고, 치료기간이 더 짧으며, 이전 광선요법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 효과가 있기도 하며, 소아 및 임산부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308 nm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광선요법은 치료 비용이 비싸고 넓은 부위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제한점이 있어 모든 백반증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노출 부위, 특히 안면부와 경부에 국한된 백반증 환자들에 대한 적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4. 수술

흡입 수포 표피 이식은 자기의 정상 피부에 음압으로 수포를 만든 후 수포의 지붕부위 표피를 떼어내어 백반증 부위의 표피를 제거시키고 떼어낸 수포의 지붕부위 표피(종이 한 장 두께, 약 0.05mm)를 붙이는 수술이다.
백반증 부위가 한정되어 있는 국소형 백반증과 분절형 백반증의 경우 6개월 이상 병변이 커지거나 번지지 않을 때 효과가 좋다. 기타 다른 이유에 의한 저색소증 즉, 선천성 저색소반이나 염증 후 영구적 탈색소반 등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술방법은 우선 이식 전 백반증 피부에 액체질소로 냉동 치료를 하거나 레이저 박피술로 표피를 제거한다. 정상 부위의 피부(대개 팔, 다리, 아랫배 부위)에 진공 흡입기로 2-3시간 동안 음압을 걸어 수포를 만든 후 병변부의 표피를 제거하고 수포의 지붕부위(정상 멜라닌 세포가 있는 표피)를 병변부에 놓고 밀착을 시킨다.
이후 3-7일 후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데 대체로 이식 3주 후 부터는 이식된 멜라닌세포가 잘 퍼지게 하기 위하여 광선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 방법은 다른 치료보다 빠른 효과를 볼 수 있고 표피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것이므로 흉터가 생기거나 출혈이 발생하지 않는다. 1회 수술로 이식한 면적의 8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 안면부위 경우 많이 시술되는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이식 치료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 이식 부위의 색깔이 오히려 더 진해지는 경우, 수술 부위의 감염이나 흉터 발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흡입수포 표피 이식 외에도 박피술(dermabrasion)에 의한 이식, punch minigraft, 피부를 제거한 후 세포를 배양하여 배양된 세포 부유액(suspension)을 이식하는 방법 등이 있다.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1. 백반증 환자가 평소에 주의해야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1) 자외선
백반증 환자는 그 부위에 멜라닌 색소가 없어 일광 화상을 잘 받을 수 있으므로 손이나 얼굴 등 노출 부위에는 일광차단제 등을 사용하여 햇빛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햇빛에 노출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을 입은 후에는 이것이 피부 자극이나 손상으로 작용하면 백반증이 정상 부위로 퍼져나갈 수 있으므로 특히 여름철에는 조심해야 한다.

2) 자극
백반증 환자는 심한 자극을 받거나 상처를 입으면 상처 부위에 백반증이 새로 생기거나 그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피부에 자극이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때를 미는 습관을 없애고 상처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스트레스
스트레스에 의해 병변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심신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백반증은 유전하나?

백반증을 가진 젊은 환자들 중에는 백반증이 유전될까봐 걱정이 되어 결혼도 꺼리고 결혼하더라도 자식을 갖는 것을 주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백반증 환자가 가족이나 친척 중에 백반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백반증 환자의 6.25-38%로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국내 연구자가 1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족력은 12.2%였으며 형제끼리 백반증이 동시에 있는 경우가 부모자식간보다 더 많았다.
반면 소아 백반증 환자는 성인보다 가족력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서 소아 환자들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서 백반증이 일찍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백반증은 유전양상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라 다른 유전질환처럼 자녀에서 백반증이 생길 수 있는 발병율을 추측할 수가 없다. 또 유전성 말고도 다른 후천적인 인자들이나 환경적인 요소가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백반증 환자들의 후손들에게서 백반증이 반드시 더 많이 생길 것 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3. 임신하면 백반증이 악화되나?

임신과 백반증과의 상관관계는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해 백반증이 다른 부위로 번지거나 더 커지는 경우도 있고, 임신 시에는 좋아졌다가 출산 후에 나빠지는 경우도 있으며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자가면역질환은 출산 후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인 백반증도 임신과 출산 후 증상이 악화되는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피임약 사용이 백반증 발생을 증가시키는 지에 관한 연구결과는 서로 일치하지는 않으나 피임약이 백반증 발병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 기능성 설사 지속되면 주의 要

세균으로 오염된 음식(상한 음식)등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설사는 일반적으로 짧은 기간동안 증세를 보인 후 호전되나 증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설사는 기능성 및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한  설사인 경우가 많으므로 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설사는 변이 무르고 물기가 많은 상태로 배설되는 것이다. 이러한 설사는 기능성 소화기 질환 및 다양한 소화기 질환과 동반될 수 있으나, 그 자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급성 또는 만성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사의 정의는 액체 상태이거나 물기가 많은 변을 자주 보는 것으로 보통은 설사를 시작하기 전에 경련성 복통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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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박테리아, 길거리 음식을 먹은 경우, 여행도중 또는 여행을 다녀와서 생기는 급성 설사는 일과성으로 대부분 갑자기 뜻하지 않게 발생하게 된다. 즉, 신체가 장으로 들어 온 무언가를 거부해서 생기는 상태인데, 하루 200g 이상의 대변양의 증가가 2-4주 지속되면 지속성 설사, 4주 이상이면 만성 설사로 정의하며 장관 내 내용물의 흡수가 줄어들거나 수분의 분비가 증가하여 발생한다. 이는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원인일 때도 있지만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장질환이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유당 불내증이나 식사요인에 의해서도 만성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다른 이유 없이 최소 3개월 이상의 설사가 지속되면 기능성 설사라고 하는데, 과민성 장증후군의 설사형이 대표적인 기능성 설사에 속한다. 대부분의 설사는 며칠 내에 저절로 해결되며 굳이 병원을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이처럼 설사는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지만 심각할 때도 있다. 탈수와 체중 감소는 가장 흔한 두 가지 합병증으로 며칠 내에 해결되지 않거나, 만성적이거나 기능성 설사인 경우에는 확실히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
소화관의 수분 평형은 역동적인 흡수와 분비에 달려있다. 하루 평균 수분 섭취량은 약 1~2L이고 소화관내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은 약 7L가 되는데, 대부분의 수분은 소장에서 모두 흡수되고 약 2L의 수분이 대장으로 흘러간다. 이런 수분들 중 대장에서 약 90%가 흡수되고 나머지 150~200mL가 대변으로 배설되게 된다.2011090501372_0
설사는 이러한 작용 중에서 수분의 분비가 증가하거나 흡수가 줄어들면 유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점막의 염증이나 호르몬, 및 장관 내 독소 등에 의해 수분의 분비가 증가할 수 있고 장관의 흡수면적이 줄어드는 기능성 또는 해부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흡수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장관 내에 삼투압이 높아질 수 있는 물질이 남아있어도 흡수가 줄어들 수 있다. 장관의 운동성 변화 또한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소화관내 내용물이 점막에 접촉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장관 내 내용물이 효과적으로 섞이지 못하는 경우에도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분비성 설사는 양이 많은 수양성 설사를 특징으로 하며 (하루 500mL 이상) 금식을 해도 대변양의 감소가 별로 없다. 분비성 설사는 세균성 독소, 담즙산, 지방산, 하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이다.
반면 삼투성 설사는 장관내에 흡수가 잘 안되거나 흡수가 불가능한 물질의 농도가 높을 때 장관내 삼투압의 증가로 인해 수분이 혈액에서 장관내로 이동하여 발생한다. 삼투성 설사는 삼투압을 발휘하는 물질인 포도당, 갈락토오스 등이 삼투압 현상을 일으킬 때 발생하며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면 설사가 발생하는 유당분해효소 결핍증에서 삼투성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금식을 하거나 원인물질 섭취를 중단하면 설사가 호전되는 것이 삼투성 설사의 중요한 특징이다.
지방변성 설사는 지방 섭취장애에 의한 설사로 기름지면서 냄새가 독하고 변기에 묻은 변을 씻어내기 어려우며 체중감소와 아미노산이나 비타민과 같은 영양장애가 함께 동반된다.restmb_idxmake

원인

설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또는 장을 침범하는 기생충뿐 만 아니라 음식, 약물, 의학적 상태와 치료에 의해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1. 바이러스
많은 바이러스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데, 그들 중에는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영아에서 가장 흔한 원인), 인플루엔자, 노르워크종 (성인에서 가장 흔한 원인), 그리고 수 많은 장 바이러스가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 또는 감염된 사람에 의해서 전파된다. 감기와 마찬가지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바이러스에 의해서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다.

2. 세균
많은 세균이 설사와 관련이 있으며, 이중 쉬겔라(shigella), 살모넬라(salmonella), 콜레라 (cholera), 대장균(E.coli), 캠필로박터(campylobacter)가 가장 흔하다.
세균 감염에 의한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대장균에 의한 감염을 피하기 위해 육류를 위생적으로 운반, 보관, 조리해야 하고 날고기나 가금류를 다루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조리 후에도 모든 조리대나 조리 기구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조리된 음식들은 먹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3. 식중독
대개 식중독은 같은 음식을 먹은 후에 한 명 이상이 곧바로 같은 증상을 보일 때에 해당되며, 이러한 경우 대개는 질병에 이환된 환자들이 먹은 음식에 존재하는 세균이나 세균이 내는 독소가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2012071701842_0

4. 기생충
장에 기생하는 기생충 중에 지아르디아(giardia lamblia), 작은와포자충(cryptosporidium parvum), 회충, 촌충은 설사를 유발시킬 수 있다. 감염된 음식물을 다루는 사람들이 기생충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긴 하지만, 기생충은 주로, 오염된 물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게 되므로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5. 장질환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및 베체트장염은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며, 설사가 첫 증상으로 나타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설사와 함께 혈변이 동반되고 크론병과 베체트장염은 복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과민성대장증후군_증상일까요_(3)

6. 면역결핍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나 암 환자들은 면역계가 약화되어 있어 심한 설사를 보일 수 있다. 영양 부족으로 점막의 부종이 있어 흡수장애가 생기면 설사를 할 수 있고 또한 쉽게 감염되어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7. 스트레스
감정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장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며, 심한 스트레스나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설사가 유발될 수 있다.

8. 음식
특정 과일이나 콩, 커피 등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덜 익은 과일이나 상한 음식들은 정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에서 설사를 유발하며, 유제품을 먹고 설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9. 약
많은 약들이 부작용으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특이 항생제나 마그네슘이 함유된 제산제, 혈압약이나 심장약들이 설사를 일으킨다. 광범위 항생제의 경우 정상적인 세균총이 줄어들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세균이 증식하면 항생제 연관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진단

1. 증상
만성 설사의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는 검사법은 매우 다양하고 일부는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침습적이다. 설사를 시작한 시점, 설사기간, 악화시키거나 호전시키는 인자(특히 음식) 및 설사의 양상을 확인해야 하며 변실금 유무, 고열, 체중 감소, 복통 또는 여행, 약물 및 설사환자와의 접촉 여부, 기타 장관외 증상인 피부변화, 염증성 장질환, 관절통, 경구 아프타 궤양 등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특히 대변의 특징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양이 많은 대변은 흡수장애나 분비성 설사를 시사하고 기름지고 냄새가 많이 나면서 물로 잘 씻어지지 않는 대변은 흡수장애에 의한 지방변을 의미한다. 혈변이나 농이 섞인 대변은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점액변이 있는 경우는 염증성 장질환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양이 많지 않으면서 급박성이나 복통이 있는 경우는 대장이나 직장병변의 가능성이 있고 변비와 교대로 나타나는 설사는 기능성 설사의 가능성이 높으며, 야간에 나타나는 설사는 기질적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약물이나 식이습관에 대한 병력 역시 중요하다. 솔비톨과 같은 비흡수성 당분(껌이나 캔디에 포함)의 복용력, 하제나 카페인 섭취 및 음주력의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2주 이내에 항생제 복용력이 있으면 장내 세균의 변화에 의한 항생제 유발 설사나 위막성 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유나 유제품 섭취와 동시에 발생하는 복부팽만, 가스, 및 설사는 유당불내증의 가능성이 있다.환자의 기저질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당뇨 환자에서 동반된 자율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당뇨성 설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면역결핍 환자들에서는 만성 감염성 설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위수술이나 담낭절제술과 같은 수술력을 확인하고 여행력이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을 음용한 경우에는 아메바나 기생충 감염같은 만성 감염성 설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과민성대장증후군_증상

2. 검사
환자의 병력, 상태 등에 따라서 말초혈액 검사, 대변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방사선적인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또는, 어떤 특정 질환이 의심될 때 치료의 시도는 가끔 비용 효과면에서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젊고 건강한 만성 수양성 설사 환자에게 금식을 시켜보았을 때 설사가 멎으면 유당제한 식이를 시도하거나, 산에 야영을 하고 온 환자에게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써보거나, 회장절제 후 식후 지속적인 설사를 하는 환자에게 콜레스티라민이라는 약제를 사용해 해볼 수 있다. 즉,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의 설사를 보이는 환자가 왔을 때, 환자의 의무기록을 확인하고 자세한 복부 검진을 포함한 신체 검진을 시행하게 되며, 실제로 설사가 문제가 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그 후에 기질적 문제에 의한 설사인지, 기능성 혹은 만성 설사인지 혹은 짧은 잠복기를 지니는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에 의한 설사인지를 결정하게 된다.과민성대장증후군_증상과_치료_00006

치료

급성 설사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저절로 회복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감기처럼 며칠 앓고 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질환이다. 그렇지만, 심하거나 지속되는 설사의 경우, 탈수를 막기 위해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 (나트륨, 칼륨과 같은 혈액 화학 물질) 공급이 필수적이다. 경증 탈수에 있어서는 연한 주스, 일반적인 청량음료, 묽은 수프, 안전한 물이 권유된다. 사과 주스나 소다수는 좋지만 감귤류 주스나 알코올 음료는 좋지 않다. 해외에서는 안전한 물에 용해시켜 설사가 호전될 때까지 마실 수 있는 전해질 가루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것을 찾을 수 없다면 물 1리터에 설탕 6티스푼과 소금 1티스푼을 섞은 용액을 만들어 과일 주스 1-2컵과 함께 마시면 된다. 매우 심한 경우에 페디알레이트(pedialyte)와 같은 수분 보충 용액이 필수적인데 특히 아이에 있어서 더욱 필요하다.1설사
장을 느리게 움직이게하는 약제에는 디페녹실레이트(dephenoxylate)와 로페라마이드(loperamide)라는 약제 뿐만 아니라, 진통제와 마약성 진정제가 포함된다. 이 약들은 일시적이지만 신속하게 장내 근육의 경련을 줄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약들은 합성 마약이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며칠 동안만 사용되어야 하고, 오랫동안 사용해야 할 경우 의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박테리아가 설사의 원인이라면 이러한 치료제들을 사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사제로 설사는 멎지만 세균은 체내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원칙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상태에 맞게 식이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성 설사의 치료 원칙은 원인질환을 찾아 이를 교정해 주는 것이다.
만성 설사 환자에서 경험적 치료를 하는 경우는 1)진단적 검사 전에 일시적인 증상호전을 위하여, 2)진단적 검사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였을 때, 그리고 3)진단을 하였으나 특이적 치료가 없거나 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만성 설사의 원인으로는 감염성 설사의 가능성이 적으므로 항생제의 사용은 그 유용성이 적다.

특정한 경우의 설사

1. 여행자 설사
제 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을 여행할 때는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주로 여행 중 혹은 귀국 후 며칠 이내에 시작하게 되는데, 만약 여행자 설사가 귀국 후 발생하면 친근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여행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행자 설사가 생기면, 쥐어짜는 듯한 통증, 몸이 붕뜨는 느낌, 미식거림, 근육통 등이 생길 수 있고, 가끔 고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화장실에 너무 자주가서 탈진하고 변이 완전히 물처럼 쏟아져 완전히 기운을 잃는 증상이 3~4일에서 1주일간 지속될 수 있다.20080704140834654
여행자 설사는 어떤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제 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발생한다. 설사를 유발하는 박테리아 혹은 독소가 오염된 물이 있는 지역, 오염된 하수도 시스템, 부적절하게 음식을 만지거나 준비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인데, 특히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멕시코 등이 고 위험 지역이다. 여행 중에 어떤 음식이든지 덜 익은 음식을 먹는 것은 위험하며, 특히 길거리 음식, 물 등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자 설사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익히거나, 끓이거나, 껍질을 벗겨낼 수 없다면, 그 음식은 잊으라”는 속담을 따르는 것이다. 끓이지 않은 수돗물은 직접 마시지말고 얼음이 들어있는 음료수들도 주의해야 한다.

2. 항생제 유발 설사
항생제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었고 감염성질환에서 빠른 회복을 경험하고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항생제의 사용으로 정상 세균총의 일부도 함께 박멸되어 보다 유해한 균이 장관 내에 자라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항생제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항생제 관련 설사의 빈도도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항생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5~25%에서 발생한다.
항생제 관련 설사의 위험 요인은 좁은 범위의 항생제보다는 광범위 항생제나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함께 쓸 때 많이 발생한다. 주로 고령의 환자에서 잘 발생하고 면역이 떨어져 있거나 건강상태가 나쁜 환자에서 건강한 사람에 비해 흔히 생길 수 있다.
항생제 관련 설사는 항생제에 노출 후 2~8주 뒤에 장내 정상세균총의 파괴에 의해 발생하며, 항생제 관련 설사가 발생하면 입원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비가 상승하며 사망률이 증가할 뿐 아니라 병원 내 감염의 기회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설사는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고 자세한 문진과 신체검진 및 대변검사로 감별진단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혈액검사나 내시경 및 영상의학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가장 도움을 주는 것은 대변의 특징을 잘 확인하여 감별하는 것이고, 영양상태나 체중감소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여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신선하게 음식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행지에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갑작스런 설사로 고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일단 설사가 발생하면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도록 노력하고 탈수가 있거나 기운이 없어지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1주 미만의 급성 설사의 흔한 원인은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장염, 식중독, 여행 중 설사, 항생제나 항암제 부작용 등이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성 장염이다. 대부분은 증상이 가볍고(설사 횟수가 많지 않고 양이 적음) 며칠 내에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혈변이나 발열이 있는 급성 설사인 경우 감염성 질환이 많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만성 설사

만성 설사는 일반 인구 100명 중 3~5명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다. 이 경우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거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 술, 항생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설사가 나타나며 원인이 되는 물질을 끊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그 외의 많은 원인 질환이 설사를 유발한다. 설사와 더불어 피로, 발열 등 전신 증상이 같이 있으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은 복부 통증과 경련, 배변 활동 변화를 포함하는 질환이다. 이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염증성 장질환(IBD)과 구별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진단방법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는 제외 진단을 시행하며 검사 전 미리 과민성 대장 증후군 발병 원인을 제외시킨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원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예로 들어 대장 근육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장이 늘어나거나 움직임이 있을 때 더욱 더 민감해지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대장 구조에는 문제가 없다.
스트레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장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뇌와 연결되어 있다. 이 신경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발하게 작용하며 대장을 압박하고 수축시킨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환자의 경우 이 신경에 대장이 예민하게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은 나이에 상관없이 발생하지만 주로 사춘기 혹은 이른 청년기에 시작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여성한테 더 빈번히 일어나며, 호주인의 6명 중 1명이 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의 증상을 겪고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
증상은 가볍기도 하고 심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벼운 증상을 겪으며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복부 통증, 포만감, 가스, 복부팽창이 최소 6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통증과 다른 증상들은 아래와 같다:
• 식후 발병
• 산발적
• 배변 후 감소 또는 사라짐
• 변비와 설사 모두 경험. 대부분 둘 중 하나를 계속 겪음.
• 빈번하게 발생하는 헐겁고 수분 가득한 설사. 제어하기 힘든 급속한 배변 신호. 잠결에도 발생하는 배변 신호.
• 변비의 경우 드물고 힘든 배변 활동. 배변 시 압력과 경련. 배변 실패 혹은 적은 양의 배변.

▶ 과민성 대장 증후군 검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을 진단하는 검사는 없다. 하지만 대변 배양 검사를 통해 대장 감염(대장염)을 진단하고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소장 흡수 장애(셀리악병,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와 비슷한 대장염, 암과 같은 대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아래에 나온 증상을 겪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환자에게 특히 필요하다:
• 늦은 나이에 증상 시작 (예: 40-50대 후반)
• 체중 감소 또는 피가 섞인 대변
• 적은 헤모글로빈과 철 결핍성 빈혈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를 위한 생활 습관
진단 후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증상 완화를 위해 치료를 해야 한다.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의 여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예로 들어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습관은 불안감을 낮추고 대장 활동을 완화시킨다.
식이요법 변화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에 도움이 되는 특정한 식이요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와 같은 변화는 도움이 될 것이다:
•대장을 자극하는 음식과 음료수를 피한다 (카페인, 차, 콜라)
•과식을 피한다
•밀, 호밀, 보리, 초콜릿, 우유 제품, 알코올을 피한다
•섬유질 섭취를 늘린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
처방전 없이 약품을 구입하기 전에 담당 일반의사(GP)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특정 약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대체 의약품이 필요하다. 담당의가 추천할 약품에는 디페녹실레이트, 아트로핀(로모틸®), 로페라미드(이모디엄®, 개스트로스톱®)이 있다. 이러한 약품들은 화학 플러그로 작용하며 감염에 의한 설사인 경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경련을 동반한 통증이 주요 증상인 경우 장근육을 이완시키는 히오신(부스코판®)이 도움이 된다. 섬유소 보충제는 변 유체 농도와 메탄 발생을 증가시켜 경련을 동반한 통증과 설사를 유발하면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유의사항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은 평생 질환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일, 여행, 사회 활동 참여가 감소하거나 불가능해 질 수 있다.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거나 완화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은 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지 않으며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과도 연관이 없다.

<쥬라기 월드>극장가 강타

14년 만에 <공원>에서 <월드>로 스케일을 늘려 개봉된 공룡 시리즈 영화, <쥬라기 월드>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 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볼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공룡 영화가 또 나왔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4편이나 나왔다면 식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듯 하지만 이번에 나온 영화는 관객 동원에서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jvgo0n7hitxnpfuxplmc
1993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쥬라기 공원’이 개봉했을 당시 스크린 속에 재현된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공룡을 되살려낸 할리우드의 놀라운 기술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1993년의 센세이션 효과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이후 4년 주기로 선을 보인 ‘쥬라기 공원’의 2편과 3편은 1편 만큼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특히3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또, 나왔어?”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을 만큼 ‘쥬라기 공원’은 식상한 프랜차이즈의 한 부류로 전락하는 느낌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14년이 지난 2015년, ‘쥬라기 공원’이 새롭게 포장되어 선을 보였다. ‘공원’이란 타이틀을 빼고 ‘월드’를 붙여 ‘쥬라기 월드’로 말이다. 14년의 시간 동안 세상은 정말 많이 변하였다. 1993년 1편이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PC통신을 통해 대중들은 새로운 신천지를 맛보았고, 1997년 2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망망대해가 펼쳐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후 3편이 개봉한 2001년은 각 집안마다 광대역 인터넷이라는 당시로선 어마무시한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각종 동영상을 스스럼없이 다운받고 감상하는 시대가 도래했었다. 2015년은 14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기술의 신천지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젠 집에서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돌아다니는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고, 확장된 이동성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시도되는 시대다. 바로 이때 공룡들이 돌아왔다. htm_20150613143635c020a0111993년 개장도 못 해 보고 문을 닫아야 했던 ‘쥬라기 공원’은 22년 만에 ‘쥬라기 월드’로 재개장했다. 공원(park)에서 세계(world)로 확장된 외연만큼 더 크고, 더 무섭고, 더 사나운 종들이 대거 등장한다. 덕분에 하루 입장객만 2만 명이 넘는 지상 최대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지만 경영진은 더 쎈 공룡을 원한다. “20년 전엔 공룡을 신기해했지만 이제는 시시해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신상’ 공룡을 내놓아야 했다.
이 과업을 이어받은 것은 1편에서 공룡을 부활시킨 존 해몬드 박사의 손녀인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억만장자 사이먼(이르판 칸)이다. 이들은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하이브리드 공룡을 만든다(다들 삼성 휴대전화를 들고다닌다). 이곳에서 태어난 공룡들은 정교하면서도 현란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22년 동안 쥬라기 공원을 지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동물 사냥 쇼를 선보이고, 몸 크기만 20m에 달하는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는 공중에 매달린 백상아리를 한 입에 먹어치운다. 타조처럼 광야를 질주하는 갈리미무스나 하늘을 뒤덮는 익룡 프테라노돈 등 그야말로 육해공이 공룡 천지다. 투명한 원형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 자이로스피어를 타고 평원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과 공룡의 공존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유전자 조작 실험 단계인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면서 쥬라기 월드의 평화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난다.
지능이 뛰어난 이 공룡은 온 벽에 발톱 자국을 내 이미 탈출한 것처럼 사람을 유인하는가 하면 카멜레온 마냥 주변 환경에 동화되는 위장술을 쓰기도 한다. 생각하는 공룡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공룡인 셈이다. 얼굴 근육을 움직여 표정 연기까지 가능해진 공룡은 때론 순진하게, 때론 포악하게 변신하며 사람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초유의 사태를 맞은 주인공들은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한다. 전직 군인 출신의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은 그간 쌓아온 랩터와의 교감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다. 적에서 동지로 변신한 랩터는 신뢰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분 단위로 컴퓨터와 전광판을 들여다보며 수치에 의존하던 클레어는 이성 대신 감성을 따라 행동하며 난관을 돌파한다. 반면 조카 자크(닉 로빈슨)와 그레이(타이 심킨스)의 무기는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영화 곳곳에 심어둔 1편에 대한 오마주다. 할아버지로부터 습득한 지식은 고비 때마다 그들을 돕는다. 공룡의 아버지 헨리(B.D.웡) 박사의 재등장이나 빈티지가 된 쥬라기 공원 티셔츠 등은 1편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한 보너스이자 기존 관객과 신규 관객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thumImage
첫 장면에서 알을 깨고 탄생하기 직전의 공룡의 눈동자를 클로즈업 시키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암시하더니 바로 다음 장면에서 거대한 공룡의 발이 클로즈업 되는 듯하면서 초반부터 겁을 주려 한다. 하지만 동네에 돌아다니는 새의 발을 클로즈업한 장난꾸러기 같은 이 장면은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임을 단번에 알려준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에 의해 화려하게 꾸며놓은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재난 상황을 자초한 장본인들은 여지없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공룡들의 액션은 발전된 기술에 의해 더욱 실감나게 연출된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쥬라기 월드’의 출연진도 세월의 흐름에 맞춰 당연히 바뀌었다.
샘 닐에 이어 새로운 주연으로 발탁된 크리스 프랫(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은 거친 섹시미가 돋보이는 배우)은 젊어진 영화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영화에 선을 보이는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론 하워드 감독의 딸로도 유명한)도 귀여우면서 억척스러운 매력을 선사한다. 2011년 영화 ‘언터쳐블’로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던 프랑스 흑인 배우 오마 사이의 모습 또한 오랫만에 접할 수 있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디지털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도 아날로그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어린 세대인 그레이(타이 심킨스)가 유달리 아날로그 제품들에 관심이 많고 20년 이상 묵힌 지프를 고치는 설정은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서가 결합된 서비스나 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기도 한다.
1975년 ‘죠스’를 통해 블록버스터의 개념을 창출한 스필버그는 ‘쥬라기 월드’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블록버스터 정신을 발휘한다. 극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서 ‘쥬라기월드’는 손색 없는 명품이다. 식상했던 아이템을 신선하게 복원시킨 할리우드의 기획력과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jurassic-world_still-110-900x450

북미에서는 개봉 첫날인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8195만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 역대 개봉일 성적 3위를 기록했다.
실감이 안 난다면 몇 가지 예가 있는데, 첫째로 《쥬라기 월드》는 개봉 3일간 “예상”성적이 1억 달러였다. 즉 흥행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는 말. 현지시각 6월 14일 기준으로 이미 《쥬라기 공원 3》의 북미 흥행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쥬라기 공원 2》도 뛰어넘을 건 기정사실. 사실상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란 타이틀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였으니…
6월 15일 집계된, 대망의 월드와이드 성적은 무려 5억 2410만 6270달러로 개봉 첫 주에 2주 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 왕좌에 군림하고 있던 《샌 안드레아스》를 끌어 내리고 그 주말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개봉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서 제작비를[10] 모조리 회수해버리는 것도 모자라 손익분기점마저 돌파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경제학의 부스러기

<경제학에서의 합리성>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논리를 진행해나갑니다. 그리고 경제학에서 유도하는 대부분의 이론적 결론도 합리성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합리성을 근거로 경제학에서 유도된 결론들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경제학이 바탕으로 하는 경제주체의 합리성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유도된 각종 결론들도 잘못 됐다는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합리성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이 전제로 하고 있는 합리성 가정은 ‘모든 경제 주체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학에서는 ‘대표 경제주체’(representative economic agent)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소비자인 경우에는 ‘대표소비자’(representative consumer)가 되고, 생산자인 경우에는 ‘대표생산자’(representative producer)가 됩니다. 그리고 경제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합리성에 대한 가정은 이 대표 경제주체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 경제주체는 어떤 사람일까요? 대표 경제주체는 일종의 그룹이나 무리를 대표하는 사람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가령 n명으로 이루어진 소비자 그룹이 있다고 할 때, 이들을 대표하는 소비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비량이 가장 많은 소비자가 대표가 될 수도 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그룹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대표는 평균 정도에 해당되는 소비자일 것입니다. 물론, 평균이 그룹을 대표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만, 그나마 평균이 개별 경제주체의 편향성을 줄이고 그룹의 특성을 가장 반영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그룹의 평균적인 소비자를 ã라 하면, 경제학에서 합리성을 요구하는 것은 n명의 모든 소비자들이 항상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표 소비자인 ã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사해 보이지만, 이 둘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가정은, 한 사회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소비자만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항상 똑같이 행동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구성원은 다른 사람과 얼마든지 다르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원이 있으면, 모든 구성원이 항상 합리적인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가정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평균적인 소비자를 전제하면, 소수의 예외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소비자의 행동은 거의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은 아래 그림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림에서 붉은색 원안에 그려진 화살표와 같은 예외적인, 큰 흐름과는 맞지 않는 현상이 현실에서는 항상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하지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일부 소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우측 윗 방향으로 향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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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합리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위의 그림에서 붉은 원 속에 있는 화살표와 같이 전체 방향과 맞지 않는 예외적인 사례가 있으므로 합리성을 전제로 한 경제학 이론도 잘못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작은 화살표가 모두 동일한 방향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입니다.

가령, 어떤 소비자는 상품 a보다 b를 선호하고, b보다는 c를 선호한다고 할 때, 만약 이 소비자가 ‘합리적’이라면, 당연히 이 소비자는 a보다는 c를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즉, a≺b이고 b≺c이면, a≺c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합리성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a≺b이고 b≺c인데, a≻c인 경우입니다. 또한, a≺b인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항상 이런 선호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소비자는 소주와 맥주 가운데, 소변 문제 때문에 거의 항상 소주를 맥주보다 선호하지만, 운동경기 직후라면, 이 소비자는 소주보다 맥주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소주보다 더 큰 효용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b라는 선호체계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고, 이는 처음 전제로 하고 있는 합리적인 소비자 가정과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이 소비자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식선에서 판단할 때, 이 소비자의 행동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소주와 맥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할 때, 소비자가 직면한 상황과 무관하게 항상 소주를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무리한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개인들의 행동들을 심리적 및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입니다. 행동경제학은 미국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심리학과 연계시켜 분석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1970년대 시작됐습니다. 캐너만(Kahneman)과 트버스키(Tversky) 같은 학자들이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들입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 자제심, 이기심을 부정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 비자제적, 비이기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완전 합리적, 완전 자제적, 완전 이기적이라는 점만을 부정할 뿐이다.” (행동경제학, p. 35)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행동경제학은 ‘모든’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성이 지켜지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므로, 합리성에 바탕을 둔 경제이론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이 전제로 하고 있는 합리성을 오해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동안 경제학이 가정했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a≺b이고 b≺c이면, a≺c인 선택을 합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일부 예외적으로 합리적이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혹은 동일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합리적으로 흘러갑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학은 다수(majority)에 대한 학문이지 개별 구성원(everyone)에 대한 학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행동경제학에서 추구하는 내용 자체를 보면, 그동안 경제학에서 전제로 하고 있던, 다수의 학문이라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학 이론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이유도 이러한 오해에서 비롯된 경향도 일부 있는 듯합니다. 어떤 원칙을 만들 때,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하지 않는 수학에서는 있을 수 있는 모든 사례를 모두 포함하는 아주 일반화된 원칙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원칙이나 정리 등은 아주 일반적이면서도 모든 경우를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해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경제학도 모든 경우를 모두 포함하려면 당연히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수에 대한 합리성만을 가정하면, 경제학이 수학적으로 아주 정교하고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어긋나 있는 화살표들까지 모두 포함하기 위한 수식을 찾아내려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만, 동일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다수의 화살표만를 대상으로 한다면, 동일한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 하나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 흐름만 나타낼 수 있으면, 경제학이 지금처럼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수학적으로 정교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합리성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문제가,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할 때 누구 입장에서 합리적인가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사례를 고려해보겠습니다. 어떤 여학생의 가정은 형편이 어렵습니다.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금액의 학자금 대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고가의 핸드백과 고가의 화장품을 소비합니다. 이 학생의 행동은 합리적일까요 아니면 비합리적일까요?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 여학생의 행동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가정 형편도 어렵고 학자금 대출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절약하고 아껴 쓰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학생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시 고려해보겠습니다. 해당 학생은 소비를 하기 전에, 현재에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소비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만약 미래를 중시 여기는 학생이라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통해 미래에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더 늘리려고 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행동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미래의 소비보다 현재의 소비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 보다는 현재 소비를 늘릴 것입니다. 또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고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저가의 가방과 저가의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주위의 사람들이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학생의 경우, 비록 부담은 되지만, 고가의 핸드백과 화장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효용이, 절약하고 아껴 생활하면서 얻는 효용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해당 여학생의 행동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자신의 만족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소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합리성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측면에서의 합리성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이런 논쟁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합리성과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여학생의 행동이 비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회의 시각일 뿐입니다. 해당 학생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뿐입니다. 여학생의 이런 행동을 사회적인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거나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여학생의 행위는 아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 논의되는 많은 합리성과 관련된 논쟁들을 보면, 엄밀한 의미에서 혹은 학문적 측면에서의 합리성이라기보다는, 사회 통념에 맞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와 더 밀접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전제의 의미>

1.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세상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자원이 부족하다는 뜻일까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것을 뜻하므로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부족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무엇이 부족하거나 풍족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의미보다는 상대적인 의미를 가지는 개념입니다. 그릇에 물이 반밖에 안 차 있다면 부족한 것이고, 가득 차거나 넘친다면 풍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릇의 크기가 모두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그릇에는 넘치는 양의 물도 더 큰 그릇에 담는다면 부족하게 됩니다. 사람도 이와 동일합니다.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훨씬 많은 돈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부족하다거나 풍족하다고 이야기할 때의 ‘부족하다’라는 말은, 그릇과 같이 부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뜻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혹은 충분치 않다고 이야기할 때도 그 판단의 기존이 필요합니다. 예시의 하나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 인구는 약 70억명 정도이고, 곡물 생산량은 22억 톤 가량 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소비 가능한 곡물량은 0.314톤이 됩니다. 1인이 1년에 314kg의 곡물을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육류 소비가 많지 않던 1970년에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했던 곡물량이 219㎏였습니다. 따라서 300kg라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소비량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곡물 생산량만을 기준으로 1인당 소비량을 판단해보면, 지금 우리가 생산하는 곡물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수없이 많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에서 자원이 풍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의 ‘부족’의 기준은, 먹어서 배가 부르는 것과 같은 생물학적으로 먹을 수 있는 물량이 그 기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자원이 풍족하지 않다고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들의 욕구, 욕심이 기준이 됩니다. 돌려 말하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모든 사람들이 먹고 살 만큼 부족하지 않게 생산되지만, 사람들의 욕구와 욕심을 모두 채울 만큼 풍족하지는 않다는 의미가 됩니다. 사람들의 욕구 혹은 욕심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세상에는 곡물 대신 육류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1kg의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kg 이상의 곡물이 필요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1년치 만큼의 곡물이 아니라 재난에 대비해 3년치 곡물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은 1년에 314kg으로는 부족하고 600kg 이상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행위가 사람들의 욕구이고 욕심에 해당됩니다.

좀더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교실에 60명의 학생이 있고, 과자가 100개 있다고 할 때, 선뜻 생각하기에 과자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학생 1명당 1개 이상의 과자는 나누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1∼2개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3개를 먹어야 욕구가 충족되는 학생도 있고, 5개를 먹어야 욕구가 충족되는 학생도 있습니다. 또한, 10개 이상을 먹어야 욕구가 충족되는 학생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 동생에게 주기 위해 6개의 과자가 필요한 학생이 있을 수도 있고, 내일 먹을 과자까지 4개의 과자가 필요한 학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침을 안 먹은 학생도 추가적인 과자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욕구를 모두 반영한 물량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1인당 1∼2개 먹을 수 있는 과자의 수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과자의 수는 300개가 될 수도 있고, 500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에는 당연히 과자가 부족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자원이 희소하다 혹은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절대적인 자원의 양이 부족하다라기보다는, 사람들의 모든 욕구와 욕심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 혹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욕심을 모두 충족시켜줄 만큼 자원이 풍부한 세상, 혹은 자원이 무한히 공급되는 세상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인류가 겪고 있는 자원 부족 문제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이라는 학문도 영원히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누군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우리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시작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의 출발점인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갖지 않는 한 불평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더 갖는 사람이 생기면, 반드시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더 많이 가지면, 다수의 사람들이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때는 먼저 부를 가져가는 사람이 큰 이익을 보게 됩니다.

가령, 100명으로 구성된 사회의 전체 자산이 200이라고 할 때,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가지면, 1인당 2의 자산을 가지게 되고 자산이 0인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 있어서 20을 가져가게 되면, 이제 99명이 남아있는 180의 자산을 나눠가져야 합니다. 90명이 자산이 2씩 가지면 나머지 9명의 자산은 0이 됩니다. 자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20의 자산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빼앗아오지 않는 한, 이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산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자산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20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자산을 나눠줄 리도 없습니다. 결국 이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산을 가지기 어렵게 됩니다. 노력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Well-I-Left-You-Half

<출처: http://www.ahhthesimplelife.com/why-simple-living-is-better-for-everyone/>

자산과 분배와 관련된 위의 이야기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난이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가난이 개인적인 문제가 되려면, 개인이 가난해지는 원인이 개인들이 게으름을 피우거나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라야 합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는 게으르고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벽 같이 일어나 일을 나가고,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합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렇게 열심히 삶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산을 가지지 못한 데 있기 때문에 이들이 직면한 가난이라는 문제를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이들이 가난한 것은 이들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정된 자산을 가지지 못한 데 따른 원인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가지지 않는 한, 누군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는 사람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자원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자원을 협소하게 해석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상품의 재료를 뜻할 수도 있지만, 광의로 해석하면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자원을 적게 가진 사람은 그만큼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게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자원 혹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원이 소수에게 집중될수록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만큼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의 가난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은 본질적으로 자원을 가져갈 기회를 잃은 누군가를 구조적으로 가난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가난은 개인들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개선의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말의 두 번째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잘 살고 못 살고는 개인들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정 정도는 개인의 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총량에 한계(자원이 한정돼 있다)가 있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모든 사람이 모두 일정한 부를 창출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수준 혹은 작은 규모에서의 개인적인 노력은 쉽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사회적으로 큰 자산이나 부를 얻기 위한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개인들의 노력의 합이 총량의 제한을 받지 않을 때는 개인들의 노력이 쉽게 보상 받을 수 있지만, 총량에 제한을 받게 되는 순간 개인들의 노력은 보상 받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바로 자원의 총량,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구성원이 10명으로 이루어진 자원 규모가 100인 사회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사회가 가진 자원을 10명에게 분배하는데, 5명에게는 10개, 나머지 5명에게는 5개씩 분배를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75(=5*10+5*5)가 분배되고, 25개가 남습니다. 아직까지는 총량에 제한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10개 가진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노력을 더 해 35개를 얻고, 나머지 네 명은 이전과 동일하게 10개를 가져가고, 5개를 가졌던 사람들도 이전과 동일하게 5개씩을 가져간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전체 100개의 자원은 모두(100=1*35+4*10+5*5) 분배되고 여유분 또한 없어지게 됩니다. 이 수준까지는 개인들이 노력을 하면, 과거 10개를 가져갔던 사람이 노력을 통해서 35개로 자원의 갯수를 늘렸듯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다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여유 자산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제 자원을 5개를 가진 사람이 다소 늦었지만, 더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노력을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사회적으로 여유 자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부를 빼앗아오지 않는 한, 이 사람이 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다른 사람의 부를 강제로 빼앗아오지 않는 한 개인들의 노력만으로 자신의 부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사라지게 됩니다. 부의 총량이 한정되어 더 이상 늘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 혹은 기회가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달리 말하면, 개인들이 노력을 하더라도 자원의 총량이 제한을 받으면, 개인들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가난이나 빈곤이 철저하게 개인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했던 이전 글과도 서로 통하는 내용입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글자 그대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원이 배분되어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들의 노력은 부를 만들어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자원이 한정돼 있고 분배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개인들이 노력한다고 그 상황이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력한다고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자원이 한정돼 있는 전제의 세 번째 의미입니다.

4. 분배체계가 필요하다

경제의 가장 큰 전제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임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는 한정된 자원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말의 네 번째 의미는 분배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 자원이 충분하다면 별도의 자원을 분배할 장치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분배해야 합니다. 분배방식은 무수히 많습니다. 강제로 동일하게 분배할 수도 있고, 선착순으로 분배할 수도 있고, 시험을 치러 그 결과에 따라 분배할 수도 있고,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순으로 분배할 수도 있고, 특정한 숫자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 분배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학교에서의 성적이나 학점이라는 자원은 시험 결과에 따라 배분됩니다. 또한,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법시험을 통과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분배됩니다. 유명화가의 그림은 소더비 등의 경매기관을 통해 가장 고가를 부른 사람에게 분배됩니다. 일부 공립유치원은 신청한 순서에 따라 유치원생의 입학이라는 자원이 분배됩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부분 자원은 한정돼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분배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배방식은 자원의 특성, 사람들의 선호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분배방식에는 그 분배방식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인류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분배방식을 채택해왔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채택한 가장 일반적인 자원 분배 방식은 바로 ‘가격(price)’를 통한 분배 방식입니다. 가격을 통한 분배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지불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원을 분배한다’는 것입니다. 즉, 누군가 자원을 분배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격을 지불하지 못 한다면, 그 사람은 해당 자원을 구매하지 못 하게 되어 자원을 획득하려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년 등록금이 500만원인 대학이 있다고 할 때, 해당 대학에 입학이라고 하는 자원은, 등록금이라는 ‘가격’을 지불한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분배됩니다. (시험 성적에 의한 합격 이후의 문제입니다.) 즉, 500만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학생이라는 자원이 배분됩니다. 이제 대학 정원은 한정돼 있는데, 입학하려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런 경우,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등록금이라는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으로 두 배 오르면,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대학 입학이라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등록금 1,000만원에도 입학하려는 사람이 많다면, 등록금은 1,500만원으로 올라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탈락하게 됩니다. 가격을 책정하고, 해당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시장 가격을 통한 자원의 분배방식입니다. 따라서 ‘가격을 통해 자원을 분배한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해당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경쟁에서 탈락시키겠다는 것이 됩니다. 우리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고 있는 ‘가격’의 가장 큰 역할은 해당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일입니다.

자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당연히 자원의 가격은 올라가고, 상승한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부터 자원 획득 경쟁에서 탈락하기 시작합니다. 한정된 자원과 그 자원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맞을 때까지 가격은 계속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된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 자원이 배분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격을 통한 자원의 분배 방식은 철저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가격을 통한 분배는 철저하게 부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분배방식입니다. 왜냐하면, 부자일수록 높은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고, 그에 따라 자원을 획득할 기회가 많아지고, 그 결과 다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로 공급이 증가한다면, 더 낮은 가격에 해당 자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을 활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켜 가격을 낮추고 공급을 늘릴 경우, 많은 사람들이 해당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량 생산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대량 생산이 되지 않았다면,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소수의 부자들만 해당 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혁신 등이 이루어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자원 분배과정에서 탈락되는 일 없이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량 생산이 생산자에게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켰지만,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시켜 주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

[1]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도록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어려움 속에 살아갑니다. 한평생 돈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벌려고 몸 아픈 것도 참아가며 일을 합니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모두가 돈 걱정 없이 고생하지 않으며 잘 살 수 있는 ‘천국’을 생각해봤을 수 있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 말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천국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그림을 그리듯, 천국의 모습을 한 폭의 도화지 속에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모두가 온화한 모습으로 행복한 모습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세상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걸까요.

[2] 경제적으로는 천국을 정의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살고, 모든 것이 풍족하여 부족함이 없으며,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세상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을 다를 겁니다. 경제적인 천국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이런 세상이 되려면, 먼저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3] 첫째, 모든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가 무한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A라는 사람도 풍족하게 사용하고, B라는 사람도 풍족하게 사용하려면, 해당 상품의 공급이 한정돼 있지 않고 무한해야 합니다. 자원이 무한해야만 언제든지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가질 수 있습니다. 자원이 무한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어떤 형태로든 분배 체계가 필요해지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이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고 덜 가지는 사람이 생겨나게 됩니다. 다시 불평등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누구나 필요할 때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원이 무한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공짜 혹은 무료로 무한히 제공되어야 합니다.

[4] 에너지도 무한해야 합니다. 석유나 석탄과 같이 고갈되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써도 써도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빵이나 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배 고플 때 혹은 먹고 싶을 때,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빵과 고기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5] 자원이 무한히 공급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원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게 됩니다. 내가 자원의 일부를 소유하거나 소비하더라도 무한히 공급되고 있고, 다른 사람들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자원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을 더 소유하려고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원이 무한히 공급되면, 소비의 배제성(exclusiveness in consumption)도 성립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즉, 내가 빵을 먹었다고 누군가가 먹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사회에서는 자원을 분배할 사회적 장치도 필요 없게 됩니다. 가격도 필요 없고, 시장도 사라지게 됩니다.

[6] 둘째는 모든 상품 생산이 자동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들은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집니다. 가령, 우리가 고기를 먹고 싶다면, 누군가는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누군가는 도축을 해야 하며, 누군가는 도축된 가축을 먹기 편하도록 손질해야만 합니다. 또한, 손질된 고기를 우리가 살 수 있는 장소까지 배달해주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빵을 먹고 싶다면, 누군가는 밀을 키워야 하고, 누군가는 수확을 해야 하며, 누군가는 수확된 밀을 가루로 만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가루로 만들어진 밀을 반죽하여 빵으로 구워야 합니다.

[7]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일 하기 싫어한다면, 자원이 아무리 무한히 제공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소비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어떤 사람도 가축분뇨 냄새를 맡으며 가축을 사육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사람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벼를 키우고 밀을 재배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축을 도축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며, 뜨거운 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빵을 굽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런 활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자발적인 활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의 양은 많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풍족하게 소비할 만큼 무한히 생산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8] 따라서 그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자원이 무한해야 할 뿐 아니라, 자원을 이용한 상품 생산 과정도 완전 자동화되어야 합니다. 공상과학영화 등에서 보이는 자동화된 음식제조기 등이 존재하여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음식을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의 노동에 의존하여 상품이 만들어진다면, 누군가 그 노동력을 제공하여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무한히 만들어내지 않는 한, 모두가 풍족하게 살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노동력을 제공하던 사람이 더 이상 무언가를 생산하려 하지 않으면, 해당 생산물은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족한 상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누어줄 것인가라는 문제가 다시 대두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력에 의존해서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자동화되어야만 우리가 상상하는, 누구나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9] 따라서 경제적인 천국을, 누구나 필요할 때 풍족하게 사용하며 사는 세상이라고 전제한다면, 자원과 에너지가 무한해야 할 뿐 아니라, 생산과정 또한 모두 자동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 조건, 자원이 무한해야 하고, 에너지도 무한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조건부터 현실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조건입니다. 자원과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으면 분배의 문제가 다시 나타나고,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 누구에게 얼마만큼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배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 분배 체계가 모든 사람에서 동일한 양을 나누어주는 형태일 수도 있고,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은 나누어주는 체계일 수도 있고, 부자에게 더 많이 주는 체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든, 또 다시 많이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고, 적게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게 됩니다. 다시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심화되면 현재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 문제를 다시 겪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10] 이상을 종합하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천국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누구나 풍족하게 사용하면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세상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욕심 없이 착하게, 그리고 궁핍하고 불편하게 사는 세상일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욕심 없이, 가난하게, 그리고 불편하게 사는 세상이 과연 가능할까요? 자원과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고 사람들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세상에 경제적인 불평등이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극들이 발생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1] 사람들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남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바탕을 보면, 편하게 살고 싶고, 굶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살고 싶고, 더울 때 시원하게 살고 싶고, 추울 때 따뜻하게 살고 싶은 개인들의 욕구와 욕망이 모여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욕구와 욕망을 구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나와 우리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경제는 모든 사람에게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들을 어떻게 누구에게 줄 것인가 하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역시나 천국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의 효율성과 비효율성>

일반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됩니다. 하나는 자원의 낭비가 많은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원이 배분되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시장에 자원의 낭비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장경제 처제에서는 자원의 낭비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소비자와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생산자가, 각각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열심히 해도 그 결과가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든 생산자든 자신의 최선을 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노력의 대가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따라서 자원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경제에서는 자원이 상당히 효율적인 분배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측면, 즉,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사람에게 자원이 배분되는가 하는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란 분배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누군가에게 자원을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에서 그러한 분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격’입니다. 즉,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원이 분배됩니다. 문제는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과 해당 자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사례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많아서 남들보다 훨씬 넓은 토지가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해당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는 해당 토지가 누구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토지를 구매할 능력, 즉, 시장가격에 해당되는 토지가격을 지불한 여력이 없다면, 해당 토지는 그 사람에게 분배되지 않습니다. 해당 토지의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배분될 뿐입니다. 만약 해당 토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토지가 분배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토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몸이 많이 아파서 큰 수술을 하거나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해야 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의 경우도, 자신이 받아야 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면, 수술도 하고 목숨을 구하고 장기간 입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주위에 보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거나 돈이 없어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해 병을 악화시키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의료서비스 또한 토지와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배분됩니다. 가장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제공되었을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되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자원을 배분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오직 해당 자원의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배분된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분배 체계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학 교육 서비스도 동일합니다. 배우려는 열의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반드시 대학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려는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등록금이라는 대학 교육서비스의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입학할 성적이 되는 학생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주위에는 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아주 흔했습니다. 그만큼 대학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대학 교육서비스라는 상품도, 그 교육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우선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서비스의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배분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가 가장 효율적인 분배구조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가격을 통한 자원의 분배는 철저하게 부자에게 유리한 분배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가격을 지불한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합니다. 하지만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장 원하는 사람에게 배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경제가 현재까지 나온 다양한 경제 체제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의미에서 가장 효율적인 체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분배 시스템으로써의 가격의 역할>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무한합니다. 선착순으로 분배할 수도 있고, 시험을 치뤄 성적순에 따라 분배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권력자가 임의로 나눠줄 수도 있고, 시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나눠줄 수도 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누어줄 것인가는 경제학의 오랜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분배방식에 따라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되기도 하고, 사회주의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집에 아이들이 여럿인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 아이 정도는 대학에 보낼 정도는 되지만 모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형편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경우, 부모님들은 집안의 자산 혹은 재산을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전 부모님들은 큰 아들에게 집안의 가용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을 채택하고는 했습니다. 자산의 분배 권한을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자원은 시장이라는 기구를 통해 배분되지 않고 분배권한을 가진 부모님의 결정으로 분배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도 결국은 자원의 분배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경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효율성’입니다. 자원을 배분하는 데, 낭비적인 요소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분배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발생하면 실제 분배를 통해 얻는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분배상의 비용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현실에서는 분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매우 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저소득층이나 노령층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의 경우, 자원봉사자 등의 노동력이 없다면 정상적으로 배달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비용은, 배달 인력의 인건비에 도시락 가격이 더해져 결정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도시락 가격보다 인건비가 더 많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사업의 경우, 분배과정에서의 비효율이 지나치게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자원 분배 체계는 분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고려해야 할 기준은 ‘투명성’입니다. 누가 어떤 자원을 얼마나 가져가는지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대부분의 분배체계는 분배주체를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착순이라는 분배체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고,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분배할 때도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유지하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양을 나누어준다고 할 때도 나누어주는 주체는 필요합니다. 혹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필요량만큼을 나누어준다고 할 때도,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할 주체는 필요합니다. 자원을 배분해줄 주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자원을 분배해줄 주체를 가정하게 되면, 분배 주체의 이기적 (selfish) 성향이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자원을 분배해줄 권한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욕심이 전혀 없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분배 권한을 독점하게 되면, 분배 주체가 분배 이전에 자신의 몫을 떼놓거나, 주체와 이해 관계가 있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게 유리하게 배분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분배 권한을 가진 주체가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원이 투명하게 배분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자원의 분배 권한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게 주어지는 경우, 분배 권한을 가진 주체가 자원을 임의로 분배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기 때문에 분배의 투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게 됩니다.

정부의 정책자금 배분 과정을 봐도 유사합니다. 여러 가지 장치와 투명한 과정을 통해 자금을 분배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당 부처의 이해관계자나 사전에 의견이 조율된 개인이나 단체에 배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명성이 확실히 보장되고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고려해야 할 기준은 ‘공정성’입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기준인데, 이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부에서는 분배라는 것 자체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이지 공정성을 추구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공정성은 어떤 주체가 개입해야 하는 정당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정성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분배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 노력을 많이 한 사람에게 많이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분배과정에 개입하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투명성 문제가 다시 대두됩니다. 모든 사람이 이타적(altruistic 또는 unselfish)이라고 하면, 아무런 문제도 나타나지 않지만,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적(selfish)인 인간이기 때문에 분배권한을 가지면 이기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분배 권한을 주는 행위는 다른 측면에서 분배의 투명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market)이라는 분배기구는 어떨까요. 누군가의 개입 없이 비용과 수익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이 매우 높은 분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수익보다 많다면, 해당 주체는 분배과정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오직 비용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때만 분배과정에 참여합니다. 또한 강요하는 주체도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인 분배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용도 최소화됩니다. 또한, 특별한 분배 주체가 필요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투명성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라는 기구에서는 누가 어떤 자원을 가져가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시장이라는 분배 시스템이 채택하고 있는 분배 방식은 어떤 것일까요. 시장이 채택한 분배 시스템은 ‘가격’(price)입니다. 가격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는 하지만, 가격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원을 배분하는 일입니다. 선착순에 의해서도,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서도, 달리기 경주를 통해서도, 시험성적을 통해서도 자원을 배분하지 않고, 오직 가격을 통해서 자원을 배분합니다. 가격에 의해 자원을 배분한다고 할 때의 자원의 배분 기준은, 해당 가격을 지불할 ‘경제적 여력’이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해당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해당 자원을 가져갈 수 있고, 지불할 수 없다면 가져갈 수 없습니다.

가령, 대학이라는 상품이 있다고 할 때, 대학의 가격은 등록금이 됩니다. 성적 등의 입학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 가운데, 등록금이라는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학생은 대학이라는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은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즉, 가격은 해당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을 탈락 혹은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이용할 만큼 공급이 많다면, 가격은 저렴하게 결정되고 그만큼 소비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나 갖고자 하는 상품이라면 가격은 상승할 테고, 상승한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원 배분과정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자원이 배분됩니다. 따라서 귀한 자원일수록, 누구나 원하는 상품일수록, 돈 벌 가능성이 높은 기회일수록, 가격은 올라가게 되고, 해당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사 두면 큰돈이 될 것 같은데 돈이 없어 살 수 없다는 것은, 해당 상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배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가령, 금을 사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금을 살 돈이 없다면, 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것이고, 모 지역의 아파트를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 살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배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 살 수 없다는 것 또한 고급승용차의 분배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 그럴 수 없다는 것 또한 학원이라는 자원 분배과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무엇인가를 살 때 항상 지불하는 가격이라는 것은, 단순한 물건값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당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은, 해당 상품을 분배하는 시스템에서 탈락하지 않고 해당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반대로, 돈이 부족하여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했다는 것은, 시장이라는 기구가 가격이라는 장치를 통해 돈이 부족한 나를 배제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가 채택하는 자원 분배방식은 시장을 통한 분배방식이고, 시장은 가격을 통해 분배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가격을 통한 분배방식은 누구에게 유리한 분배방식일까요. 시장을 통한 분배방식은 가격을 지불한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가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분배 체계라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시장이라는 분배체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 즉 돈 많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유도 이런 분배 시스템에서 좀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고 남들보다 더 유리한 자원을 가져갈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기적인 인간>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이기적(selfish)인 주체로 설정하고 논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자기 이익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의미로, 모든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가정입니다.

경제 주체의 이기심은 Adam Smith가 처음 제기했습니다. 그는 1776년에 발간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the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만을 그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유인호 옮김, 동서문화사, 2008)라는 주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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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살 필요 없이, 자기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기존에는 남을 위하는 행동이 뭔가를 나누고 베푸는 것이었다면, 아담 스미스 이후에는 굳이 남에게 베풀려고 하지 않고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곧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이 됩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착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선을 베풀며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사회 통념과는 많이 다른 주장이었습니다. 이후 경제학은 이기적인 인간을 아주 당연한 가정으로 받아들였고, 이 가정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런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는 ‘이기적 인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 이기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또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이기적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기적이다’라고 할 때의 이기심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들의 이기심보다 넓은 의미의 이기심입니다.

먼저, 이기적이라는 것의 의미를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착하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은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이 가장 우선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내 이익이 항상 앞서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나의 이익이 먼저 확보된 이후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가 일단 먹고 살 만해야 다른 사람을 살필 여유가 생기는 것도 동일한 이유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의미의 ‘이기심’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욕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의미의 이기심은 단순히 개인들의 행위가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이기심은, ‘나’의 이익만을 취하는 행동이 아니라,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 우리 집안, 우리나라 등을 위한 행동도 모두 포함합니다. 흔히들,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한 행동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행동이나 생각 자체도 모두 이기적인 행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이익을 취하는 주체가 ‘나 자신’에서 ‘우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남보다 잘 살고 싶다는 생각,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크고 좋은 비싼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 내 자식만큼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리고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는 생각, 돈이 풍족하다면 아픈 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가고 싶다는 생각, 자식 결혼할 때 전세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 자식 결혼할 때 상대방 집에 비해 부족하지 않게 해주고 싶은 생각, 자식들에게 이런 저런 교육을 많이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 연봉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다니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등이 모두 넓은 의미에서의 이기심에 해당되는 생각들입니다.

이기적인 생각의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이기적인 생각에 해당됩니다. 이익을 위하는 주체가 개인이든, 가족이든, 집단이든, 나라든, 이익을 취하는 모든 행위 자체가 이기적인 행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에서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할 때의 이기심(selfishness)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이기심도 포함되지만, 가족, 집단, 그룹, 국가 등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행동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자기 자신만 안다’ 혹은 ‘자신의 이익을 가장 우선한다’ 정도의 의미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이기심’은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반영한, 매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기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세상 혹은 속세와 초월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재물을 모으고 먹고 즐기는 것에 관심이 없고, 모든 것에 벗어난 사람만이 비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이 설령, 단순히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개인들의 이기심이 모여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고 공급을 만듭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면, 더 만들고, 더 생산하고, 새벽 같이 일어나 물건을 실어나르고, 휴일도 없이 가게 문을 엽니다.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편히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식당을 가고, 물건을 사고, 여행을 갑니다. 이렇게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모여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그 가격에 따라 자원이 배분됩니다. 따라서 ‘이기적이다’라는 가정 자체가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도, 경제학이 일반 학문과 달리, 인간은 이기적이다, 즉 인간은 착하지 않다, 라고 가정하고 시작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착하지 않다 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그 속에는 사람들의 욕심과 탐욕 등 개인들의 욕구가 모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을래야 현실적이지 않을 수 없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입니다. 단지, 학자들이 경제현상을 이론화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표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도록 만들었을 뿐입니다. 사람의 심리를 읽고, 잘 살고 싶은 욕구를 이해하는 것을, 굳이 수학적 표현으로 어렵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서 가장 쉬울 수 있는 학문이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윤리나 도덕과 달리, 재미가 없,을 수 없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을 버는 두 가지 방법: 노동과 자본>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분류하면,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돈을 버는 자본(capital)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법입니다. 이것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노동과 자본을 생산수단으로만 봅니다만, 이것은 기업이나 생산자 입장에서 그런 것이고, 개인 입장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돈을 버는 두 가지 방법에 해당됩니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임금(w)과 노동시간(L)을 곱하면, 노동소득을 얻는데, wL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본소득도 이자율과 같은 자본의 가격(r)을 자본(K)에 곱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자본이 가격을 r이라 하고 자본을 K라 하면, 자본소득은 rK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소득은 그 원천에 따라 (wL+rK)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식이 의미하는 것은, 개인들의 소득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아주 당연한 결론입니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위의 수식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더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령, 자본소득(rK)이 0인 사람이 있다고 하면, 이 사람은 전적으로 노동소득(wL)만 가진 사람이 됩니다. 만약 이 사람이 나이 들어서까지 자본소득이 0원이라면, 이 사람의 노년은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즉, 위의 수식은 자본소득이 없는 사람은 나이 들어서까지 노동소득에 의존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월급쟁이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꿈 가운데 하나가,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받으며 노후에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들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건물은 자본에 해당되고, 가게 임대료가 바로 자본소득이 됩니다. 따라서 월급쟁이들이 건물을 매입해 가게를 빌려주고 임대수익으로 살겠다고 하는 것은, 노후에 자본소득을 확보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즉, 노동소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본소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그런 방법의 하나로 건물을 생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노동소득(wL)은 거의 0원으로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자본소득이 없으면 노후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건물 하나를 사서 임대료를 받으며 살겠다는 생각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제학적인 이론은 몰라도, 이미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물 외에도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방법이 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방법이라, 그런 이야기가 많이 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소득의 중요성은 국내 모 그룹 회장님의 사례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이 그룹 회장님의 연간 근로소득은 0원이지만, 주식 배당금 등의 자본소득은 1,000억원이 넘습니다. 그만큼 자본소득의 유무 혹은 크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 유명한 문구가 있어 소개합니다.

“Money makes money and the money that makes money makes more money.”  – Benjamin Franklin-

이 문장은 금리 가운데 복리의 힘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본의 힘을 잘 보여주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이 문장의 처음 부분은 돈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는데, 돈이 돈을 버는 단계가 자본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뒷부분은 어떻게 축적된 자본이 더 많은 돈을 버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가령, 10억원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자본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동일한 회사에서 동일하게 연봉 6,00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첫 번째 사람은 1년에 1억 1,000만원(이자율 5%)을 벌고, 두 번째 사람은 6,000만원을 벌게 됩니다. 1년간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출장 다니며 번 돈과 10억이라는 자본을 은행에 저금해 두고 받은 금액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욱이 첫 번째 사람이 이자로 받은 금액을 소비하지 않고, 다시 저축해둔다면 그 다음해 받을 수 있는 이자금액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개인들이 돈을 버는 두 가지 수단으로써의 노동과 자본은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면 특성이 아주 다른 돈 벌이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은 크게 육체 노동과 지식 노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편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방법이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두 가지 노동은 경제학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돈 벌이 수단으로써의 노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노동(육체노동이든 지식노동이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육체는 쇠약해지고, 두뇌활동도 느려지면서, 노동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육체노동이나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젊은 사람들의 노동력 질이 노령층의 노동력 질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금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기에 오랜 육체 노동으로 인한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나중에서는 임금소득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많은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따라서 노동만으로 소득을 벌어야 하는 계층은 장기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기 어렵고, 자본 축적이 어려워짐에 따라 노력을 해도 부(富)를 축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도 사실상 힘들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은 기계류나 건물과 같은 경우에 나타나는 감가상각을 제외하면, 자본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비 등의 지출도 필요치 않습니다. 가끔 물가상승률이 금리보다 더 높아 금융자본에 감가상각이 나타날 때도 있지만, 노동력만큼 감가상각이 크게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돈을 버는 데는 자본이 노동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이 노동과 다른 특징 가운데에는 ‘축적’이 가능하다는 점도 포함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치가 감소하는 기계류나 건물과 같은 자본재도 있지만,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자본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모되기보다는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자본이 축적됩니다. 노동도 지식이나 기술 등은 일정 기간 축적이 가능하지만, 노동력 자체는 축적이 되지 않고 소모만 되어 갑니다. 노동이 자본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퇴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 노동력으로써의 가치는 끝이 난다는 점에서, 노동력의 축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본을 얻어 스스로의 몸통을 불려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10억원의 자본을 가진 사람이 5%의 이자율이 적용될 경우, 첫 해에 5,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게 됩니다. 만약 이 사람이 이자소득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그 다음해에 이 사람의 자본은 11억 250만원(=10.5억원 × 1.05)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1년이 더 지나면, 이 사람의 자본은 11억 5,762만원(=11.025억원 × 1.05)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노동력의 주체인 사람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쇄해지기만 할 뿐, 자본처럼 축적되는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의 규모는 더 커지는 반면, 노동은 오히려 쇠약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을 가진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은, 노동력은 후대에 유산으로 물려줄 수 없지만,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이전도 가능할 뿐 아니라, 자식들에게 ‘상속’도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 다른 말로 표현해 사람의 몸은 상속이 불가능합니다. 물려주면 오히려 자식들에게 폐만 끼치는 꼴이 됩니다. 하지만 자본은 은행의 예금, 금이나 미술품 같은 고가의 상품, 부동산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으로 후계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자본을 상속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본 축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 큰 자본을 상속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고 이전보다 더 큰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흔히 부모 세대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게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려준다는 것인지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이때 물려줄 것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자본,’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재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물려주어야 자식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것을 못 물려주어 미안하다는 것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도 자신이 살아온 것 그 이상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자본이 가진 특징은 자본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만큼 자본의 특성은 노동과는 본질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과 자본의 차이점은 우리에게 부를 축적하거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일부에서는 일을 해 번 돈만이 진정한 가치가 있다, 라든가, 노동만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가치나 부(富)의 속성을 잘못 이해하거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잘못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의 하나로, ‘열심히 일을 해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을 경제적으로 해석하면, 노동소득을 늘리는 데 힘 쓰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만약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 ‘노동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면, 노동, 즉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이 아니라, ‘자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자본’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열심히 일을 해라’가 아니라, ‘자본의 속성을 잘 이해해라’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며 살고 있고, 또 일을 열심히 하는 데 큰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노동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본과 노동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의 차이 때문에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속적으로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고, 그 불평등은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 자본을 만들지 못하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자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 출발점은 ‘종자돈(seed money)’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종자돈을 만들면, 만들어진 종자돈을 운용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자본의 크기를 불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경제학은 돈을 어떻게 벌고, 자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만, 소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는 주어진 소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할 것인가 하는 효용극대화로 시작을 합니다. 소득을 벌고, 저축을 하고, 자본을 만들어가고 하는 과정은 다루지 않고, 어떻게 잘 소비할 것인가 하는 내용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경제학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개인들에게 부자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것이 아니라, 소비를 어떻게 잘 할 것인가만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자본 축적 기회를 빼앗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쉬어가기

다산(茶山)의 한시 애절양(哀絶陽)

[1] 우연히 발견한 한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시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 쓴 것으로, 정조가 죽은 후 유배를 간 강진에서 목격한 내용을 시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당시의 부패한 조정과 관리, 그로 인한 혼란, 그 과정에서 온갖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2] 다산은 자신의 저서인 목민심서(牧民心書) ‘첨정(簽丁)’에 애절양이란 시를 쓴 동기를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다산의 설명에 따르면, ​

​”이것은 가경 계해년(1803) 가을에 내가 강진에 있으면서 지은 것이다. 그때 갈밭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군적에 편입되고 이정이 소를 토색질해 가니, 그 백성이 칼을 뽑아 자신의 양경을 스스로 베면서 ‘내가 이것 때문에 이러한 곤액을 받는다.’ 하였다. 그 아내가 양경을 가지고 관청에 나아가니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울기도 하고 하소연하기도 했으나, 문지기가 막아 버렸다. 내가 듣고 이 시를 지었다.”

[3] 시의 제목인 애절양(哀絶陽)은 ‘남근을 잘라버린 서러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출처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amool38&logNo=220248570956&#8221; 입니다.

<애절양(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남자가 남근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조자손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況乃生民思繼序(황내생민사계서)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주]잠실음형: 남자는 거세(去勢)를 하고 여인은 음부를 봉함하는 형벌.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실에 불을 계속 지펴 높은 온도를 유지시키는 방이 잠실(蠶室)인데, 궁형(宮刑)에 처한 자는 그 잠실에 있게 하였음. 《漢書 武帝紀》
[주]민땅……거세한 것: 민(閩)의 사람들은, 자식을 건(囝), 아버지는 낭파(郞罷)라고 불렀는데, 당(唐)나라 때에 그곳 자식들을 환관(宦官)으로 썼기 때문에 형세가 부호한 자들이 많아 그곳 사람들은 자식을 낳으면 곧 거세를 하여 장획(臧獲)으로 만들었다고 함. 《靑箱雜記》
[주]시구편: <시경(詩經)>의 편 이름. 군자(君子)의 마음이 전일하고 공평무사한 것을 찬미한 시.


[4] 아마도 경제가 무너지고 나면 중앙정부의 세수가 줄어들면서, 최악의 경우 중앙정부가 공무원들 월급을 주지 못하거나 주더라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밖에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앙의 힘이 약해지고 지방의 힘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지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이 되면 공무원들은 스스로 먹고 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억울한 일을 아주 많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별볼일 없는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권력이 지방화되면 이들의 발언권 및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중앙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고 가까운 곳은 한 통속이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가슴만 끓이는 일이 많이 생기게 될 겁니다.

공무원 처우가 좋아진다고 모든 공무원 비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처우가 나빠진다고 모든 공무원이 부정을 저지르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처우가 좋을 때보다는 부정에 빠지는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비리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일반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세수가 줄어 공무원 월급도 큰 폭으로 깎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공무원들 처우가 악화되면 잠시나마 쾌감을 느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미처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분들 이야기가 현실화되면 정작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들이지 결정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5] 경제는 마치 풍선과 같아서, 한 쪽을 누르면 눌린 쪽이 눌린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을 밀어내면서 엉뚱한 부풀어 오릅니다. 경제도 이와 동일합니다. 공무원 월급이 줄면 공무원은 다른 경로를 통해 부족한 급여를 충당합니다. 최저임금을 강제로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더 늘어나는 일이 생기고, 공공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으면 관련 공기업의 적자가 쌓이게 되면서 더 큰 폭의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물가 인상을 강제로 억제하게 되면, 관련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공급이 줄어 나중애 더 큰 가격 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경제는 자신이 서 있는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해결책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주장도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도 바라보면, 균형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해결책도 쉽지 않고, 어떤 일방의 주장을 하기도 쉽지 않아집니다.

경제 위기가 오고 세수가 줄어들고 기업이 망하고 가계가 부채로 무너지는 것이, 단지 우리들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이 줄어들고, 자동차 대신 버스를 타고, 파스타 대신 보리밥을 먹고, 각자 한 방씩 쓰다가 한 방을 여러 명이 함께 쓰고, 늘상 먹을 수 있던 짜장면을 연중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게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경제 위기는 힘이 없으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6] 많은 사람들이 경제 위기를 단순히 경제 문제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경제 문제를 만들기는 하겠지만, 결코 경제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정치문제, 사회문제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우리 일상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침체가 장기화되면, 다산의 시에서 보는 듯한 일들이, 다시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게 될 겁니다. 세상은, 그리고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런 상황이 되면, 다시 불합리하고 억울한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지금의 살기 좋아진 세상이, 나름 평등해진 세상이, 사람의 본질이 바뀌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던 것이지,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 경제가 다시 악화되고 가난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예전 우리가 역사책으로 배웠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다시 벌어지는 세상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각종 법이나 제도도 지킬 필요가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이지, 지킬 필요가 없고 지켜서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지켜지지 않는 허울뿐인 법과 제도가 될 겁니다.

[7]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경제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너지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무너졌으면 좋겠고, 설령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서로 사람 대접 해주는 사회였으면 좋겠고,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약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게 된다면 다른 억울한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한 분노>

3월 초에 박성미 감독님으로부터 한 편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자신이 책을 쓰는데, 많지는 않지만 제 블로그 내용의 일부를 인용했는데 어떻게 주석을 달아야 할 지, 물어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주소만 적어주셔도 충분하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2주쯤 전에, 다시 박성미 감독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선한 분노>라는 제목을 달고 책이 마침내 출간되었노라고… 그리고 몇 권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책은 구매해서 읽는 것이 저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그러실 필요 없다, 말씀을 드렸고, 오늘에야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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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성미 감독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간단히 해드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리고 박성미 감독에 대한 소개는 제가 하는 것보다, 관련 기사를 소개해 드리는 것이 더 빠를 듯합니다. 지난해 4월 “이런 대통령 더 이상 필요없다”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려 게시판을 다운시켰던 분입니다. 글의 내용은 기사를 보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대통령이어서는 안되는 이유’ 내가 썼다…오늘 다시 올릴 것” (오마이뉴스, 2014. 4. 30)

그리고 다음 기사는 CBS라디오와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읽어보시면, 박성미 감독이라는 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인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영화감독 박성미, “내가 날라리 외부세력이 된 이유” (CBS라디오, 2011. 7. 19)

책은, 스무살 중반까지 강남에서 자란, 그리고 경제성장과 아파트 건설의 붐을 타고 한국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중산층의 자녀로써 성장한 저자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김진숙 위원장을 만나고, 그로 인해 바뀌는 변화들을 보면서 사회에 눈을 떠가는 모습에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조리한 현상이 나타나는 밑바탕에 경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후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돈, 부, 경제, 불평등 등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박성미 감독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박성미 감독께서 경제와 그로 인한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서 고민을 무척이나 많이 하였고, 쉽지 않았을 텐데 경제 공부도 무척이나 많이 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건조하지도,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자신이 고민하고 공부했던 내용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책은 경제학자가 쓴 글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물론, 책이 가진 따뜻함에는 박성미 감독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사서 읽어보시길 권해 드리고, 박성미 감독께서 서문에 쓰신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이 익숙한 내용입니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동일할 듯합니다.

“가난해지는 것보다 바보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더 못 견뎌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때, 세상은 바뀐다. 사람들이 스펙이 없다는 사실보다 주관이 없다는 사실을 더 부끄럽게 여길 때 바뀐다. 재산과 지위를 잃는 것보다 어이없는 명령의 하수인이 되는 걸 더 불행으로 여길 때, 바뀐다. 내 소유의 집을 갖는 것보다 내 소유의 영혼을 갖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 세상은 바뀐다. 그때 사람이 돈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그리고 제 블로그의 내용은 100쪽에 소개되었네요.

2015-04-30 15.06.02

다음 기사도 참고하세요. 책을 소개하는 기사이기는 한데,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감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드네요.

 

<비트코인>

지난 5월 초에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관련 업체에 5천만 달러(537억원)를 투자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 ‘비트코인 논란’에도 거액 투자…왜? (연합뉴스, 2015. 5. 1)

그동안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던 터라, 이번 골드만삭스의 투자는 다소 이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골드만삭스가 중국 벤처캐피탈 회사인 ‘IDG캐피탈’과 손잡고 투자하는 회사는, 비트코인을 통해 대금의 지급과 결제를 추진하는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이라는 신생기업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IDG캐피탈’은 ‘샤오미’와 ‘바이두’ 등 중국 내 1위 기업 10여 개를 키워낸 것으로 유명한 벤쳐캐피탈 기업입니다. 이런 벤처캐피탈 회사가 골드만삭스의 투자까지 받아가며 비트코인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비트코인 관련 기업을 적극 키워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난 5월 10일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회사는 뉴욕·싱가포르에서 비트코인 환전소로 활동 중인 ‘잇비트(ItBit)’라는 기업으로, 뉴욕에서 합법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신탁회사(trust company)’ 등록을 마쳤습니다.

뉴욕, 비트코인 환전소에 처음으로 ‘신탁회사’ 자격 부여… 비트코인 합법화 박차 (전자신문, 2015. 5. 10)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금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현재 각종 거래에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의 축적수단으로 이용되는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단을 찾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화폐를 대신할 새로운 수단으로 생겨난 것이 비트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의 물량이 한정되어 있듯이,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갯수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으로 평가되는 구매력 또한 금과 같이 안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치의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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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에는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왜냐하면, 화폐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 가치의 안전성 측면에서는 금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소수만이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에 견주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비트코인을 평가한다면, 금보다는 고가의 미술품에 더 가깝다고 할수 있습니다. 고가의 미술품이 도난의 위험을 가지고 있듯이, 비트코인 또한 해킹 등을 통한 도난의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품의 경우, 미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필요하듯, 비트코인도 비트코인 자체를 화폐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달러나 위안화 혹은 원화로 평가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비트코인 또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화폐의 대체재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이 확대되면 비트코인 가격도 금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달러로 평가한 비트코인 가격은 2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추가 하락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1,000달러가 넘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내려간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비트코인 상황을 두고 보면, 한때 가격이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섰다가 지금은 1,200달러 부근에서 머물고 있는 금과 처지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염두에 두고, 최근 금 시장에 뭉치돈이 들아오고 있다는 다음의 기사를 보면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100억원 사재기까지.. 부자들 ‘골드러시 (한국일보,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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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관련된, KBS 파노라마 <디지털 미래> 경제 2편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도전”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상하이>

내일부터 며칠 간 중국 상하이를 갑니다. 중국의 다른 도시는 자주 갔었는데, 상하이는 이번에 처음입니다. 상하이는 서양문물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입구이자 통로로 인식되었던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중국 경제의 선봉장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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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하이의 역사를 보면 결코 녹록치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하이는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1842년에 체결한 난징조약을 통해 강제로 개방된 5개 항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까지 상하이는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과거 중국의 교역은 북쪽의 실크로드(silk road)와 남쪽의 티로드(tea road)를 통한 육로 교역이 대부분을 차지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상 무역에 필요한 항구가 크게 필요치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서구 자본이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해상을 통한 무역이 중요하졌고, 그 과정에서 지리적인 요충지에 있던 상하이가 중요한 무역 거점의 하나로 부상하게 됩니다.

개항하고 3년이 지난 1846년이 되면, 상하이는 중국 수출입무역의 16%를 차지하는 중요한 무역항으로 성장하게 되고, 1861년이 되면 중국 전체 수출액의 50%를 상하이가 차지하게 됩니다. 이로써 상하이는 초기에 무역 중심지였던 광조우를 추월하게 됩니다.

상하이가 중국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상하이 내 외국인 주거지였던 조계지(租界地)도 빠르게 늘어나게 됩니다. 조계지는 상하이 내에 외국인이 많이 주거했던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독자적인 경찰권과 행정권을 가졌었습니다. 그로 인해, 상하이는 거의 서구 도시화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1868년 영국 영사관 앞의 공원(지금의 황푸 공원) 입구에는 ‘중국인과 개 출입금지(華人與狗不准入内)’라는 푯말까지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하이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9년 건국을 기점으로 상하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상하이도 살벌한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었던 조계지는 ‘부르주아의 오염물’로 불렸고, 상하이는 개혁의 대상 도시가 되면서 상하이의 경제적 지위는 더욱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하이는 1990년 국가급 프로젝트인 푸둥(浦東) 개발이 추진되면서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후 상하이는 중국 경제성장의 모범 도시로 자리잡으면서 최근까지 중국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도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보게 될 상하이의 모습은 물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이후의 최신 모습일 겁니다. 상하이는 5월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하니, 이번에 잘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상하이 하면, 상하이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이 분 노래를 빼놓을 수 없죠. 바로 가사에 “상하이 트위스트~”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곡에 설명을 조금 더 붙이자면,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던 1997년에 발표된 노래입니다. 상하이 특유의 트위스트 춤 형태가 있었기 때문에 ‘상하이 트위스트’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아니고, 단지 당시에 트위스트라는 춤이 무척이나 유행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트위스트라는 춤이 예전부터 별도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춤의 이름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트위스트’라는 명칭은  1959년 흑인 기타리스트 H. 밸러드가 낸 음반「더 트위스트(The Twist)」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밸러드의 음반은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1년여가 지난 1960년에 흑인 신인가수 처비 체커(Chubby Checker)가 같은 곡을 다시 발표했고, 이것을 당시 텔레비전 사회자였던 D. 클라크가 그의 프로그램에서 선전한 뒤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것이 파리로 전파되고, 파리에서 유행하자 미국에서도 1962년 본격적인 트위스트 붐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조지 소로스의 경고>

그동안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조심스러워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시경 님께서 속 시원하게 풀어놓으셨네요. 주인장의 허락 없이(아마도 허락해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가져옵니다. (시사와 경제: ‘조지소로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읽으시면서,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 것인지,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의 금 모으기와 그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글도 함께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경제위기의 본질 (30)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금융 냉전(Financial Cold War)]

아직도 금값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값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신다면,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반복이 될 수도 있지만, 제 블로그에 다시 게재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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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충돌로 3차대전 위험” … 조지 소로스 경고

소로스 “3차대전 피하려면 美-中 경제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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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워싱턴 DC 세계은행(WB)에서 열린 브레턴우즈 콘퍼런스에서 조지 소로스는, “만일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면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 라고 경고 합니다.

그리고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며 꺼내든 내용은, 다름 아닌 기축통화권인 화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를 인정해야 하고, 중국도 미국의 달러를 인정하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말했던 것과 동일합니다.

그리스 “IMF 부채 상환할 돈이 없다.”

그리스를 보듯이, 신용기반의 모든 화폐는 너무 많은 부채로 인해 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신용 기반의 통화에서 ‘달러’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 문제죠.

이에 중국은 달러가 아닌 막대한 양의 金을 모으면서, 지금 달러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되고 있습니다. 金을 사들인다는 것은 향후 달러를 인 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金본위제에 대한 말을 많이 합니다. 막대한 金을 사들이는 중국이 金본위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이죠. 여러 번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습니다. 최소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나라(정부)가 직접 나서서 金본위제를 선포할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미국의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신용본위에 대항하여 미국을 몰살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미국이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죠.

거기에다가 만일 金본위제로 중국이 회귀를 한다면,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금융을 이용해서 미국이 중국 위안화를 벌어들이고 이를 金으로 바꾸어달라고 할 것이기에 미국, 정확히는 자본세력에게 털리는 것은 시간문제 입니다. 미국이 위안화를 벌어 金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중국이 선포한 金본위제는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정부가 나서서 금본위제를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중국은 왜 막대한 양의 金을 모으고 사들이는 것일까요?

경제는 내가 비관적으로 본다고 비관적으로 되지 않고, 낙관적으로 본다고 낙관적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즉, 미국정부나 중국정부가 의도한다고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는 구조적으로 짜여진 틀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부채가 많아 임계점에 이르면, 어느 시점에서 경제구조가 붕괴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최근 그리스의 사태를 보듯이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즉, 미국정부나 중국정부가 손 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시장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절대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기존 시스템이 제공하는 지불수단이나 시스템에 불신을 하여 거래 자체를 거부해버리게 됩니다. 이 경우, 모든 경제와 금융의 거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돈(신용본위)이 아닌 기존의 구시대적 지불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미 시장은 신용과 신뢰가 사라져 기존의 거래방식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경제가 붕괴된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고, 미국 달러나 金, 유로화, 엔화가 “경화(가치가 변하지 않는 화폐)”의 역할을 하며 거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즉, 현재의 신용본위 통화제도에서 너무나 막대하게 늘려놓은 부채 기반의 지불시스템은 이제 국가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을 중국이 잘 알기에, 중국이 ‘金본위제’를 선언하면서 미국을 엎어트리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때, 신용 기반의 통화시스템이 아닌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 온 지불시스템을 시장이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어쩔수 없이 金을 매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남미의 국가들이나 경제가 붕괴된 나라들을 보면,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고 통제한다고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습니까? 아닙니다. 시장 스스로가 통제가 무너진 국가를 대신해 스스로 기준을 잡아 지불결제 수단에서부터 경제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장악했습니다.

얼마 전 러시아의 루블화가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당했을 때, 러시아 정부가 아무리 통제를 해도 국민들(시장)이 달러를 사 들이고, 金을 사 들이는 것을 막거나 통제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도 아무리 자국통화의 가치폭락을 막으려해도, 국민들(시장)이 달러와 유로화 그리고 金으로 지불수단을 사용하여 스스로 기준을 세웠으며(심지어 ‘콩’이나 중고 가전제품을 사들이는 상황까지 갔었죠), 지금 그리스에서는 국가가 부도나기 직전인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향후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 시 유로화가 아닌 과거의 ‘드라크마’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 자동차 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을 확인했지 않았습니까! 즉, 시장(국민들)은 신뢰와 신용을 잃은 통화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버리기에, 국가(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시장 자체를 통제하지 못하게 됩니다.

중국이 金을 모으는 것은 바로, 국가(정부)가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을 알기에, 생존을 위해서 金을 모으는 것이지, 달러를 죽이거나 金본위제를 선포하기 위해서 金을 사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너무나 막대한 부채로 인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신용본위의 시스템”에 대비하여, 중국이 金만 모으지 말고, 달러를 포함한 신용 본위 시스템의 붕괴에 대하여,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여 공존할 길을 찾지 않으면… 결과는 전쟁이라는 것을 경고한 셈입니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7년 넘게 엄청난 양의 화폐인쇄(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지속하며 시스템의 붕괴를 막아왔습니 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2008년보다 더 많은 부채가 늘어났을 뿐 전혀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즉, 현재의 위기는 2008년보다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붕괴’를 막을길은 없습니다. 이는 미국도 알고, 중국도 알고, 러시아도 알고, 유럽이나 일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金모으기에, 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찍어내야 하는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의 입장에서는 좋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협력을 한다고 해도, 임계점에 다다른 신용화폐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길을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보유한 金을 미국에게 나누어주며 모두 金본위제로 돌아가자고 하더라도, 金본위제가 만들 유동성의 축소는 엄청난 디플레이션을 동반해야 하기에 ‘풍요’에 익숙한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택하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긴축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폭동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보았습니까!

중국과 미국이 서로 협력을 하고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앞으로 다가올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미국에서 발행한 달러를 거부함으로써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조지 소로스’의 생각인 것입니다.

어차피 중국의 부채도 이제는 정부가 통제하고 손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중국의 기존시스템에 대한 파괴의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겠죠.

[불안정한 시스템에서는]

“금리는 시장이 정한다” = “지불수단은 시장이 정한다”

의 결과를 우리가 피할 수는 없습니다.

향후, 어떤식으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려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평화롭게나 풍요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각오해야 합니다. 반세기 넘게, 전세계를 지배해온 달러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려는 시점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조지 소로스’가 지금 ‘제3차세계대전’을 경고하고 있듯이, 그간 <음모론>으로 애써 치부하던 ‘달러와 金’에 대한 내용은, <음모론>이 아닌 진실이었음을 직접 말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임계점에 이른 신용화폐로 인해 구매력이 보존될 수 있는 지불수단인 귀금속의 가격 폭등은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유럽도 일본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시스템에 불변으로 적용되는 ‘수요와 공급’은 통제가 불가능하니까요.

분명한 것은, 金값이 오른다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풍요로운 세상을 유지시켜왔던 신용화폐가 그 가치를 잃는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엄청난 빈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다가올 ‘빈곤’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빈곤의 시대’에 최소한 모두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력을 모든 국가들이 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신용화폐)가 그 힘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왜 빨리 그 날이 오지 않는냐?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미래의 세상이 얼마나 어둠에 휩싸이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인류역사상 이런 거대한 신용본위의 폰지사기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경험할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몰라 우리는 “미지의 세계”로 진입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국이 그리고 러시아가 또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金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런 미지의 세계에 두렵기 때문이지 골드버그이거나 달러를 거부해 미국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El Empleo>

단편 애니메이션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만들어진 것이 2008년이니까 나온 지는 꽤 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저는 최근에서야 보았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el Empleo,” 영어로는 “The Employment”(고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고용”이라는 제목으로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에 참가하여, ‘단편-일반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면서 정식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감독은 산티아고 그라소(Santiago Grasso)라는 아르헨티나 사람입니다. 내용이 좋아서인지, 전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102개의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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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ICAF(www.sicaf.org)>

영화는 길이가 6분 정도밖에 안 되는 단편이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현대의 고용 혹은 경제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고민할 것을 많이 던져줍니다.

보시고 나면, 제가 왜 소개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권해 드립니다. 영화가 길지도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보고 난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본 많은 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갑인 나도 사실은 누군가의 을이었다.”라고 감상을 표현한 분들도 있습니다.

자신도 누군가의 노동력을 이용하지만, 그런 자기 자신도 결국에는 ‘고용’이라는 명목으로 누군가의 노동력으로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취업’ 혹은 ‘고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아 실현, 경제적 독립,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역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 등과 같은 그럴 듯한 말로 아무리 포장을 하여도, 우리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우리를 고용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인 ‘주인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한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고용주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주 혹은 그 이상을 넘어선 주인의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실제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고용주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그것이 현실이고, 가공되거나 포장되지 않은 진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진실을 정면으로 대면하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자기 자신이 초라해보이고, 볼품없고, 가치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저 초라한 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고개 돌려 보이는 세상,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el Empleo”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압축적으로 정확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 진실에 가까울수록 우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뜬금 없는 규칙이 사회적 규범이 되는 과정>

이번에는 조금 우습기도 하고 우스꽝스런 상황에 대한 동영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했던 <브레인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의 네 번째 시리즈에 나온 한 에피소드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이 만들어질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 규칙이나 규범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살아가다보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 규범들을 많이 직면하게 됩니다. 아무리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여도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합리적인 것들을 수정하고 중단하기보다는 외히려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저항하고 거부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지키라고 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규칙이나 규범이 왜 생겨났는지, 왜 지켜야 하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습니다. 아니, 생각해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이 지키니까 나도 지키고, 나도 지키니까 너도 지키도록 남들에게도 강요할 뿐입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비합리적인 규범이나 규칙이 얼마나 많은 지 가만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치마 길이가 얼마 이상이면 안 된다, 머리카락 길이가 얼마 이상 길면 안 된다, 여성들은 얼굴이나 발목을 내놓으면 안 된다, 여성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남성들은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 경건한 곳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라, 등등. 찾아보면 왜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과거부터 해왔으니까 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남들이 다 하니까 해야 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이라는 것이라고 하니까 특별한 것들을 생각하시는데, 우리 주변과 비교해 나도 하는 일들도 모두 사회적 규범 혹은 규칙에 해당됩니다. 이웃들이 모두 외제차를 사면 나도 사야 할 것하고, 옆집 아이들이 모두 학원 가니까 우리 아이도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모두들 외국여행 가니까 나도 외국여행 가야 할 것 같고, 모두들 은퇴 후 커피전문점 여니까 나도 커피전문점 열어야 할 것 같은 생각들… 왜 사야 하는지, 왜 보내야 하는지, 왜 가야 하는지, 자기 자신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자신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불필요한 사회적 규범 혹은 규칙에 해당됩니다.

또한, 필요할 경우, 규칙이나 규범을 만드는 조직이나 기관 등에게 유리한 규칙이나 규범을 얼마나 쉽게 만들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각종 법률이나 규칙이 얼마나 생기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쉽습니다. 그리고는 무조건 지키도록 강요하기만 하면 됩니다. 앞으로의 사회가 지금까지 우리들이 살아왔던 사회처럼 합리적인 사회가 되길 기대하면 안 될 겁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부당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게 될 겁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1]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월남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8년간 하노이 수용소에서 복역한 제임스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1923∼2005) 장군의 이름을 딴 용어입니다. 이 용어는 경제학자인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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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가장 고위직 장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 전이 한창 중이던 1965년에 공습을 나갔다가 적군에게 격추되면서 포로로 잡히게 됩니다. 포로가 된 그는 하노이 힐턴(Hanoi Hilton) 수용소에서 1973년까지 8년간 포로 생활을 하게 됩니다. 포로 생활을 하는 8년 동안 그는 수많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마침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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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톡데일 장군의 초상화, (2) 포로로 잡히기 몇 주 전 자신의 폭격기에서 내려오는 모습. 출처: James Stockdale (Wikipedia)>

[3]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인 콜린스는 스톡데일 장군의 베트남 포로 시절의 이야기를 책에 인용하고자 스톡데일 장군을 면담하게 됩니다.  면담과정에서, 스톡데일 장군은 포로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콜린스는 어떻게 그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스톡데일 장군은 스스럼 없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포로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고, 최종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잃어본 적도 없고, 그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I never lost faith in the end of the story, I never doubted not only that I would get out, but also that I would prevail in the end and turn the experience into the defining event of my life, which, in retrospect, I would not trade.”

다시 콜린스가 물었습니다, 베트남 포로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는지요. 그러자 스톡데일 장군은 이야기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쉬워요. 낙관주의 태도를 지녔던 사람들이죠. 그들은, 크리스마스까지는 나갈 수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했지만, 크리스마스는 그냥 지나가 버렸죠. 그들은 다시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했지만, 역시 부활절도 지나가 버렸죠. 그들은 다시 이야기했어요, 추수감사절 때는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했죠, 크리스마스 때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결국 그들은 상심(broken heart)으로 죽었죠.”

“Oh, that’s easy, the optimists. Oh, they were the ones who said, ‘We’re going to be out by Christmas.’ And Christmas would come, and Christmas would go. Then they’d say, ‘We’re going to be out by Easter.’ And Easter would come, and Easter would go. And then Thanksgiving, and then it would be Christmas again. And they died of a broken heart.”

그리고 스톡데일 장군은 덧붙였습니다. “당신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과, 여러분이 현실에서 직면해야 할 냉혹한 현실을 혼동하지 마세요.”

“This is a very important lesson. You must never confuse faith that you will prevail in the end—which you can never afford to lose—with the discipline to confront the most brutal facts of your current reality, whatever they might be.“

[4] 스톡데일 페러독스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이 난관에 처했을 때 아무런 근거없는 낙관주의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스톡데일 장군은 무작정 언젠가 이 포로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을 거야 라는 희망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냉정한 현실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 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 포로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은 절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톡데일 장군은 그 어려운 상황을 버티고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아무 근거도 없이 낙관적인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무너져내려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현실이 힘드니까 막연히 기대를 하고 희망을 갖습니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때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돼도 포로수용소 생활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습니다. 부활절에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부활절이 되어도 여전히 포로수용소 생활은 이어집니다. 이런 희망과 좌절의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희망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념마저도 잃게 됩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포로 생활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것은, 뜬구름같은 희망과 아무 근거도 없는 낙관적인 태도에 의존했기 때문었다고 스톡데일 장군은 말합니다.

섣부른 낙관론이 화를 부른다 (매일경제, 2012. 7. 29)

[5]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다 잘 될 거야.’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어떻게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모른 채, 모조건 잘 될 거야 라고만 생각합니다.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는 그런 무조건적인 낙관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보여줍니다. 내가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아무 근거도 없는 허공에 뜬, 그런 믿음이어서는 안 됩니다. 믿음은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돼야 합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잘 될 거야’ 라는 믿음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앞으로 닥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대책도 없는 채, 무조건 ‘잘 될 거야’라는 믿음 하나로는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무너뜨리는 촉진제 역할을 할 뿐입니다.

‘다 잘 될 거야’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을 위로할 때만 쓰는 말이지 자신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설령, 사용하더라도, 자기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한 이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그때나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최대한 아껴 써야 할 말이지 아무 때나 막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둔 것도 없고, 준비한 것도 없이, 그냥 ‘잘 될 거야’라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6] 내가 직면해야 할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내가 힘들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고, 나 또한 굶어죽을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얼어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지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끝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신념이, 냉정한 현실 인정과 철저한 대비와 결합할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희망 혹은 무조건적인 낙관주의는 사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듭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비전은 갖되 현실은 직시해야 (연합마이더스, 2015. 4. 20)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스스로 낙관주의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무 근거도 없는, 그저 마음만 낙관주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지 혹은 비관적으로 바라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고 경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듯,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으로 바라본다고 세상일이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나의 시각에 따라 세상일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7]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는 그저 생각만 낙관주의적인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고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에 ‘패러독스(paradox)’라는 단어가 붙은 것도, 가장 낙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가장 부서지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시대 삼정(三政)의 문란>

[1] 요즘 경제 위기에 빠진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상품이 귀해지고, 무엇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위기를 맞은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생필품이 귀해져 높은 가격을 주고도 물건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전기와 가스 등의 가격도 올라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여기에 일자리까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높은 물가로 빠져나가는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상황으로 몇 개월은 버틸 수 있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되면 해당 국가 국민들의 생활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게 될 겁니다.

[2] 경기가 어려워질 때,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 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이 행정 서비스의 중단입니다. 행정서비스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국가가 세금을 거둬들여 이들에게 봉급을 주고 필요한 비용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경찰이 밤에 순찰을 돌고 나쁜 짓한 범인을 잡아들이고, 소방공무원들이 불이 나면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끄고, 청소공무원들이 매일 아침 거리에 쓰레기를 치우고, 동사무소 공무원들이 행정서류를 발급해주고, 저소득 가정이 지원을 받도록 도와주고, 하는 모든 일들이 세금으로 공무원들 봉급을 주고 필요한 비용을 대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세수가 덜 걷히고 그것이 악화되면 행정서비스에 필요한 비용뿐만 아니라, 공무원 봉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공무원연금은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연히 행정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행정 공백이 나타나게 됩니다. 경제위기 초기에는 공무원들도 국가의 지시에 어느 정도 따르지만, 경기 침체가 심화되어 급여가 나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공무원들도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살 길을 찾게 됩니다.

국가, 즉 중앙의 힘이 약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면,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 사례도 있지만, 우리의 과거, 즉 조선시대를 돌아보면, 중앙의 힘이 약해졌을 때 백성(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나옵니다.

[3]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선시대 ‘삼정(三政)의 문란’이 아닐까 합니다. 삼정(三政)은 국가의 세금을 거두는 세 가지 방식을 의미하는데,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 또는 환곡(還穀) 등을 말합니다. 전정(田政)은 땅에 일정한 세금을 물리는 것을 말하고, 군정(軍政)은 병역의무 대신 납부하는 군포와 관련된 세금을 말하고, 환곡(還穀)은 봄철 먹을 거리가 떨어졌을 때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돌려받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국가의 가장 큰 세수원은 재산과 사람입니다. 조선시대 가장 큰 재산은 농지였고, 병역 의무의 기본은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농지의 생산성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사람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세수 안정의 기본이었습니다. 환곡 또한 아주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농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보릿고개 때 곡식을 빌려주고 수확 후 갚도록 했던 제도이기 때문에, 농민들 편에 서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하지만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壬辰倭亂)으로 조선의 경제가 무너지고 중앙의 지방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국가 세수의 근간이 되었던 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전정(田政)이 흔들립니다. 원래 전정은 정확한 토지 조사와 1년에 수확되는 양을 검사하여, 균등한 세금을 부과하는 돼 있던 제도였습니다. 엄밀하게 생산성에 근거해 매겨져야 했던 토지에 대한 세금은, 지방 관리들의 부족한 급여를 메꾸기 위한 장부 조작과 개인적인 욕심까지 더해져 계속 늘어만 갔습니다. 지방 관리들은 온갖 명목으로 토지에 대한 세부담을 늘려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임진왜란으로 농지가 황폐화되어 생산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농지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농민들의 생활을 급속하게 피폐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반과 토호들 소유의 농지들은 세금 부과 대상에서 빠져고, 이로 인해 농민들의 세 부담은 더눅 늘어났습니다.

[5] 군정(軍政) 또한 그 근간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조선의 초기 병역 의무는 군적()에 따라 부과되었습니다. 하지만 15세기가 지나면서 직업군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군에 가지 않는 대신 군포를 납부해 직업군인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병역 의무가 바뀌게 됩니다.

여기에서도 각종 비리가 만연하게 됩니다. 오랜 전쟁으로 군포 수입이 줄어들자, 기존 백성이 부담해야 하는 군포는 더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향교나 서원의 학생 등이나 공을 세운 사람들이 군포 납부의 의무에서 면제되면서 군포는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줄어든 군포 모두 일반 백성들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방 관리들은 줄어든 군포를 메꾸기 위해 온갖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장정으로 군적에 올려 군포를 받아내고, 죽은 사람을 군적에서 지우지 않은 채 군포를 받아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군포를 받는 것을 황구첨정(黃口簽丁)이라 했고, 죽은 사람에서 징수하는 것을 백골징포(白骨徵布)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마을 사람 중에 누군가 도망을 가면, 이웃이나 친척들이 대신 그 부담을 모두 져야 했습니다. 황구첨정과 관련해서는, 정약용 선생께서 쓰신 애절양이라는 시를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관련 글 보기 ==> 쉬어가기 (7) 애절양(哀絶陽)]

[6] 처음에 농민들의 춘궁기 곡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환곡도 크게 변질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씨앗과 식량을 빌려준 만큼만 돌려받았지만, 점차 빌려준 곡식의 1/10을 이자로 더 받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고 지방관리들의 횡포가 늘어나면서 이자가 1/2, 즉 50%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고리대금업이 따로 없었습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빌려주는 곡식에는 돌과 자갈을 섞어 곡식의 양을 줄이고, 받을 때는 곡식으로 제대로 받는 악행까지 저질렀습니다.

[7] 이와 같이, 삼정이 문란해지면서 농민들과 백성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졌고,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전국을 떠돌게 되었습니다.백성들의 불만은 결국 1811년 ‘홍경래 난’과 1862년 일어난 ‘임술 농민항쟁’ 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모두 전쟁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중앙의 힘이 약회되면서 나타난 일입니다.

[8] 논어에 보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나옵니다.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입니다. 공자가 태산을 지나다 무덤 옆에서 슬피 우는 한 여인을 있길래, 우는 이유를 묻습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시아버지가 호랑이에 물려 죽었고, 남편도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들도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다시 공자가 묻습니다.

“그런데 왜 떠나지 않았습니까?”

여인이 대답합니다.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10] 가혹한 정치에는 공포정치도 있지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정치도 포함됩니다. 가끔 이 두 가지가 별개로 가기도 하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이 두 가지는 거의 같이 나타납니다. 즉,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세금 부담은 경기가 좋을 때보다 더 늘어나기 십상이고, 세금이 안 걷히니까 세금을 걷기 위해 가혹한 공포정치도 동원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들 처우가 좋지 않으면 비리가 만연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물론, 처우가 좋아진다고 비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처우가 나빠지면 비리가 늘어나는 분명합니다. 가끔 많은 분들이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혼동하곤 하는 걸 봅니다.

(수학에서는 조금 어려운 말로, 이런 것을 필요조건 혹은 충분조건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급여가 적은 것은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됩니다. 반면, 비리가 반드시 급여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필요조건이 됩니다. ^^)

[11] 과거의 역사가 현대에 와서 다시 반복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당연히 반복될 겁니다. 물론, 경기가 나빠진다고 바로 우리나라에서 ‘삼정의 문란’과 같은 극도의 혼란한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지게 되면 점차 그런 상황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수가 부족해지면 국가는 국가 운영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늘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의 시도는 세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욱 심해지고 가혹해질 겁니다.

[12] 세금과 관련해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가 봅니다. 서양의 세금을 보더라고, 지금 상황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종류의 세금들이 참 많았습니다. 모자에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고,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수염과 공기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랏님 돈 필요할 때마나 “내놔!”…옛날엔 더 했네∼ (매일신문, 201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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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아직 본격적인 경기 침체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세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법인세가 줄고 부가가치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도 해야 하고, 추경도 해야 하는 등 돈 쓸 곳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올 세금 5조3천억원 덜 걷힌다…부가세 3조 감소 (연합뉴스, 2015. 7. 7)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부는 국가 기능 유지한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능들은 줄여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수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늘어나는 세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됐고, 정부의 각종 과태료 수입과 범칙금 수입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범칙금·과태료 수입 ‘껑충’…안전 예산은 뒷전 (SBS뉴스, 2015. 6. 20)

[14] 앞으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공식적인 세금 외에도 과징금, 범칙금, 연금 및 건강보험료 등의 비공식적인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겁니다. 세금을 추징하려는 시도 또한 치밀해질 겁니다. 예전에는 신경도 안 쓰던 분야까지 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세무당국이 들여다 보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경제 자체가 침체 국면이기 때문에 세수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점차 중앙에서의 지방 통제가 느슨해지게 됩니다. 지방에서도 재정 지원도 안해주는 중앙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중앙의 통제가 무력화되기 시작합니다. 그와 때를 같이 해, ‘삼정의 문란’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다시,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들이 나돌게 될 겁니다.

[15] 많은 분들이 경제문제를 단순히 경제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결코 경제만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경제문제는 정치문제로 연결되고, 인권문제로 연결되고, 여성과 아동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누렸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애절양(哀絶陽)’에서 썼던 문장을 다시 가져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경제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너지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무너졌으면 좋겠고, 설령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서로 사람 대접 해주는 사회였으면 좋겠고,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약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게 된다면 다른 억울한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소풍>

[1] 일본도 그랬듯이, 우리나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노인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아니,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노인인구 수의 증가와 더불어 평균수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평균수명 증가와 더불어 거의 항상 나타나는 것이 바로 치매 걸린 노인의 증가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치매 노인들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자 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치매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치매 운전자의 고속도로 역주행 급증…일본, 고령자 교통사고 증가 ‘골치’ (경향신문, 2015. 1. 29)

日 75세이상 운전자 ‘치매 검사’ 강화 (문화일보, 2015. 3. 11)

[2] 우리나라 사정도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치매 환자가 15분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것에 해당됩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인 2024년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양가 부모 4명 중 1명꼴로 치매 환자가 생길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양가 부모 4명 중 1명꼴” 치매, 무서운 증가세 (SBS뉴스, 2015. 4. 1)

[3]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과 관련된 만화 한 편이 있어 소개합니다. 제 10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지현’이라는 분의 작품입니다. 일단,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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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yaohouse.net/

[4] 감정을 최대한 자제한 상황에서 이 만화를 다시 한 번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 만화는 감정을 가지고 보면, 한 개인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잘 다루고 있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자식에 대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 치매로 정신이 맑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집에 있던 수석을 모두 보따리에 담아 안고는 강물로 뛰어드는 모습까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5] 하지만 어머니라는 감정, 자식이라는 감정을 벗고, 순전히 경제문제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보면서 어떤 경제문제가 떠오르시는가요? 몇 가지 나열해보겠습니다. 노인문제, 노인들 치매문제, 치매노인의 등급 판정 문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의 의료비 문제, 치매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족의 문제, 일자리 문제, 가난의 대물림 문제 등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족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 일부는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경제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6] 치매노인의 문제와 그와 관련해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문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자살을 통해서 해결됩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라는 것도 치매 노인인 어머니의 정신이 아직 남아있었고, 그리고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자 하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어머니의 치매 상태가 심각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그리고 설령 정신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자식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문제의 해결책은 없습니다. 즉, 치매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만화 속 가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만화 속 이야기는 충분히 눈시울을 적실 만한 스토리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성 없는 해피 엔딩(happy-ending)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를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7]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큰 짐의 하나는 덜었지만, 그럼에도 이 가족에게 드리워진 삶의 무게는 여전히 버거울 만큼 무겁기만 합니다. 가장이 흔히 남들이 말하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는 여전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가장이 자기만의 뭔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장을 만들 수 있는 주인의 자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살 테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슬픔이 복받쳐 오르겠지만 어머니와 좋은 추억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8] 인간적으로 보면, 위의 만화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자신이 모르게 눈물이 흐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가족에게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고, 그냥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에피소드가 하나 일어나 가족들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 것뿐입니다. 여전히 자신들 앞에는 힘겨운 삶을이 놓여 있고, 열심히 힘들게 살아도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9] 감동적인 만화에 왜 이런 냉혈한(冷血漢) 같은 경제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바로 경제는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절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힘은, 불쌍하다고, 안됐다고, 안쓰럽다는 이유로, 개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그냥 원칙과 구조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힘들어해도, 힘들어하다 강으로 뛰어들어도, 참다참다 못 참고 강도짓을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들의 사정일 뿐입니다. 경제적인 힘은 그런 사정들을 고려해주지 않고 그저 주어진 대로 움직이고 작용해 갑니다.

[10]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자신의 감정 혹은 인간적임 측면을 섞어서 바라보고, 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경제를 제대로 보려면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힘은 감정도 없는 아주 냉정하고 차가운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11] 몸이 굳어가고 정신까지 잃어버리는 아내를 곁에서 간호하는 남편, 어느 노부부의 마지막을 담담히 그려낸 영화 <아무르(Amour)>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도 우아하지고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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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부자들의 생각>

[1] 돈에 대한 기사가 있어 가져옵니다. 돈 있는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 사이에 돈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부자들이 바라보는 곳과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은 일반적으로 아주 다릅니다.

[2] 가령, 뭔가 안 좋을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들은, 좌절감에 빠진 사람이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을 마시는지를 살핍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팔 수 있을 지를 고민합니다. 많은 청소년이 TV에 나오는 아이돌(idol) 그룹에 열광을 하고 그들을 따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똑같이 TV로 시선이 향하는 것이 아니라, TV를 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 지를 고민합니다.

요즘 유행인 각종 요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TV에서 요리되는 음식을 보고, 그런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의 시선은, TV가 아니라, 요리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꽂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할 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팔 지를 고민합니다.

[3] 또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무엇인가 되거나 무엇을 하고자 합니다. 가령, 유명한 가수나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고, 교수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꿈 꾸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법니다. 그리고 그 돈을 이용하여,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즐기고, 유명한 운동선수가 하는 경기를 관람합니다. 필요하면, 유명한 의사나 변호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4] 부자들은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가수가 되기보다는 이미 성장한 가수들을 활용해 돈을 벌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보다는 이미 의사나 변호사가 된 사람들을 활용하고 조직화하여 돈을 법니다. 이것은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과 그들 뒤에서 실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실제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사람과 의사들 뒤에서 실제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5] 경제위기가 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면, 사람들은 달러나 금이나 은을 사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사려고 하는 달러나 금 혹은 은 거래에 직접 뛰어들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누가 귀금속을 많이 모았다고 하면, 귀금속으로 눈과 귀가 집중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들은 금이나 은이 아닌, 금과 은에 눈과 귀가 집중돼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금과 은을 판매하고 돈을 법니다.

[6]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돈을 모아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실 돈을 버는 데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돈을 벌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돈을 벌다가 한평생을 다 보냅니다. 하지만 돈을 벌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기사의 아홉 번째 이야기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돈을 번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달리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고 돈을 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면, 돈은 저절로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7] 이와 관련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흔히 사업 수완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도, 아들을 빌 게이츠의 사위이자 세계은행 부총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돈을 버는 방법도 이와 유사하기 때문에 소개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빌 게이츠처럼 돈을 많이 번 이후에야 빌 게이츠의 사위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세계은행 부총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주인공 정도라면, 빌 게이츠만큼 돈이 없어도 자신의 아들을 빌 게이츠의 사위로 세계은행 부총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8] 먼저 아버지가 아들을 설득합니다.

(아버지) 너 내가 정해주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 / (아들) 싫어요. 신부는 제가 고를 겁니다.  / (아버지) 상대는 빌 게이츠 딸이야. / (아들) 그렇다면 좋아요.

다음으로 아버지는 빌 게이츠를 찾아갑니다.

(아버지) 당신 딸의 남편감이 있어요. / (빌 게이츠) 우리 딸은 아직 너무 어린데요. / (아버지) 하지만 이 청년은 세계은행 부총재입니다. / (빌 게이츠) 그렇다면 좋습니다.

이어서 아버지는 세계은행 총재를 찾아갑니다.

(아버지) 부총재로 천거할 청년이 있습니다. / (총재) 그런 청년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 (아버지) 하지만 이 청년은 빌 게이츠 사위입니다. / (총재) 그렇다면 좋습니다.

[9] 건설사가 돈을 버는 방법도 동일합니다. 아파트를 짓고자 하는 곳의 토지를 계약한 후, 소유권도 없는 이 토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그렇게 조달한 돈으로 아파트 건설 부지를 매입합니다.  그리고 분양을 통해 짓기도 전에 아파트를 모두 팔아버립니다. 그리고는 분양으로 들어온 돈으로, 하청을 주어 아파트를 짓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이익을 남깁니다. 절대로 건설사가 돈을 모아 부지를 매입한 후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형태는 펀드를 운용하는 금융사들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10] 지금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부자들의 생각이나 행동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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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해봤자 월급쟁이, 부자의 돈 생각을 배워라 (머니투데이, 2015. 7. 11)

부자는 소수다. 대다수는 평범하게 먹고 살 정도다. 이 소수와 다수를 가르는 차이는 뭘까. 다수는 돈이 없으니 아껴써라. 부자 되려면 저축해라, 잘 살려면 열심히 일해라, 나중에 성공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의 말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성실하게 따른다. 그런데도 돈에 관해 오랫동안 내려온 그런 지혜의 말을 잘 듣는 대다수는 그냥 평범한 수준으로 사는데 그친다. 소수의 부자들은 일반적인 돈에 대한 상식을 믿지 않는다. 돈에 관한 부자들의 ‘소수의견’을 소개한다. ‘부를 향한 경주’(Run For Wealth)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페테니 쿠즈와요의 ‘모든 백만장자가 갖고 있는 돈에 대한 독특한 생각’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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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자는 세상에 돈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안다=부자는 풍부함이라는 생각의 틀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들이 보기에 세상에 제한이 있거나 희소한 것은 없다. 반면 대다수 사람들은 돈이 바닥 날까 걱정하며 먹고 살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살아간다. 부자들은 돈이란 절대로 바닥날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2. 부자는 돈이 모든 선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믿는다. 돈은 문제를 해결해주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힘을 준다. 돈은 인생을 바꾸고 즐거움을 준다. 돈은 올바로 쓰기만 하면 모든 선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물질적인 성공은 정말 중요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당신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3. 부자는 돈이 가치를 덧붙이는 데서 창출된다는 사실을 안다=부자는 돈을 끌어당기는 첫번째 요소가 문제 해결력이란 사실을 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면 그들은 기꺼이 당신에게 돈을 지불할 것이다.

4. 부자는 저축보다 돈을 버는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재테크 전문가들은 가능한 많이 저축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위해 인생의 40년 이상을 저축하는데 쓰는 이유다. 저축의 미덕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자는 돈을 버는 능력이 재테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5. 부자는 돈과 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안다=대다수 사람들은 시간을 주고 돈을 얻는다. 이 때문에 시간당 임금에 목을 맨다. 하지만 부자는 두뇌와 자산을 갖고 돈을 번다. 부자는 시간과 돈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버는 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6. 부자는 리스크 계산이 필수라는 사실을 안다=돈을 안전하게만 관리하는 것은 어리석다. 돈을 위험한 곳에 베팅하는 것은 더 어리석다. 하지만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최적점이 있다. 부자는 이를 찾아 리스크를 계산해 관리한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용감한 사람이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사람은 아예 살아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7. 부자는 공식 교육보다 경험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인생은 그 자체가 위대한 스승이다. 학교 공부는 사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거의 가르쳐주지 못한다. 특히 학교 교육은 돈에 대해서는 거의 ‘젬병’ 수준이다.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대학 중퇴자나 별 볼일 없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고용돼 일하는 이유다. 부자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목적은 공부가 아니다. 네트워킹이다. 부자는 학교 교육보다 생활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돈 버는 방법을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8. 부자는 그래도 즐기는 것보다 공부가 낫다는 사실을 안다=부자가 공부보다 경험을 더 중시한다고 공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현안에 대해 공부하면서 돈 벌 기회를 찾는다. 하지만 불행히도 온 사회가 TV부터 영화, 게임, 놀이공원, 콘서트, 클럽 등 오락에 빠져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주말은 파티와 오락으로 점철된다. 부자는 돈과 습관적인 즐길 것들은 서로 함께 가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9. 부자는 돈 버는 데 돈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안다=당신에게 지금 돈이 없다고 세상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상에 돈은 많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이 2가지를 결합하면 돈 없이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돈이 많은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든, 투자를 받든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해”에서 “돈을 벌려면 아이디어가 있어야 해”로 발상을 바꾸라. 아이디어와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영화 속의 경제학

(1) 인 타임(In Time) 

각종 영화 속에는 경제학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In Time>(주연: Justin Timberlake, Amanda Seyfried)은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 구조에 대한 묘사가 잘 나타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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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을 해서 돈을 받지만, 영화 속 미래에서는 돈 대신 ‘시간’을 받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으로 거래합니다. 즉, 시간이 바로 돈인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자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뛰어다닙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듯, 시간은행에서 시간을 빌려 생활하고, 만기가 되면 빌린 시간에 이자까지 쳐서 시간을 상환합니다.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선단체에서 제공하는 시간을 받아 겨우겨우 살아갑니다. 영화 속 세상은 우리 세상을 ‘돈’이 아닌 ‘시간’으로 대체했을 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부유함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에 포함됩니다. 사람들은 부유해지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누군가 일을 해야만 운영이 되고 돌아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는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경제적으로 일을 할 사람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를 빼앗아버리거나 부를 축적하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누군가를 풍족하지 않게 가난하게 만들면 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자산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일로 메꾸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런 사람들을 한계 상황으로까지 몰고 갑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갑니다. 모든 사람들이 풍요롭다면, 한계상황에 몰리는 사람들이 없다면, 세상의 궂은 일, 힘든 일, 위험한 일, 남들이 하기 싫은 일, 손가락질을 받는 일, 남들이 천시하는 일 등을 할 사람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할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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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서 묘사하는 미래 사회도 똑같습니다. 시간으로 평가되는 불평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가진 소수의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풍요롭게 삽니다. 하지만 가진 시간이 얼마 안 되는 다수의 사람들은 늘 뛰어다니며 시간을 아끼고 열심히 일을 하지만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미래사회는 여전히 불평등합니다. 영화는 엄청난 시간을 소유한 여주인공의 아버지의 시간을 훔쳐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또 다른 시간은행을 털면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시간을 나눠받은 사람들의 행동이었습니다. 풍족한 시간을 받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행동은, 하던 일을 멈추고 직장에서 공장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많은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전처럼 당장 목숨을 잃을 일도 없고, 공장에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뛰어다닐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자유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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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맛보는 자유,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된 그 이후의 삶이었습니다. 시간의 불평등은 영원히 사라졌을까요? 사람들은 더 이상 일을 안 해도 될까요? 사람들은 시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에 쫓겨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자유를 주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의 사회가 너무 참혹하고 불평등이 심해 그 이후의 사회에 대해서 고려할 여력이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주인공들의 행동을 혁명이라고 불러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기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린 주인공의 행동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용감한 주인공들의 행동 이후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품의 부족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일을 안 하게 되면서 상품 생산이 크게 줄어들 테고, 그렇게 되면 상품 부족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입니다. 여기에 사람들은 각자 이전에 가져보지도 못했을 만큼의 많은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활용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자 합니다. 경제적으로 이야기하면, 생산은 줄어 공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을 사려는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잔에 5분이던 커피가격이 1시간을 주어야 살 수 있는 상품이 될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상품 생산은 늘지 않고 상품을 사려는 사람만 있다면, 시간으로 책정되는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르게 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가격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은 급속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즉, 시간이 충분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생활이, 시간이 늘 부족해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던 과거의 생활보다, 크게 나아진 게 없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먼저 실물을 확보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부유층으로 등장하게 될 테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일을 하면서도 궁핍한 생활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겁니다. 또 다시 사회는 대혼란에 빠지면서 불평등이 다시 발생하고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격은 다시 벌어지게 될 겁니다.

과연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 위험을 무릅쓰고 하고자 했던 것이 이런 결과였을까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현재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의적 노릇을 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세상은 이전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을까요?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전과 같이 소수의 사람들은 시간(부)을 축적할 테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시간(부)을 빼앗기고 이전 생활로 돌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현재의 불평등만을 해소하는 데 목표가 있을 뿐, 장기적인 해결방안은 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훔쳤든 혁명을 통했든, 이러한 부의 재분배는 일시적으로 세상을 평평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평등함을 영원히 지속되게 만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행동이 영웅적인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경제학의 부스러기 (4): 경제적 측면에서의 천국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이전 글에서, 경제적 천국이 갖춰야 할 조건 가운데 하나가 자동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 <In Time>에서의 문제점, 즉,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인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이 모두 자동화되어 공급이 무한해야 합니다. 공급이 무한히 많다면, 가격이라는 것도 생겨날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인플레도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In Time>에서처럼, 누군가의 손을 통해서 상품이 생산되는 사회에서 모두가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면,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In Time>의 주인공들처럼 부자가 가진 것을 훔쳐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이든, 급격한 혁명 등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든, 다시 시작하는 기회를 제공할 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그만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자와 빈자의 구분 없이 살아가는 문제는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2) <설국열차(Snow Piercer)>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생각거리는 남겨줍니다. 첫 째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잘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정된 자원이라는 측면과 그로 인한 사회의 불평등이라는 문제가 참 작품 속에 잘 녹아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한정된 자원과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사회는 어떤 모습을 띄는지 가장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일종의 제로섬(zero-sum)의 상황이라 누군가 남보다 풍요롭게 살면 다른 누군가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기차 속은 철저하게 신분에 따라 앞칸과 뒷칸 가운데 어느 칸에 살 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생활 수준도 달라집니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를 의미합니다. (1) 자원은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고, (2) 누군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으며, (3) 궁핍은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4) 한정된 자원을 사람들 사이에 나누어 주어야 할 분배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설국열차>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지구가 급속하게 빙하기에 들어간 이후, 남은 인류가 기차에 의존해 살아가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자, 79개의 정상들이 지구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공 냉각제인 CW7이라는 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적정 온도로 내려갈 줄 알았던 지구의 기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내려갔고, 인류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게 됩니다. 기차 밖은 기온이 너무 내려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오직 기차 안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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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7 가스가 살포되는 장면>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에서도 계급이 존재하고 부의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꼬리 칸(tail section)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그리고 음식도 양갱과 비슷하게 생긴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 한 종류만 먹습니다. 하지만 열차의 앞쪽으로 갈수록 사람 수는 적어지고 공간도 넓어지며 인간다운 생활을 합니다. 1년에 두 번이지만 스시도 먹을 수 있고, 스테이크와 치킨도 계란도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클럽도 있어서 술 마시고 춤도 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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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칸 사람들에게 식량으로 주어졌던 단백질 블록>

그러면 왜 꼬리 칸에 있는 사람들과 앞쪽 칸에 있는 생활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요? 바로 티켓을 가지고 탔느냐 아니면 무임 승차자(free loader)인가의 차이 때문입니다. 충분한 공간과 함께 인간다운 생활은 티켓을 구매하여 열차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제공됩니다. 그리고 티켓 없이 승차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정도의 공간과 먹거리만 제공됩니다.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이렇게까지 나쁜 이유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강조되는 바로 균형(balance) 때문입니다.

열차는 폐쇄된 생태계(closed ecosystem)로 그려집니다. 엔진이 멈추지 않고 영원히 작동하는 엔진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도 없고,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산할 수 있는 먹거리의 양도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처음 윌포드(Wilford)가 티켓을 팔 때, 열차 내 균형을 유지할 정도의 사람 수만큼만 팔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초대 받지 못했던 천여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과 엔진이 만들어내는 한정된 에너지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정된 공간과 자원, 그리고 사람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사람 수의 조절이 불가피합니다. 생태계 균형 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사람을 강제로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꼬리칸에서의 ‘혁명’을 통해 승객수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 힘든 작업을 윌포드는 꼬리칸에 있는 길리엄과 협력하여, 커티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잘 진행해 나갑니다. 모두 한정된 자원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도 앞칸에 있는 사람들처럼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자원도 공간도 열차 내에는 없습니다.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풍요롭게 먹일 수 있는 자원은 없었으니까요. 꼬리칸에 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윌포드가 제공해주는 양갱 형태를 띤 단백질 블록을 먹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만약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선과 육류를 나눠주려 한다면, 앞칸의 승객들에게 배정되어 있는 생선과 육류를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 이전보다 풍요롭게 살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이전보다 덜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열차 내에서 힘들고 어렵게 사느냐 혹은 풍요롭게 사는냐는 개인들의 노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17년 전 처음 열차를 탈 때, 승차권를 구매했는냐 아니냐로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노력으로 꼬리칸에서 벗어날 수도, 꼬리칸의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꼬리칸에서 어렵게 사는 것이 개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열차에 처음 승차할 때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뿐입니다.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이라는 것이 개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미 태어날 때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벗어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열차 내의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나누어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설국열차> 내에서는 이 분배 권한을 윌포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격(price)을 통한 분배, 즉 시장(market)이라는 분배 장치를 통해 자원을 배분하는 우리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을 통한 분배 체계를 만들려고 했다면, 열차 내에서 유통되는 화폐를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현실 세계와 같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자원이 우선 배분되는 체계가 만들어졌을 겁니다. 어쨌든,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분배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윌포드의 리더십입니다. 윌포드는 리더이기는 했지만,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철저하게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티켓도 없는 사람들을 열차에 태우기는 태우되, 이들에 대한 식량도 준비했으니까요. (영화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빙하기라는 엄청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방주(ark)인 윌포드의 열차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로 몰려들었을 겁니다. 이 순간 아마 윌포드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겁니다. 살기 위해 열차 주위로 몰려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모른 척 할 것인지, 아니면 열차에 타도록 해야 할 것인지… 만약 윌포드가 열차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을 외면하게 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은 그냥 얼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열차에 수용하기에는, 열차가 제공하는 공간과 먹거리와 마실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사람들을 모두 태워야 할까요, 아니면 얼어 죽도록 외면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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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포드 기차의 1년간 운행 경로>

윌포드는 이 사람들은 태우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원래 계획에 없던 승객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공간과 먹거리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윌포드는 이들을 태우기 위해 무임승차자들을 위한 공간과 먹거리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그 기간이 한 달 걸렸습니다. 이 기간에 대해서는 커티스가 엔진룸이 있는 첫 칸 앞에서, 남궁 민수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커티스에 따르면, 2,000명의 사람들이 좁은 철창 안에서 식량과 물 없이 한 달을 지낸 후에야 윌포드가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s)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고, 서로의 팔다리를 잘라 먹으며 지냈다고 합니다. 물론, 커티스도 그 과정에서 살인을 합니다. 커티스는, 윌포드가 진작에 단백질 블록을 가져왔더라면 그런 비극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티스가 극도로 윌포드를 증오하게 된 이유입니다.

윌포드 입장에서 이 상황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수천 명의 사람들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열차에 태웠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도 열차 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인류가 얼어 죽는 상황에 직면했을 지도 모릅니다. 살기 위해 열차로 몰려들었고, 굶지 않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 또 다시 굶어죽을 상황에 놓였을 때 하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따라서 이들을 열차에 태우기 위해서는 이들을 굶기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이 있는지부터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이들을 먹여 살릴 식량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태우면 안 되는 일이었고, 일단 태웠다면 이들을 굶기지 않을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어차피 앞칸 승객들이 먹을 것을 나눠 준다고 하더라도 식량이 충분치는 않았을 겁니다. 윌포드는 이들에 대한 식량 대책을 세우는 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대책이 바로 단백질 블록이었습니다. 비록 단백질 블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식재료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기는 했지만, 꼬리칸 사람들을 굶기지 않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리더십과 관련해, 커티스의 태도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꼬리칸에서 혁명을 준비할 때, 커티스는 에드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떠받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자신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획됐든 그렇지 않든, 커티스는 꼬리칸의 사람들을 이끌고 혁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윌포드가 있는 맨앞칸 엔진룸까지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커티스는 윌포드의 주장에 설득 당하기 시작합니다. 윌포드는, 열차라는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인류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고, 그 균형을 위해서라면 가끔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승객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커티스를 리더로 생각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행태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의 일반 군중 혹은 대중들의 모습, 보통 사람들의 가려지지 않은 본 모습을 보여줍니다.

커티스는 윌포드의 설득에 흔들립니다. 이런 커티스의 흔들린 마음은, 폭약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달라고 요구하는 요나를 밀쳐내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윌포드의 설득에 넘어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진실 내부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아이 티미를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요나에게 성냥을 건네고 요나는 외부와 연결된 문을 폭파시키면서 설국열차는 마침내 17년간의 운행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아마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비인간적인 생활을 강요하면서까지 인류를 보존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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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달라는 요나를 밀쳐내는 커티스>

보통 이런 결정은 현실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진을 자기 대신 맡아달라는 윌포드의 제안에, 커티스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윌포드의 자리를 대신하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방안입니다. 이 방안을 선택하면, 열차 내 질서는 그대로일 테고, 꼬리칸의 상황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겁니다. 두 번째는 윌포드의 자리를 차지하되 분배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입니다. 윌포드가 했던 것과 달리, 열차 내에서의 먹는 것과 공간을 꼬리칸의 사람들에게도 일부 나누어줌으로써 이전보다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커티스가 분배에 신경을 좀더 쓴다고 하더라도 열차 내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세 번째는 기차를 폭발시켜 이 모든 상황을 종료하는 것입니다. 커티스는 첫 번째 방안을 선택하는 듯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세 번째 방안을 선택합니다.

이런 커티스의 선택은 커티스 개인의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커티스는 영화 내내 자신은 리더로써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길리엄에게도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티스가 일찍부터 권력을 갖고자 했다면, 분명 윌포드의 자리를 차지하고 꼬리칸의 사람들을 위하는 척 하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커티스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권력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 모든 것을 끝내는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고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커티스는 기차가 계속 운행하는 방안을 선택했을 지도 모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를 파괴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절대반지의 유혹에 넘어가 반지를 가슴에 안고 돌아서는 프로도(Frodo)와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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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반지 앞에서 갈등하는 프로도>

영화 <설국열차>를 제한된 자원과 리더십의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만,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과 연계해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함의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이 영화상의 빙하기가 시작되는 시작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79개국의 정상들이 모여 CW7 가스를 살포하기로 결정한 상태일 수도 있고, 항공기를 통해 CW7 가스가 이미 공중에 살포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열차 내의 상황은 한참 뒤에 벌어질 일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직면해야 할 상황은, 수많은 사람들이 얼어 죽는 빙하기의 시작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은 윌포드 열차의 승차권을 구매해 살아남았듯이, 이번 경제위기에서도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주(ark)를 만들어 살아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설국열차>와 같은 방주를 만들거나, 그럴 수 없다면 남이 만든 방주에 올라탈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스스로 설국열차를 만들 수 있다면 윌포드와 같은 절대군주와 유사한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 설국열차를 만들 수 없는 사람이라면, 설국열차에 올라탈 승차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류 전체가 멸종할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승차권의 가격은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쌌을 겁니다. 이번 경제위기에서도 다른 누군가가 만든 방주에 타려면 엄청난 비용을 치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설국열차를 만들지도, 그렇다고 승차권을 구매할 여력도 없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빙하기가 닥쳤을 때 얼어 죽었듯, 이번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겁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설령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설국열차>의 꼬리칸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서 설국열차 승차권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높은 인플레이션, 어쩌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승차권의 가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국열차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 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이번 경제 위기를 견디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을 다 잃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설국열차의 승차권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쌌듯이, 이번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1년에 5% 내외의 인플레이션에도 사람들은 못 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해 20-30%,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물가가 뛰는 상황이라면,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지불해야 할 금액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하면서 살아남는 사람만이, 승차권을 가지고 설국열차에 오른 사람들이 누렸던 혜택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설국열차와 조금 다른 상황이라면, 설국열차 승차권은 한 번에 지불해야 했지만, 이번 경제위기에서는 시간을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 돈이 많지 않더라도, 나만의 생존전략이 있다면, 다가올 경제위기에서도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영화 속에서 묘사한 열차 내 상황이 아니라, 빙하기가 시작될 때의 혼란한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기차에 올라타지 못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직면했어야 했던 막막한 상황, 그리고 기차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식량과 물 없이 지내야 했던 순간들. 커티스는 식량과 물 없이 지냈던 한 달 간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남궁 민수에게 이야기합니다. 커티스는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앞장서 약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 사람들의 고기를 먹으며 살아남았다고. 그때 인육의 맛도 알았고, 애기 고기가 제일 맛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You know what I hate about myself? I know what people taste like. I know babies taste the best.).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커티스가 경험했던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이 있었습니다. 커티스가 인류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흡연자 분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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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영화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이라는 다소 흥행하기 어려운 형태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큰 성공을 거듭니다. 특히, 영화는 경기 침체로 돌파구를 찾고 있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꿈꾸던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여기에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영화 내용 가운데 어떤 내용에 관심이 갔는지 혹은 어떤 장면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등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장발장(Jean Valjean)의 코제트(Cosette)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람에 감동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추구하던 당시의 사회상에 큰 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판틴(Fantine)의 기구한 운명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고, 끈질기게 장발장의 뒤를 쫓던 자베르(Javert)가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시선을 끌었던 것은 마들렌(Madeleine), 즉 장발장이 운영하던 공장이었습니다. 주교의 은(銀) 식기를 훔치고 은(銀) 초대까지 받아 떠난 지 8년 후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장신구 공장의 사장이 되어 있습니다. 장신구라는 상품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들렌은 여자들, 그 중에서도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여자들을 고용해 공장을 운영합니다. 판틴이 파리에서 마들렌의 공장이 있던 곳까지 온 것도, 마들렌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고용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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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과거 주교가 가난하고 범죄자였던 자신에게 베풀었던 은혜를 생각하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아주 잘 대해줍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학교도 지어줍니다. 현대적인 의미로 보면, 마들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줄 여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선의를 베푸는 마들렌을 시장으로 만듭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마들렌(장발장)의 고용 정책입니다. 평상시에도 여성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약자에 해당되는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는 더욱 약해집니다. 그래서 경기가 나빠질 때 여성들이 큰 불행을 겪기도 합니다. 장발장이 여성들을 고용했다는 것은 사회 경제적으로 약자를 고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마들렌이 했던 사업의 특성상 여성 고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마들렌 정도면 장신구 공장이 아닌 다른 공장도 얼마든지 설립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마들렌은 자신의 공장에 약자인 여성 노동자들을 고용했습니다.

장발장이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장발장이라는 이름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자베르를 통해 접한 이후 고민하는 과정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죄 없이 붙잡힌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장발장은 고민을 합니다. 고민을 했던 이유는 자신이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감옥에 간 이후 남게 될 노동자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다음은 장발장이 고민했던 내용입니다.

I am the master of hundreds of workers (나는 수백 명 노동자들의 사장이다)

They all look to me. (그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다.)

Can I abandon them? (그들을 내가 버려야 할까?)

How would they live if I am not free? (내가 떠난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마들렌의 고용정책을, 국내에서 한 때 유행해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등을 적용해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 됩니다. 롤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해야 바람직하다는 기존의 공리주의에 반대하며, 약자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정확히는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약자의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약자의 이익은 조금 늘리는 대신 강자의 이익을 크게 늘리는 것도 허용하기 때문에,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도 정당화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근거로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소수 혹은 약자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철학적으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자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던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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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_무엇인가

롤스의 <정의론>이란 책이 발간된 것이 1971년입니다. 이제 40년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영화 혹은 책에 나타난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되었던 시기는 1823년입니다. 거의 150년이라는 시간이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때 장발장(마들렌)은 사회적 약자 편에 섰습니다. 롤스주의(Rawlsianism) 측면에서, 장발장의 고용정책은 사회적으로 아주 바람직한 정책이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들렌과 같은 사람이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몇 차례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앞으로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난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런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천사와 같이 생각될 겁니다.

영화에서 마들렌이 어떻게 장신구로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물론, 원본 책을 통해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팔아 수익을 내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혼란한 상황을 볼 때 장신구 판매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학교도 지어준 것을 보면, 장발장은 사업 수완이 상당히 좋았던 모양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암울한 미래에서도 장발장과 같이 사업 수완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장발장과 같이, 아주 선한 기업가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고용을 한 자리라도 늘릴 수 있는 능력 있는 기업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 자리라도 더 많은 일자리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 장발장의 행동은 앞으로 정치적인 권력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발장은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시장이 되길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발장의 도움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장발장이 시장이 되길 희망했고, 결국 장발장은 시장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력에 욕심이 있든 없든, 장발장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권력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장발장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권력을 잡기가 생각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지금 권력을 잡기 위해 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선의를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든, 선의를 가진 척 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주는 사람은 쉽게 권력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될 겁니다. 즉, 장발장과 같이 선의의 행동을 하다가 권력을 얻는 사람도 보겠지만, 단지 권력 그 자체를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는 척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판틴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이 입지입니다. 장발장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쫓겨나자마자 판틴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됩니다. 딸인 코제트의 양육비는커녕 자신이 먹을 빵을 살 돈도 벌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머리카락을 팔고, 치아도 뽑아 팝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한 돈을 구하지 못합니다. 결국 판틴은 몸까지 팔게 됩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매춘부 가운데 한 여자가 판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Life has dropped you at the bottom of the heap.” (삶이 너를 인생 바닥까지 떨어뜨렸구나.)

마지막으로 판틴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우리들의 꿈을 죽인 게 결국은 우리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 그 자체라는, 마지막 가사가 참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삶이 내가 꿈꾸던 꿈을 죽여버렸다.)

경제위기의 본질(1)

1. 부(富)란 무엇인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오랫동안 답을 찾고자 했던 세 가지 질문, 즉, 부(富)가 무엇인지, 그 동안 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만들어진 부가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이해하면, 미국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도 알 수 있고, 양적완화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본질도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세 가지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해결책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첫 번째로 부(富)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어떤 사람이 부자냐고 물어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는 대답을 흔히 듣게 됩니다. 이 대답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맞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과연 돈이 많으면 부자일까요? 돈이 많다고 부자라면, 바이마르(Weimar) 공화국의 5천만 마르크 지폐나 짐바브웨(Zimbabwe)의 100조 달러를 가진 사람도 부자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지폐를 가진 사람들을 부자하고 하지 않습니다. 화폐 단위는 높지만 구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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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바이마르 공화국 5천만 마르크 지폐와 짐바브웨 100조 달러 지폐

부자 혹은 부자 나라는 부(wealth)를 다른 사람보다 혹은 다른 나라보다 많이 가진 사람 혹은 국가를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부자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부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부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는 무엇인가를 교환하거나 살 수 있는 ‘구매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매력은 무엇일까요. 교환 가능한 가치, 또는 구매 가능한 가치가 될 겁니다. 우리가 ‘돈’이라는 지폐로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지폐가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쉽게 이야기해, 무언가를 사거나 교환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를 정의하면, 부자는 부를 많이 가지는 것, 달리 이야기하면, ‘구매력을 가진 수단을 많이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 말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가져야 하는데, 많이 소유하는 수단이 구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최고의 부자는,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수단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살 때, 그 물건의 가치에 해당되는 뭔가를 상대방에게 주어야 하는데, 그 수단이 구매력이 있는 물건이 됩니다. 구매력을 가진 물건은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이 될 수도 있고, 녹차가 될 수도 있고, 향신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조개껍데기가 구매력을 가진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었고, 어떤 때는 소금이 중요한 구매력을 가진 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구매력이 높은 수단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왔습니다. 그 시대에, 특정 장소에서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는 수단을 많이 소유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자가 된다는 말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구매력이 높은 상품이나 물건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금(gold)은 전통적으로 교환수단으로써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금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자가 되었고,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부자나라가 되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나선 것도 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이끈 코르테스(Cortes)도,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 떠났다가 잉카 문명을 멸망으로 이끈 피사로(Pisaro)도, 모두 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basic currency)가 된 것도 구매력을 가지고 있던, 즉 교환가치가 보편적으로 가장 컸던, 금과 교환할 수 있다는 기준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bitcoin)도 교환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계속 떨어져 자산이 줄어들게 되지만, 달러에 비해 가치가 안정적인 비트코인은 가치가 유지돼 자산 가치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문제, 부가 어떻게 만들어져왔는가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이해하는 데 사실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경제위기의 시작은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부의 창출방식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금과 같은 수단은 전체 물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물량이 한정되거나 급격히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교환가치 보존에는 대단히 유리합니다. 하지만 전체 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계의 부(富) 또한 그만큼만 존재하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세계에 금이 17만여 톤이 존재한다고 하면, 세계의 부는 딱 그만큼만 있을 뿐 그 이상 늘어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새롭게 금광이 발견되어 금의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금광을 찾거나 남의 금을 빼앗아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금을 사용하게 되면, 나의 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나의 금을 가져간 사람은 그만큼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부(富)의 축적이란, 일종의 제로섬(zero-sum)게임이 됩니다. 교역을 통해 상품이 오고가도, 상품을 파는 사람의 부는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겠지만,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부자가 되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한정된 물건이나 수단을 부의 기준으로 설정하게 되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달러와 금과의 교환 연계고리를 끊어버린 1971년까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어 왔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 이전에도 금 태환을 도입했다가 폐지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상황만 중점적으로 보기 위해 1971년 전후만 다루려고 합니다.)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가져와도 금을 줄 수 없다는 선언을 하게 됩니다. 달러가 가지고 있던 금과의 교환가치는 베트남 전 등을 치루면서 엄청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이를 눈치 챈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달러 대신 금을 요구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금의 80% 이상을 보유했던 미국의 금은 1959∼71년 사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보유하고 있던 금의 양보다 더 많은 액수의 달러를 발행한 미국이 이러한 금 교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발행된 달러만큼의 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던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금과의 연계를 끊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닉슨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금으로의 교환을 중지시킨다(suspend temporarily the convertibility of the dollar into gold)고 했지만, 그 일시적인 조치는 영원한 조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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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971년 8월 15일, 금 교환 중지를 선언하는 닉슨 대통령(자료: Associated Press)

달러와의 연계고리가 끊어진 달러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각국은 달러를 대체할 만한 화폐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같은 해 12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를 찾기 위한 회의가 열리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기축통화로써의 달러를 계속 인정하는 대신,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회의 이후 유지되던 금 1온스당 $35의 교환 비율을 $38로 다소 조정하는 데 그칩니다.

그리고 미국이 모든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겠다는 사우디와의 협약을 체결한 1974년 이후인 1976년 1월에 자마이카의 킹스턴(Kingston)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국제통화제도와 관련된 회의를 다시 갖습니다. 이 회의에서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고정환율제도가 폐지되고, 변동환율제도가 도입되게 됩니다. 이 때부터 달러의 성격이 바뀌고 부의 창출방식도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기존의 달러가 금 보유량만큼만 발행될 수 있는 고정한 가치의 화폐였다면, 이때부터는 달러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일반상품과 동일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즉, 기존에는 금과의 연계를 통해서 가치가 결정되었다면, 이때부터는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치가 결정되게 됩니다.

그에 따라 부의 개념도 바뀌게 됩니다. 기존에는 금 보유량을 달러로 표시하고, 이렇게 표시된 달러의 총량이 세상의 부의 총량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사우디와의 협약을 통해서 석유 매장량을 기준으로 달러를 발행하는 방식이 아닌,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것은 단순해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달러를 발행한다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점도 있습니다만, 설령, 정확한 매장량을 안다고 하더라도, 매장량을 기준으로 하면, 부의 총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금본위제와 차이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면, 부의 총량이 한정되지 않고 석유를 사용하면 할수록 세상의 부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달러의 성격 변화는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부의 창출방식이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2.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

달러의 성격이 바뀜에 따라, 부의 창출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트리핀의 딜레마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는 달러의 공급을 늘리면서도 달러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은 서로 상충된다는 주장으로, 1959년 미국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이 처음 제기하였습니다.  1959년 10월 미 의회의 Joint Economic Committee에 참석한 트리핀 교수는, 금본위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는 기축통화(Reserve currency)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상황)가 계속되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 달러 가치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트리핀 교수가 주장한 것은,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적자 상태가 지속돼 미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브레튼 우즈 체제는 지속될 수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트리핀 교수의 이 주장은 처음 제기된 지 12년이 지난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를 가져와도 금으로 교환해줄 수 없다는 선언을 하면서 현실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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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obert Triffin. (출처; archiviofoto.unita.it)>

미국이 경상적자를 내지 않으면, 즉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하지 않으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게 되므로, 기축통화로써의 본질적인 특성, 즉 공급이 충분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가 없게 됩니다. 기축통화로써의 자격을 잃게 되는 겁니다. 반면,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계속 되면, 즉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달러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모든 나라들이 달러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달러는 기축통화로써의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게 됩니다. 기축통화로써 달러가 가져야 할 두 가지 기능, 유동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바로 트리핀이 지적한 딜레마의 핵심 내용입니다.

금을 기반으로 하든 하지 않든, 모든 기축통화는 본질적으로 트리핀의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축통화라는 것은 국가 사이의 모든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이 공급되어야만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급량이 늘어나면, 동시에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화폐로써의 가치가 떨어지면, 국가들은 해당 통화를 받지 않으려고 할 테고, 그렇게 되면 기축통화의 역할도 끝나게 됩니다. 즉, 어떤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많은 곳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하면서도 해당 화폐의 가치 혹은 가격은 하락하지 않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모든 기축통화는 본질적으로 이러한 모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트리핀이 지적한 내용입니다.

사실 각국 중앙은행의 임무도 작게 보면 트리핀의 딜레마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물가 안정’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말이 물가 안정이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중앙은행의 임무는 화폐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국이 가지고 있는 화폐의 가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일, 그게 바로 중앙은행의 역할입니다. 기축통화로써 달러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공급이 늘어나면서도 그 가치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각국의 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국의 화폐가 돈으로써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폐 공급량 또는 통화량이 늘어나는데도 화폐의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축통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지나면 각국의 화폐 공급량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화폐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 그것이 바로 각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입니다.

가격 상승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관계 때문에 나타나는 가격 상승이 하나 있고, 화폐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가격 상승이 있습니다. 전자(수급에 의한 가격 상승)는 개별 품목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거나 공급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태풍으로 배가 많이 떨어졌다면 배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시장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반면, 배가 풍작이라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 가격은 당연히 하락하게 됩니다. 이런 가격 상승은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다시 원위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소했던 배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며, 풍작으로 공급이 많은 경우에도 저장이나 가공 등으로 공급량을 줄이면 다시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폐 가치와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후자,즉 화폐 공급량 증가에 의한 가격 상승은 개별 품목이 아니라, 돈이 너무 많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개별 상품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화폐로 거래되는 모든 품목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배의 공급량 변화가 배 가격에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면, 화폐 공급량의 변화는 과일 등의 농산물가격부터, 임금, 아파트가격, 공공요금, 식사 가격, 학원비, 땅 가격 등 영향을 안 받는 분야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줍니다. 바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똑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에전에는 1,000원으로 버스를 5번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번도 탈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1000원이라는 돈이 가진 가치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위의 주부들을 보면, 요즘에는 10만원을 들고 시장에 가도 살 게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돈의 값어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이것을 달리, 물가가 올랐다라고도 표현합니다.  또한, 개별 상품시장에서는 공급이 다시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가격이 제위치를 찾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 양이 늘어나면서 오른 가격은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거나 대공황과 같이 화폐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시기에는 화폐가치가 상승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돈의 공급이 거의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상승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돈의 양은 국민 모두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국은 중앙은행(우리나라는 한국은행, 일본은 일본은행 등)을 두어, 돈의 공급량을 조절합니다. 개별 품목 시장에서의 수급에 의한 가격 변동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화폐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은 화폐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역할이 큽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물가 억제’라고 할 때, 이 때의 물가는 후자, 즉 통화량 증가에 의한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별 상품의 수급에 의한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태풍이나 이상기온 때문에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어 식품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이 비난받는 일은 중앙은행으로써는 조금 억울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미국이 선택한 트리핀의 딜레마 해결 방법

미국이 달러를 전세계에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면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 말 자체는 맞지만, 어떻게 그 많은 달러를 공급하면서도 달러 가치를 유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물량이 늘어나는 데도 가치가 유지되는 상품은 없습니다. 마시지 못하면 우리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물도, 그 양이 많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하물며, 달러라고 물량이 그렇게 늘어나는 데 가치가 온전히 보존될 리가 없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해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금본위제 하에서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늘어나는 화폐 발행량만큼 새롭게 금을 만들어내거나, 찾아내거나, 발굴하거나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어나는 화폐량에 대해 금 1온스당 가격을 올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트리핀이 지적한 모순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금이라는 것이 무한히 늘어나는 금속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내거나 만든 금의 총량은 대략 17만여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금본위제 아래에서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체제도 이런 이유 때문에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본위제가 아닌 상황에서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가 있습니다. 금과의 연계고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화폐 공급량을 늘리면서 화폐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달러가 일반 상품과 같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상품으로 특성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가격 혹은 가치가 유지되게 하는 방법은, 늘어나는 공급만큼 새로운 ‘수요’를 만들면 됩니다. 가령, 공장에서 대량으로 장난감을 만들어내는데도 장난감 가격이 안 떨어지게 하는 방법은, 해당 장난감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 기존 가격에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도록 하면 됩니다. 해당 장난감을 새롭게 사려는 사람들이 장난감 생산량이 늘어나는 속도와 비슷하게 늘어나지 않으면,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그림을 가지고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달러의 광범위한 활용을 위해서는 달러의 공급이 필연적입니다. 이것은 달러의 공급이 S₀에서 S₁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는 P₀에서 P₁으로 하락하면서, 트리핀의 딜레마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가치가 하락하는 달러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을 테고, 교환에 사용하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기축통화로써의 지위가 흔들리게 됩니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달러로 평가된 미국의 부(富)(구매력)는 (P₀AQ₀O)에서 (P₁BQ₁O)으로 변하게 됩니다. 달러를 발행함으로써 오히려 이전보다 미국의 부는 줄어들 수 있고, 구매력 또한 감소할 수 있습니다. 즉, 달러를 많이 발행한다고 미국의 부가 늘어나지도 않고, 구매력이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달러를 무제한 발행하면서 현재의 경제적 위치를 차지했다는 말은 한 쪽 측면만을 고려한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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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 그림과 같이, 증가하는 공급량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트리핀이 지적한 딜레마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기존의 D₀에서 D₁으로 증가했다고 하면, 새로운 균형점은 C가 됩니다. 달러의 가치를 보면, 엄청난 물량이 시중에 공급되었음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P₀에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금과의 연계고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금광을 찾을 필요도 없고 단지 달러에 대한 수요만 만들면, 달러 가치의 하락 없이도 엄청난 새로운 부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즉, 달러에 대한 새로운 수요만 만들 수 있다면,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지는 일 없이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달러가 가지는 구매력도 (P₀AQ₀O)에서 (P₀CQ₂O)로 커지게 됩니다. 한 마디로, 세상에 없던 부(富)가 생긴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물건을 대량으로 수입할 구매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듦으로써, 미국은 (ACQ₂Q₀)만큼의 새로운 부를 창출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에는 금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가 증가되었다면, 이제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방식으로 부가 새롭게 창출되기 시작한 겁니다. 부의 창출방식 자체가 변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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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세상의 부가 늘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당백전이라는 동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실권자였던 대원군은 경복궁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일종의 고액권인 당백전을 발행했습니다. 하지만 ‘당백전’이라는 돈의 수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의해 공급은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수요가 없다면, 그 물건이 아무리 돈이라는 모양새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부를 창출하지는 못합니다. 단지, 화폐의 가치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해당 화폐를 소유하려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게 되므로,  이는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해당 화폐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당백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해당 화폐에 대한 수요를 만들지 못하면, 화폐가치만 떨어뜨리고 물가만 올리는 부작용을 가져 오게 됩니다. 당백전이 발행됐던 시기에 대한 자료를 보면, 당백전 발행 후 몇 달 사이에 물가가 20% 이상 올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만큼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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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달러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나라는 전쟁을 치러야 했고, 어떤 나라는 금융위기에 빠져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의 구렁텅이에 떨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도입한 이 방법 덕분에, 1970년 중반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 기반이 마련됩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 세계경제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경제성장이라는 열매를 맛보는데, 이 모든 것이 미국이 새롭게 고안한 부의 창출방식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페트로달러(petrodollars)의 탄생과 화수분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드는 방법으로 미국이 선택한 것이 바로 석유였습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 달러의 가치는 폭락하게 됩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달러의 가치를 올리지 않으면,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위상은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후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욤 키푸르 전쟁(the Yom Kippur War)이라 불리는 이 전쟁은 1973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이집트와 시리아가 중심이 된 아랍국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전쟁입니다. 한 번 시작했다하면 몇 년씩 진행되는 다른 전쟁에 비해 20일이라는 상대적으로 아주 짧은 기간 벌어졌던 이 전쟁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전쟁으로 인해 오일 쇼크라는 세계적인 경제 충격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의 창출방식이 만들어졌고, 세계의 부가 늘어나면서 많은 국가들,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급성장하게 됩니다.

이 전쟁이 있기 전까지 국제 석유가격은 배럴당 1.9달러 수준에서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1960년에 이미 조직되어 있었던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도 이 전쟁 이전까지는 국제 석유가격 결정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석유가격은 곧바로 3달러로 상승하였고, 여기에 미국이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발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의 석유 수출가격 인상과 석유 수출 중단이라는 조치로 구체화되어 나타납니다. 전쟁 발발 10일 후인 1973년 10월 16일에 OPEC은 석유가격을 5.11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합니다. 전쟁은 개전 20일만에 끝났지만, OPEC은 본격적으로 석유가격에 개입하기 시작하였고, 1974년 1월에는 유가를 다시 11.65달러로 인상합니다.

미국에 대한 석유수출 중단 조치는 1974년 3월 18일에 해제되었지만, 석유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서너 달 사이에 석유가격이 5배 이상 상승하자 각종 에너지가격부터 전반적인 모든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석유를 수입하여 사용하던 국가들은 큰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1차 오일 쇼크의 시작이었습니다.

중동에서의 전쟁 발발 그리고 OPEC에 의한 석유 수출 중단 등으로 원유가가 급등하는 것을 본 키신저(Henry Kissinger)는 금과의 교환을 중단한 이후 약해질 대로 약해진 달러 가치를 다시 복구할 방안을 석유에서 찾게 됩니다. 바로 석유의 결제를 미국 달러로만 하는 방안이었습니다.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게 되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모두 미국 달러를 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큰폭으로 늘어나면서, 달러의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달러 가치가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경제위기의 본질 (3): “미국이 선택한 트리핀의 딜레마 해결 방법”> 참조).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달러를 페트로달러(petrodollar)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키신저는 사우디를 끌어들입니다. 키신저는 King Faisal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이 사우디의 국방과 석유 관련 시설을 보호해주는 대신, 사우디는 모든 석유 결제에 미국 달러만 사용하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합니다. 키신저는 또한, 사우디에 미국 달러가 넘쳐 엄청난 인플레가 발생하는 것도 막고, 사우디의 달러를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묘안도 찾아냅니다. 키신저는 일련의 협상을 통해, 1974년 2월 13일에 사우디와 Technical Cooperation Agreement를 체결되고, 6월 8일에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 본인이 직접 사우디의 파드(Fahd) 왕자와 Joint Communique을 체결합니다. 그리고 7월에,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닉슨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여,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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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닉슨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위에서 언급한 협정들을 바탕으로, 미국과 사우디는 ‘미-사우디 경제협력위원회'(the U.S.-Saudi Arabian Joint Commission on Economic Cooperation)를 설립합니다. 이 위원회의 표면적인 목적은, 사우디가 석유로 벌어들인 달러를 재원으로 미국이 가진 각종 기술을 사우디에 이전하고 SOC 등을 설치해주며, 사우디 공무원과 인력을 교육시켜 주는 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목적은 사우디로 흘러들어간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재무부를 통해 미국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키신저는 이를 두고, 페트로 달러의 재활용(recycling of petrodollars)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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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우디의 King Faisal과 Henry Kissinger

재미있는 사실은, 자의든 타의든, 미국과 각종 우호적인 협약을 수용했던 사우디의 King Faisal이 다음해인 1975년 3월 25일에 조카에게 살해당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왕을 살해한 조카도 얼마 있다가 사형에 처해집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해에 OPEC의 모든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결제하는 안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페트로달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합니다.

Funeral of King Faisal of Saudi Arabia

<사진> 사우디 King Faisal의 장례식

위에서 설명한 페트로달러라는 아이디어는 언뜻 보면 아주 간단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돈을 벌 필요 없이 쓰기만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나라들은 번 만큼의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출로 100달러를 벌었다면 그 나라가 쓸 수 있는 돈은 100달러가 전부입니다. 이것은 개인도 똑같습니다. 자신이 벌어들인 돈 이상을 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수요가 석유로 보장되는 미국의 상황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달러의 수요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달러의 공급량을 늘려도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게 됩니다.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달러가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달러를 막 찍어내도, 그렇게 발행한 모든 달러가 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말에,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재물이라는 뜻의 화수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달러가 화수분과 같아졌다고 보면 됩니다. 무역으로 이야기하면, 미국은 수출하지 않고 수입만 해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후 미국은 물건을 생산해서 수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외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소비국가로 전환됩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은 소비로 경제가 성장한 국가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소비만 하는데도 국가 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 그 많은 소비에 사용되는 돈 혹은 부(wealth)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지,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이런 주장은 미국의 수십 년간 왕성한 구매력으로 전세계 상품을 수입하면서도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유지하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예일대 교수였던 트리핀이 지적했듯이, 경상수지 적자는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공급량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합니다. 관건은 그렇게 늘어난 달러의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한정시키면서 달러 가치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경상수지 적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늘어나는 달러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만 중요할 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내수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수 중심의 경제로 가겠다는 것은, 수출로 돈을 벌지 않고, 수입을 하거나 해당 국가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모두 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0% 자급이 가능한 나라라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만,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100% 자급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양의 수입을 해야만 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수출은 하지 않고 수입만으로 먹고 살겠다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수입만으로 살 수 있는 국가는 두 종류뿐입니다. 과거 미국이 했던 것처럼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부(wealth)를 가지고 있거나, 그 동안 벌어놓은 돈이 아주 많거나. 두 경우 가운데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주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허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석유에 대한 수요 만들기와 경제발전

하지만 달러를 석유와 연계시키는 것만으로는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석유를 구매하지 않으면 달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가 없고, 석유를 구매하더라도 그 양이 많지 않다면 달러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아무리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석유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석유를 통한 달러 가치의 보전은 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석유를 통한 달러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바로 모든 석유 결제 대금을 미국 달러로만 한다는 조건과, 석유 소비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첫 번째 조건은 1975년에 OPEC의 모든 회원국들이 사우디를 따라 모든 석유 결제를 미국 달러로 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이미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입니다. 당시 오일 쇼크로 국제 원유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석유 소비량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 스스로 석유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중에 달러 공급을 더 늘림으로써 달러 가치를 더 떨어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석유 수요를 만들기는 만들되, 미국 이외의 지역이나 국가를 통해서 만들어야만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달러 가치가 유지될 수 있게 됩니다. 즉,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석유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만들면, 해당 국가들은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가 필요하므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됩니다.

미국은 1973-4년 사이에 원유가격이 급등하자 자국의 에너지 보호를 위해 석유 수출 금지조치를 취하는데, 이 조치도 에너지 위기 차원이 아니라 달러의 가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 조치는 2014년에 들어서야 일부 해제가 될 만큼 40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미국이 석유 수출을 늘리는 상황이 되면, 수출 대금으로 달러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이 되면, 각국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미국으로 다시 흡수하게 되면서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축통화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판단해 보면, 미국의 석유 수출 금지 조치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성격을 강화시켜주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이 선택한 전략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의 공산품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었니다. 특히, 초기에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리기 시작합니다. 일본은 연비가 좋은 소형차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석유에 대한 수요는 경제가 급성장하는 국가들에서 가장 큽니다. 공장을 돌리고, 전기를 공급하고, 생활편의시설이 늘어나고, 자동차를 운행하고 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석유에 대한 수요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일본 외에도, 점차 한국, 대만, 중국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해 나갑니다. 공산품 수출이 급증한 이들 국가들은 대량의 석유를 중동으로부터 수입해야 했고, 석유 수입 대금은 미국 달러로 결제했습니다.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항상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제1차 오일쇼크가 끝난 직후에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1980년대 초반 제2차 오일쇼크까지 지속됩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석유 소비를 통한 달러 수요의 증가라는 구조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Japan_crude_oil_dependence_OPEC_Middle_East_1973_2009

[그림] 일본의 석유 수입 변화
출처: http://www.paj.gr.jp/english/industry/

각국이 부자가 되는 방법도 이때부터 바뀌기 시작합니다. 부자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금과 은을 모아야 한다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던 생각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이제는 금과 은을 모으지 않아도 부자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금이나 은을 많이 가진 나라가 부자나라가 되었다면, 이제는 미국 달러를 많이 모은 나라가 부자나라가 되었고, 달러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갑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한 나라가 경제성장을 하여 부자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금과 은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미국 달러를 모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달러를 가져오는 방법으로 세계가 선택한 것은 공산품의 수출이었습니다. 각국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구매력을 갖춘 달러를 지급하였습니다.

미국이 석유와 연계를 통해 창출한 부를 자기 나라로 가져오기 위해 각국은 미국으로의 상품 수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초기에는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의 상품을 수출하고, 저가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전환하여 수출을 늘려나갔습니다. 품목도 초기에는 1차 상품 중심이었지만, 기술과 자본이 축적되면 점차 중공업이나 자동차 등의 첨단 및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저가의 노동력을 활용 가능한 시장을 지속적으로 찾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 중심의 산업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베트남 등으로 계속 옮겨갔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각종 혁신도 나타났습니다. 또한, 필요할 경우, 각국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수출가격을 낮추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은 국가들은 경제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 등이 대표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미국은 구매력을 가진 달러를 주고, 전세계로부터 저가의 상품을 수입해 아주 풍요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이를 ‘디플레이션의 수입’이라고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저가 상품을 수입해 쓴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국이 가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함으로써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미국이 가진 구매력을 자국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수출의 대가로 받은 달러 역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이 달러를 활용하여 자국의 경제 성장에 활용하게 됩니다. 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직원들을 채용했으며, 그에 따라 일자리가 급속하게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기업이나 공장에서 일을 했고, 그러면서 소득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자,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했고,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미국 달러가 계속 구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세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세수를 활용하여 정부는 사회간접시설도 만들고, 각종 복지정책도 도입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부유함이라는 것도 그 원천을 따라가 보면,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새롭게 창출한 부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을 해보면,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월급을 받거나 수익을 얻습니다. 우리나라의 부가 한정되어 있고 수출이 없었다면, 금본위제에서처럼 누군가 부자가 되면 누군가는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부라는 것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출을 통해 외부에서 부를 가져오지 않으면, 계속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가난하거나 극소수만 잘 사는 사회였을 겁니다. 하지만 수출이 되고, 외부에서 달러라는 구매력이 들어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플러스 섬'(plus-sum)의 사회가 도래하게 됩니다. 100원으로 이것저것을 해야 하던 우리 사회는 부의 크기가 1,000원, 5,000원, 10,000원으로 늘어나면서, 기업도 부자가 되고 개인들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물론, 그에 따라 세금도 늘어나면서, 정부도 다양한 복지 및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게 됩니다. 이것이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루어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본질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자산 형태로 가지고 있든, 현금 형태로 가지고 있든, 그 대부분이 외국,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이 석유와의 연계를 통해 창출한 부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은 기축통화로써의 미국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면 석유 수요가 줄고, 이는 다시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물건을 계속 수입하지 않으면 공장이 운영이 안 되고 그렇게 되면 석유 수요가 줄고, 이는 다시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게 됩니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한 나라 혹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wealth) 자체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버리고 석유를 통한 달러 수요를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한 이후, 미국 달러로 평가되는 세계의 부는 급증했습니다. 둘째는 이렇게 늘어난 부를 자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경쟁력’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기 이전에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한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나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노력을 결실로 맺을 수 있는 부(wealth) 또는 파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별 국가의 노력은 차후 문제라는 뜻입니다. 개별 국가의 경쟁력 이전에 부라는 파이 자체가 커져 있어야만, 개별 국가들의 노력과 경쟁력이 결실을 맺게 됩니다.

요즘의 청년층 취업문제도 동일합니다. 청년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는 일입니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개개인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스펙을 올리고, 영어점수를 올리고,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자원봉사를 하고,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고, 기업에서 인턴을 해도, 일자리 자체가 없다면, 취업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개인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자리라는 파이 자체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개인들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문제가 아닙니다.

 

6. 달러의 범람은 과연 나쁜 것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달러의 범람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곰곰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구매력을 갖춘 달러가 범람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포함해 세계 경제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또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가능했을까. 아마도 아닐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모두 구매력 높은 달러의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니까요.

우리가 이 정도까지 풍요롭게 살게 된 데는 두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달러의 구매력으로 표현되는 세상의 부(富)가 이전보다 엄청나게 늘어났고, 둘째는 그 늘어난 세상 부의 일부를 우리 혹은 우리들 부모 세대가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나라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만약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제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아주 가난하게 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혹은 우리 부모 세대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했다 하더라도, 세상의 부(富) 자체가 아주 적었다면, 그 많은 땀은 지금과 같은 큰 결실을 맺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한, 세상의 부가 아무리 많다 한들,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면, 그 또한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세상의 부가 성장하던 시기에, 우리와 우리 부모 세대가 열심히 하여, 늘어나는 부(富)의 일부를 가져올 수 있었고, 그것을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장 큰 전제인, 세상의 부(富)가 늘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우리와 우리 부모세대가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부유해질 수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열심히 하는 것 이전에,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부(富)가 있는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1980∼200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은 참으로 복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의 범람 혹은 홍수가 과연 나쁜 것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치가 없는 달러’의 홍수가 문제이지, ‘구매력을 갖춘 달러’의 홍수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국가들에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부유해진 것이 구매력을 갖춘 달러 덕분인데, 그 달러가 범람한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달러의 범람 자체가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달러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구매력이 있는 달러는 세상의 부를 증가시키지만,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달러는 단지 물가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구매력을 갖춘 달러는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달러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지난 글에서 트리핀의 딜레마를 설명하면서 이미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달러가 금과의 연계고리를 끊고서도 구매력을 갖는 방법으로 찾아낸 방법이, 바로 달러에 대한 수요를 계속해서 창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달러의 가치는 높게 유지될 수 있었고, 그런 달러는 세상에 넘쳐나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서로들 달러로 표시되는 부를 축적하려고 너도나도 달려드는 문제만 발생할 뿐입니다. 따라서 구매력이 있는 달러란 수요가 뒷받침되는 달러를 의미하고, 구매력이 없는 달러란 바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달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달러의 범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구매력이 없는 달러의 범람 혹은 수요를 초과하는 달러의 범람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매력을 갖춘 달러의 범람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먼저 부자가 되는 방법의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전에는 황금을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가 부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부의 창출이 도입되면서, 황금이 아니라 달러를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부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 황금은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무한히 늘릴 수 없습니다만, 달러는 물량을 계속 늘릴 수 있었습니다. 황금도 물량이 늘어나면 인플레가 발생합니다만, 달러는 엄청난 물량에도 (인플레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가치가 유지되었습니다. (콜럼부스가 활동하던 시기의 스페인도 신대륙으로부터 들어오는 황금 때문에 인플레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사람은 황금을 모으는 것보다 달러를 모으는 것이 더 편리하고 기회도 많았습니다. 양도 얼마 안 되는 황금을 모으는 것보다, 시중에 넘쳐나는 달러를 모으는 것이 훨씬 쉬웠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달러가 구매력도 가지고 있었으므로, 달러를 모으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황금보다는 달러 모으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황금은 자연스럽게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둘째,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습니다. 사실 우리들의 생활수준을 보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수준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수천 년 역사에서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풍요로움은 예전에 왕들도 누리지 못하던 호사스런 것들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빠르고 이동할 수 있고, 전기를 통해 음식을 요리하고, 채소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세탁기를 통해 여성들이 빨래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아이들이 에어컨과 난방기가 설치된 학교에서 편하게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필요하면 집 근처에서 언제든지 치맥을 즐길 수 있고, 국내여행이 지루하다 싶으면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풍요로움이 우리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부의 크기가 1970년대 수준에 머물렀더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삶을 살지 못했을 가능성이 99.99%일 겁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도 못 갔을 테고,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결혼도 쉽지 않았을 테고, 자기 소유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은 꿈 속에서나 바랄 수 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런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열심히 사신 기성세대의 노력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만, 달러라는 넘쳐나는 부가 있었기에, 그들의 노력이 허사로 끝나지 않고 경제성장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 엄청난 기술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현재의 풍요가 단지 경제적인 성장 외에도 기술적인 발전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는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도 돈이 많이 투자되는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희귀병 치료보다 대머리 치료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자되는 게 현실입니다. TV, 세탁기, 냉장고, 전화기, 카메라, 스마트폰 모두 돈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수준처럼 발전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세상의 부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지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도 각종 생활과 관련된 기술도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제 성장은 무엇보다도 범죄를 크게 줄였습니다. 그만큼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오지 않더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었고, 그리고 그 일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굳이 범죄를 저지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의 세계경제를 돌아보면, 돈 벌 기회가 참 많았고, 누구라도 열심히 하면 이런 일자리를 통해 일정 수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을 사두면 주가가 뛰었고, 아파트를 사두면 아파트 가격이 뛰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이니 ‘코리안 드림’이라 부릅니다. 부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범죄가 줄어들자, 여성들과 아이들과 같은 약자들이 살기에 훨씬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여성의 인권이나 아이들의 인권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부에는 달러가 범람하면서 세상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불평등은 원시시대에도 있었고, 고대에도 있었고, 중세시대에도 있었고, 산업혁명 시대에도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에서 불평등이 없었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구매력을 갖춘 달러가 없었다면 불평등은 해소되었을까요. 아마 지금보다 더 불평등이 심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상황에서 출발해도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불평등해지기 마련이니까요.

또한, 우리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데는 불평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한 ‘지식’의 증가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불평등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그런 개념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겁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달러의 범람으로 세상의 불평등이 심화되었지만, 만약 그런 달러의 범람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불평등하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7. 셰일가스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언론에 보면, 석유에 대한 대체에너지원으로써 셰일가스를 많이 언급합니다. 그리고 셰일가스 매장량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2의 석유 붐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치 셰일가스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을 듯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기대 내지는 희망은 사실 거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셰일가스의 유용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순수하게 에너지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의 수요 창출 측면입니다. 첫 번째 측면은 채굴에 채산성은 있는 것인지, 석유와 비교할 때 가격측면에서 경쟁력은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재 셰일가스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각종 환경 파괴 논란까지 겹쳐 있습니다. 셰일가스의 경제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엄밀하게  수익성 분석을 해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셰일가스가 경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석유가격이 지금보다 더 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에너지원으로써 셰일가스의 가능성도 어느 정도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관련 업계에 계신 분이 아니면 정확한 사정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셰일가스의 경제성 문제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핵심 이슈도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측면, 즉 기축통화인 달러의 수요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써의 셰일가스가 가지는 의미입니다. 석유를 단순히 에너지원으로써만 이해하면, 현재의 경제위기나 석유가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에너지원으로써의 석유의 고갈이나 높은 가격 때문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석유의 소비와 연계되어 있는 달러의 구매력, 즉 세상의 부가 고갈되면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관건은 셰일가스가 에너지원으로써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니라, 과거 석유가 해왔던 것처럼, 셰일가스가 석유를 대체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셰일가스가 석유처럼,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달러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두 가지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경제성장하는 나라들이 있어야 하고 이 나라들이 셰일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마치 빠르게 경제 성장하던 나라들이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것처럼,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며 셰일가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합니다. 가령, 휘발유 대신 셰일가스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된다든지, 발전소들이 석탄이나 석유 대신 셰일가스를 사용하는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셰일가스의 구매가, 유로화도 아니고, 위안화도 아니며, 엔화도 아닌, 미국 달러로만 결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두 번째 조건입니다.

첫 번째 조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들이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의 대부분 시설이 셰일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의 경제 생산시설들은 석유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시설들을 셰일가스 전용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과연 이들 국가에 그만한 돈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석유는 단순히 에너지원만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섬유 등 다른 용도로도 그 용도가 매우 넓습니다. 셰일가스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석유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용도로까지 확대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석유만큼 수요를 큰 폭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조건, 모든 셰일가스의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충족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셰일가스의 매장량은 미국보다 중국과 아르헨티나가 더 많고, 셰일오일은 러시아가 최대 매장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국(EIS)에 따르면, 그나마 미국에서 셰일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다고 알려졌던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지역 매장량의 96%는 과장된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셰일가스의 결제를 미국 달러로만 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했던 것처럼,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은 국가들이 셰일가스의 국제간 거래를 미국 달러로만 한다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셰일가스나 셰일오일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볼 때, 중국과 러시아가 세일가스를 미국 달러로만 결제하는 것에 동의할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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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매장량 분포

(출처: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0701033332071002)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같이, 셰일가스 수출국기구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가격을 통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안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국제정치 구조상,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되는 미국 중심의 국제기구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셰일가스 붐이 일어나더라도 중국은 위안화나 루블화처럼 미국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결제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셰일가스에 대한 결제가 미국 달러 단일 화폐만으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셰일가스 붐이 일어난다고 하더라고, 지금 석유와 같이 거의 모든 셰일가스 결제가 미국 달러로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러가 셰일가스를 이용해 과거와 같은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돌려 이야기하면, 셰일가스로 현재의 경제 위기 국면을 타개해나가기 위해서는, 셰일 가스 수요가 급증해야 하고, 급증한 셰일가스 결제가 모두 미국 달러 단일 화폐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현재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 달러로 만들어진 거품이 꺼지지 않고, 셰일가스로 이루어진 새로운 거품이 그 뒤를 이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이런 상황은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따라서 셰일가스를 이용한 달러의 구매력 유지 문제, 즉 현재의 거품을 셰일가스로 계속 유지하는 문제는, 경제성을 차치하더라도, 거의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셰일가스가 달러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석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답변은 매우 회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셰일가스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조만간 셰일가스가 가진 이러한 한계점이 드러나면서, 셰일가스에 껴있던 아주 작은 거품마져도 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 또 다른 딜레마의 출현

트리핀의 딜레마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들면서 해결되었지만, 미국은 새로운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막았지만, 대신 미국 내 산업이 무너지는 비용을 치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정 화폐가 기축통화로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수량이 공급되어야 하면서도 그 가치는 유지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든 사람들이 믿고 거래에 활용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달러가 다른 나라 화폐에 비해 그 가치가 높게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미국산 상품의 가격이 다른 나라 상품보다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똑같습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체는 수출시장에서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게 됩니다. 반면, 수입업체는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양을 수입할 수 있게 되므로,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국내 소비자들 또한 수입품의 가격이 이전보다 저렴해졌으므로 소비를 늘리게 됩니다. 외국에 나갈 때 환전을 하더라도 더 많은 외국 화폐로 교환이 가능하므로 해외여행도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특정 화폐가 다른 나라 화폐보다 가치가 올라가게 되면 돈 쓰기 아주 좋은 환경이 조성됩니다.

장기간에 걸친 강(强)달러는 점차 미국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강하게 유지되면서, 미국산 상품이 점차 가격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이는 산업, 특히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강한 달러에 인해 높게 형성된 미국산 공산품은 마땅한 수출처를 찾지 못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한 국가로 점차 이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미국의 제조업은 일본, 한국, 중국 등에 자리를 내주며 점차 무너지게 됩니다. 미국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듦으로써 트리핀의 딜레마에서는 벗어났지만, 대신 자국의 산업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띄자, 위에서 언급한 현상들이 고스란히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미국 달러가 강세현상을 보이는 데 일정 정도 기여를 하고 있고, 일본과 EU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엔화와 유로화 공급을 늘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띠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달러가 강세를 띄자, 다소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수출가격이 상승하였고, 그로 인해 판매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 달러’ 파장 어디까지 (서울경제, 2015. 3. 12)

强달러 충격 `현실로`…美기업 이익전망 대폭 하향 (이데일리, 2015. 3. 23)

`슈퍼달러 공습` 본격화…단번에 얼어붙은 美고용경기 (이데일리, 2015. 4. 4)

 미국 대표 제조기업, ‘강달러’ 충격에 신음 (한국경제, 2015. 4. 25)

또 한 가지,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에 따라 이들 계층의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됩니다. 제조업이 성할 때는 누구라도 공장에 취업하여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보통 사람들이 누리던 이런 기회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소위 말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로 산업구조가 바뀌게 됩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은 기술 및 지식 집약적인 산업이 대부분입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특별한 지식, 타고난 뛰어난 재능 등을 가진 사람에게만 돈을 벌 기회가 주어집니다. 나머지 보통 사람들, 특별한 재능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일반 사람들은 돈 벌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구글 서비스의 검색엔진을 만들고, 아이폰을 기획하고 iOS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당연한 결과로 소수에게 부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부의 불평등이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현재도 5,000만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식품 보조(food stamp)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거의 우리나라(남한) 전체 인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정부 보조에 의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돈을 벌 기회를 박탈당하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사회적인 불만세력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방안도 찾아야 합니다. 늘 그렇듯이, 미국민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게 됩니다. 먹거리는 푸드 스템프(food stamp) 등으로 제공하고, 즐길 거리는 미식 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프로스포츠(pro sports)를 통해 제공합니다. 예전 로마시대 때 회자되던 바로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ns)’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기축통화국이 되는 과정에서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품을 수출하든 군수물자를 수출하든, 다른 나라가 소유하고 있는 부를 자기 나라로 가져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단 기축통화국이 되고 나면, 다른 나라의 부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축통화국이 가지고 있는 부를 다른 나라들이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축통화국은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아야 하고, 생산보다는 소비가 많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국의 산업, 특히 고용 능력이 높은 제조업의 희생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너진 제조업으로부터 배출된 많은 실업자들을 다른 분야에서 흡수해주어야 하구요. 일반적으로 서비스산업을 통해서 가장 많이 흡수합니다.

서비스산업이라는 것이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어떤 상품을 기획하거나 디자인하고, 금융을 다루는 분야 등도 있습니다만,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분야입니다. 배달을 해주고,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숙식을 제공하고, 관광 안내를 하는 등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대가로 보수를 받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서비스산업을 표현하면, 서비스에 대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근본적으로 상품을 만들거나 제조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어떤 방식이든, 기축통화가 되고 그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듯합니다. 그리고 고위직이나 고소득층이 아니면, 살기 어려운 것도 동일한 듯합니다.

 

9. 현재의 위기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이고, 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부(富)의 창출기능이 망가졌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트리핀의 딜레마를 해결하면서 지속적으로 커지던 세상의 부가, 이제 확대되는 것을 멈추고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수분처럼 써도 써도 무한한 것처럼 보였던 미 달러의 구매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수십 년간의 세계경제 구조를 보면, 달러가 구매력을 유지하고, 그 구매력을 바탕으로 수입을 확대하고, 그 수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은 생산을 하여 수출을 하고, 수출로 받은 달러로 각국은 경제 성장을 하고 국민들 복지에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경제구조에서는 미국이 석유를 근거로 부를 만들고, 그 부를 각국이 수출을 통해 경쟁적으로 가져오는 형태로 경제가 발전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 자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각국이 가져올 부(富)도 없게 되므로, 경제 성장도 멈추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구조의 최상위에 있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고리인 달러의 구매력이 상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즉, 세계의 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달러가 구매력을 상실해감에 따라, 미국의 구매력이 축소되고, 그에 따라 수입수요가 줄어들고, 수출로 먹고살던 많은 나라들이 수출을 못하게 됨에 따라 각국의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금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국민들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기존에는 달러의 구매력이 늘어나면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플러스 섬(plus-sum)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달러의 구매력 상실로, 너도 못 살고, 나도 못 사는, 마이너스 섬(minus-sum)의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경제 성장과정이 멈추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구매력이 고갈되었다는 것을 달리 이야기하면, 공급은 아주 많은데 수요는 거의 바닥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개인 간이든, 개인과 기업 간이든, 국가 간이든, 거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거래는 사고 파는 일인데, 누군가 팔려는 사람이 있으면 사려는 사람이 있고, 그 두 사람이 교환 조건을 절충하여 합의에 이르면 거래가 성사되게 됩니다. 구매력이 고갈되었다는 이야기는 팔려는 사람은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고는 싶은데 거래에 사용할 부(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람들 주머니에 다시 부가 쌓이고 그 부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공급 과잉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근본 이유는 바로 구매력 고갈, 즉 수요 부족 때문입니다.

앞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달러의 구매력은 석유 소비를 포함해 달러의 ‘수요’에서 나왔습니다. 달러의 주된 수요는 석유 결제에서 나왔고, 석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들은 1970년대 이후 빠르게 경제가 성장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이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그 과정에서 수입하게 되는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였습니다. 그렇게 유지된 달러 가치를 바탕으로 미국은 이들 국가를 포함해 전세계로부터 상품을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석유를 기반으로 한 미국 달러의 강한 구매력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40여년 간 잘 유지되던 이런 경제 구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늘어나는 달러 수요보다 더 많은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은 국채라는 형태로 수출이 많은 국가들로부터 달러를 빌려 쓰기까지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미국은 달러가 가지고 있던 모든 구매력을 소진해버리게 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2008년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부터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자 미국에 수출로 먹고 살던 다른 나라들에게서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수출이 정체되자 상품의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나고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자,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섭니다. 그에 따라 일자리는 줄어들고, 사람들의 소득도 줄어들게 됩니다. 젊은층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스펙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지만,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소득원이 사라지자 대출을 못 갚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을 멈춰버립니다. 그러자 건설업체를 비롯해, 부동산 업계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전세계적인 부의 축소로 소비에 사용할 돈 자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많은 경제문제는 그 출발점을 따라가보면, 그 제일 밑바탕에는 미국 달러가 석유와의 연계를 통해 만들어냈던 부의 축소, 즉 전세계적인 부의 축소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세계의 부가 다시 늘어나는 일이 일어나야 합니다. 즉, 미국의 달러가 기존과 같은 왕성한 구매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미 달러가 만들어냈던 부를 대신할 만한 다른 형태가 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미 달러가 가진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합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석유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고, 각국이 이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외환보유고로 축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 성장이 있어야 하고, 그런 나라들이 석유 소비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석유와의 연계를 통해서 부를 만들었듯이, 미 달러와 연계하여 새롭게 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셰일가스가 석유를 대체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단으로 제시되었지만, <쉬어가기 (2) “셰일가스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서 설명했듯이, 현재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 혹은 침체에 빠지면서 석유 수요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석유를 통한 달러 수요도 함께 줄어들고 있고, 이는 다시, 석유에 대한 ‘수요’에 의존하던 달러의 가치, 즉 달러가 가진 구매력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들을 포함해, 세계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부가 달러의 구매력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의 구매력 감소는 곧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wealth)의 축소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부가 줄어든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바로 우리를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전보다 가난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석유를 통해 미국 달러의 형태로 만들어졌던 세상의 부가 확장을 멈추고 축소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세상의 부도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우리들 주머니 속의 부도 함께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부가 계속 축소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돌려 이야기하면, 우리는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부는 언제까지 축소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위축될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경기가 언제까지 위축될 지,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침체될 지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개개인이 어느 수준까지 가난해질 지, 그리고 그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 지에 대한 질문에도 대략인인 답이 가능할 겁니다. 과연 그런 질문들에 답을 대략적으로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

 

10. 미 달러 패권 쇠락의 의미

달러의 구매력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듦으로써 유지되어 왔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수요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달러의 구매력이 살아났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달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습니다. 달러에 대한 가장 큰 수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던 것은 석유였다는 것도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리고 미국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달러는 단순히 기축통화의 역할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기축통화’라는 것과 ‘부의 창출 수단’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축통화는 국가간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라고 해서 모든 기축통화가 부(wealth)를 만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기축통화는 해당 국가가 모은 부를 소비하는 데 사용됩니다. 금 본위제에서는 그동안 축적한 금을 소진하는 데 기축통화가 사용됩니다. 과거 미국이 금본위제를 채택한 이후 금 보유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생각하면,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중국의 위안화도 금과 같이 뭔가 가치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위안화와 연계하면, 기축통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된다고, 미국 달러가 만들었던 것처럼 세계의 부를 만들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단지, 그동안 중국이 축적했던 부를 소진하는 데 활용될 뿐입니다. 금본위제와 같은 체제 아래에서는, 기축통화의 공급량이 금 보유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이 기축통화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자국이 가지고 있는 부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축통화는, 기축통화국이 가지고 있는 부(wealth)의 양을 나타내는 단순한 종이 조각이자 증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기축통화는 부를 표시하는 수단일 뿐, 부 그 자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석유를 기반으로 한 1970년 후반 이후의 미국 달러는 기존의 기축통화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의 기능과 부의 창출 기능,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기축통화들이 기축통화국이 가지고 있는 부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것이었다면, 1970년대 이후의 미국 달러는, 달러 자체가 기축통화이자 부(富) 그 자체였습니다. 금본위제 아래에서의 달러는 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증서의 일종이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부는 금이었고,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야만 실제 부를 내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수요에 기반한 달러는 달러 자체가 부(富)이자 기축통화였습니다. 실제의 부를 받기 위해 교환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달러 그 자체가 부(wealth)였고 기축통화였으니까요.

앞의 글에서 미국 달러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달러의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기축통화 기능도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도, 미 달러가 가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 기축통화로써의 기능은 달러가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이 줄어들면 다른 화폐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위안화가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유로화나 엔화도 일정 부분 기축통화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가 가진 기축통화 기능은 약화되면 다른 화폐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기능인 부의 창출기능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기축통화가 된다고 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부의 창출기능은 기축통화 기능처럼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가 없는 기능입니다. 미 달러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세계의 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들 주머니 속의 돈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액면 가치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구매력이 줄어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는 지금 계속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 달러가 석유와 연계를 통해 달러 수요를 늘리면서 세계의 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그렇게 40여년간 증가해왔던 세계의 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부가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부유함 그리고 풍족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을 하든,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가 벌 수 있는 돈도, 그 돈이 가지고 있던 구매력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계속 가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미 달러의 쇠락이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사람들은 미 달러가 누렸던 패권의 부작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미 달러 패권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미 달러 패권의 몰락은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쇠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미 달러가 가져왔던 풍요로움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축통화 기능이야 다른 화폐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지만, 부의 창출기능은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셰일가스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셰일가스는 석유를 통해 창출했던 만큼의 부도 만들어낼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전세계 모든 국가의 빈곤화, 그리고 그 나라들 내에서 살고 있는 모든 국민들의 빈곤화입니다. 석유를 통해 창출됐던 것보다 더 큰 부가 새롭게 창출되지 않는 한, 이런 파국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부가 이렇게까지 커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파국 또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충격적이고 클 것이라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의 불황을 ‘대공황’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앞으로 접해야 할 이 파국은 도대체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적합할까요.

 

11. 미 달러 수요를 줄이려는 시도들

이전 글들에서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달러 패권, 그리고 현재 세계의 부는 모두 달러에 대한 ‘수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 기존의 금 본위제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트리핀의 딜레마를, 미국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듦으로써 달러의 공급을 늘리면서도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이 점을 이해하면, 미국의 아킬레스 건, 즉 약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집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국제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그 이유와 목적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미국의 최대 약점은, 미국 내 경기도 아니고, 재정적자도 아니고, 실업자 수도 아닌, 바로 달러에 대한 ‘수요’입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서, 미국이 가지고 있던 달러 패권도 동시에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 달러에 대한 수요의 핵심에는 석유 결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 달러 패권의 유지 여부 내지 지속 가능성 여부는, 국제 석유 거래를 계속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 결제를 달러로 결제하는 시스템이 깨지지 않는 한, 미국은 구매력, 즉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달러를 계속 찍어낼 수 있게 됩니다. 달러의 구매력이 유지되기만 하면, 미국은 달러를 발행해, 항공모함을 운영할 경비도, 미국내 푸드 스템프 비용도, 모두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 패권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가장 핵심 고리인 석유의 달러 결제를 막거나 약화시켜야 합니다. 그에 따라,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외부의 공격은 석유 결제를 달러 이외의 화폐로 전환하는 것에 집중됩니다.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달러가 가지고 있던 화수분과 같던 구매력도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로 뒷받침되는 미국의 힘도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들은 달러의 석유 결제 기능을 약화시키려고 했고, 이에 대해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러의 석유 결제 기능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커다란 둑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구멍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은, 달러의 석유 결제 기능에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고, 이러한 미국의 노력은 최근까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려고 했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이라크와 이란입니다. 이라크는 UN으로부터 식량을 제공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석유를 지급하는 협약을 체결했었는데, 당초 이라크는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00년 11월 6일 이라크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2001년부터 석유 결제대금을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받기 시작합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이었던, 이란과 인도네시아도 이라크의 움직임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라크가 석유 결제를 달러에서 유로화로 변경한 2년 뒤인 2003년 3월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이라크 점령에 성공하자마자, 같은 해 6월 이라크의 석유 결제 화폐를 유로화에서 다시 달러로 환원시킵니다. 당시 이라크는 UN으로부터 석유 수출량에 제한을 받고 있었는데, 이 제한이 2003년 상반기에 풀릴 예정이었습니다. 이 제한이 풀리게 되면, 이라크의 석유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라크가 석유 결제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라크의 석유 수출 확대는 곧 달러의 석유 결제 기능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달러의 구매력 유지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이것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석유 결제 문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명목적으로 제시했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가능성 때문인지는, 실제 전쟁을 치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점령이 완료되자마자 석유 결제를 유로화에서 달러로 전환한 것을 보면, 적어도 달러의 석유결제 문제도 이라크 침공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그외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등도 달러의 석유 결제에 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나라입니다(아래 표 참조). 하지만 이런 나라들의 시도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나라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 달러의 힘으로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라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력했던 미국의 힘도 이들 국가의 움직임을 억누르는 데 일정 정도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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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이란, 석유 결제대금, 달러로 안 받겠다” (2010. 8. 11)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 패권에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미국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달러에 대한 수요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꾸준히 확대해 왔습니다. 올해 7월초에는 러시아와 가스 및 석유 수출입과 관련된 결제를 달러 이외의 화폐로 하는 데 합의를 봤고, 우리나라와는 달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를 만드는 것에도 합의를 했습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대적해, 달러가 아닌 위안화 중심의 은행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프라스트럭쳐투자은행(AIIB)를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프랑스에서도 국가간 거래에서 달러 결제를 배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으로부터 9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자, 프랑스 재무장관인 미셸 사팽은 국제 거래에 달러 이외의 다양한 화폐가 이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금본위제 아래에서 미국이 실제 금 보유량보다 더 많은 달러를 인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금을 적극적으로 인출함으로써 달러의 금본위제를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한 전력을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경제위기의 본질 (1) “부(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참조). 이러한 움직임들이 실제 달러에 대한 수요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는 좀더 두고 볼 일입니다만, 달러에 대한 위협이 예전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해보입니다.

하지만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이런 외부 요인보다 내부의 요인이 더 커 보입니다. 이미 달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 차례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까지 미국은 5조 달러 이상의 양적완화를 추진하였습니다. 2008년 상황은 달러가 구매력을 상실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5조 달러 이상의 달러가 추가로 시중에 공급됐습니다. 트리핀의 딜레마에서 설명했듯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공급량 증가는, 상품의 종류에 관계없이, 가격 혹은 가치의 폭락을 가져옵니다. 달러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석유를 포함해, 금속이나 귀금속 및 농산물 등의 원자재 가격을 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졌다면, 이들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어야 정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서 현재의 원자재 가격이 비정상적 낮은 상태이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촉발되든,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든, 달러의 쇠락은 그동안 세계에 퍼져있던 부를 축소시킴으로써, 세계 모든 국가들을 가난과 빈곤에 빠뜨리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달러로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들 국가들이 쌓아올린 경제성장과 그 결과물인 부유함이 바로 달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매력 상실로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이들 국가의 부(富)도 함께 사라지면서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국가들 명단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위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2. 양적 완화는 왜 답이 아닐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EU,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양적완화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풀린 돈의 힘으로, 마치 더 이상의 경제위기는 없는 듯, 미국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는 기록하고 있고, 금리는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과연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는 양적완화를 통해 해결된 걸까요.

지금까지의 글들을 잘 이해하고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위의 질문에 바로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미국이 엄청난 부를 만들어왔던 바탕에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2008년 이후 서너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미국의 양적완화도, 달러의 수급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트리핀의 딜레마를 설명하면서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려보겠습니다. 다만, 이전의 그림과의 차이점은 S₂라는 달러의 공급곡선이 하나 더 그려진 것뿐입니다. 미국이 달러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달러의 공급곡선이 S₀에서 S₁으로 증가한 것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데, 기존에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D₀에서 D₁으로 늘림으로써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는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달러 인쇄를 대폭 늘린 것이므로, 이것은 달러의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과 같습니다. 즉, 아래 그림에서 달러의 공급이 S₁에서 S₂로 이동한 것처럼 나타낼 수 있습니다. 달러 공급량은 양적완화 이전 Q₂에서 Q₃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달러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달러이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는 이전 수준을 유지 못하고 하락하게 됩니다. 현재의 위기가 달러의 구매력 고갈에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달러를 공급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림에서 달러 가치는 P₀에서 P₂로 하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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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보면, 양적완화가 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문제의 해결책이 아닌지도 분명해집니다. 양적완화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달러의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입니다. 즉, 달러에 대한 수요가 고갈되어 문제가 발생하자 더 많은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면서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이것은 달러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게 됩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는 없는데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 공급을 계속 늘리면, 최종 결론은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달러 가치의 폭락입니다. 이것은 조선시대 대원군 때 발행됐던 당백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백전 발행으로 조선사회는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몇 개월 사이에 20% 이상의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는 것은 이전 글에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경제위기의 본질 (3) “미국이 선택한 트리핀의 딜레마 해결 방법”> 참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화폐의 공급의 결과는 역사적으로 봐도 거의 항상 동일했습니다. 312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가 제조하기 시작했던 솔리두스 금화 또한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당백전과 동일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솔리두스 금화는 처음 제조되기 시작된 이후, 1020년 바실리우스 2세 때까지 700여년 동안 가치 하락 없이 그 가치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등으로 재정이 악화됐던 로마제국은 금 함유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솔리두스 금화의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1080년경에는 금 함유량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이전의 금화 1개와 이때의 금화 10개가 같은 가치가 된 것입니다. 현대판 양적완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병사들은 해당 화폐로 급여 받기를 거절하였고, 상인들도 해당 화폐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물가도 폭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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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us 금화>

화폐에 대한 수요라는 것은, 거래를 위해서든, 자산 보존을 위해서든, 해당 화폐를 가지려는 사람들의 욕구입니다. 솔리두스 금화는 금 함유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렸다면, 당백전은 화폐 공급량을 늘림으로써 화폐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미국 달러 또한 양적완화라는 형태로 화폐 공급을 늘려왔습니다. 형태와 정책의 집행 기간 등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화폐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솔리두스 금화, 당백전, 미국 달러는 동일한 경로를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었다면, 인류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의 경제위기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기 때마다 돈을 풀면 위기는 간단히 해결되었을 테니까요.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기업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가 부진할 때마다, 혹은 국가가 돈이 부족할 때마다,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위기는 돈을 풀어 해결된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까지, 일시적인 효과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아는 순간, 해당 화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화폐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솔리두스 금화 혹은 당백전의 가치가 떨어진 것처럼, 양적 완화 이후 달러 가치가 실제로 떨어졌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달러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주요 상품의 가격은 올랐을까요. 몇 가지 주요 상품(금, 석유, 곡물 등)의 가격 추세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한 동안은 상승 추세가 나타나지만, 2011년 이후에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2011년에 양적완화를 멈춘 것도 아닙니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말까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정책을 통해, 단기 국채를 매각하고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을 시장에 달러를 공급합니다. 그리고 2012년 9월부터 2013년 말까지 1조 2800억 달러의 채권과 모기지를 매입하는 제3차 양적완화도 실시합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상품가격이 오르는 것을 멈춘 2011년 이후에도 달러 공급은 계속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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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美 양적완화 축소 시작]美 경제회복 자신감 불확실성도 걷혀” (2013. 12. 20)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달러가 시장에 풀리면 물가가 급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2011년에 가격 상승이 멈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올랐어야 정상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떤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은, (1) 상품시장 내부의 수급에 의한 요인과, (2) 화폐의 공급량 변화에 의한 요인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화폐 공급량 변화를 보면, 어떤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화폐 공급량이 줄어들거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달러의 상황을 보면, 공급은 이전보다 더 늘어난 대신,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상품 가격이 하락한 것인 화폐적인 요인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격흐름도

그렇다면, 상품시장 내부의 요인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상품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크게 늘거나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거래량이 많은 몇 가지 품목만을 대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금 시장을 보면, 공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반해, 중국과 인도 등에서 금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금 시장에 한정해 생각해보면, 금 가격이 내려갈 이유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곡물시장도 중국의 수요 급증과 이상기후 등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은 하락할 요인보다 상승할 요인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석유시장은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만, 석유시장은 공급량 조절이 가능한 일종의 과점시장의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석유시장이 일부러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석유시장도 내부적으로는 가격 하락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가능성은 하나밖에 남지 않습니다. 가격의 인위적인 조정입니다. 수요가 뒷받침될 때는, 달러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달러 공급이 늘었는데도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두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입니다. 해당 상품의 수요가 급감 혹은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거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을 했거나. 하지만 상품시장에서도 가격이 하락보다는 상승요인이 더 많다면, 현재의 가격이 인위적으로 조정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3. 양적 완화 이후 금 가격을 올랐을까

[1] 달러의 가장 강력한 대체재에 해당되는 금 시장을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달러가 수요라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가치가 유지됐다면, 금은 한정된 수량 때문에 가치가 유지되는 수단입니다. 따라서 그것이 달러든, 혹은 다른 화폐든, 해당 화폐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거의 항상 사람들은 금 보유를 늘려왔습니다. 금 가격 변화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온스당 1000달러 이하에서 형성돼 있다가 금융위기 이후 급등하기 시작하여 2011년 9월 초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서게 됩니다. 금 가격이 상승했던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로 시중에 달러 공급이 늘면 달러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런 경우, 자산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 하지만 금 가격은 1900달러를 잠깐 넘어선 이후, 2011년 하반기부터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도 양적완화를 통한 달러의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양적완화를 통해, 대규모 달러가 시중에 공급된다는 것은 달러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금 가격은 내려갔습니다. 따라서 화폐량의 측면에서 보면, 2011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금 가격의 하락 추세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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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 시장 내부의 수요과 공급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광산이나 사금 등으로 한 해 동안 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금의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추출한 금은 17여만 톤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금 가격은, 골드러시 기간을 제외하면, 수요 요인에 의해 주로 결정되었습니다. 2008년 이후 금 수요는 인도와 중국이 주도했습니다.

[4] 인도는 전세계 금 수요의 26%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금 수입국입니다. 장신구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인도는 매년 엄청난 양의 금을 수입해왔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하자,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인도 사람들은 금 수입을 더 늘렸습니다. 금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로써는 금 수입 증가는 곧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급증하는 금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2012년 1월 2%였던 금 수입관세를 점진적으로 10%까지 인상합니다. 또한, 수입한 금의 20%는 의무적으로 재수출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인도 국민들의 금에 대한 수요를 억누르기는 쉽지 않았고, 그 결과 2013년 하반기에 인도는 외환위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됩니다.

인도의 금 억제 정책이 인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어떤 압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금 수입이 가장 많은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금 수입을 자발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도입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치고는 상당한 우연으로 보입니다. 또한, 경상수지 적자를 이유로 일시에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루피화가 폭락하였고, 이로 인해 인도가 외환위기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는 사실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5] 인도의 금 수요 억제책에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인도의 금 수입이 주춤한 틈을 이용해, 금 수입을 대폭 늘렸습니다. 중국인들 사이에 금 사재기 열풍이 불었고, 이로 인해 금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도 생겨났습니다. 일부 기관에 따르면, 2013년 세계 금 수요는 중국이 인도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을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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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ative.cnr.cn/pic/201304/t20130419_512391845.html>

[6] 이상을 정리하면, 금 시장의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반면, 수요는 인도에서 조금 줄어들었지만 중국에서의 수요가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금 시장 내부의 요인에 의해서 가격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2011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던 금 가격의 하락 추세는, 화폐 요인에 의해서도 설명이 안 되고, 금 시장 자체적인 수급에 의해서도 설명이 안 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입니다. 인위적인 조정을 통해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관련 글 보기 ==> 쉬어가기 (3) 세상의 모든 다큐: “비밀스러운 금의 세계”]

[7] 이것을 뒷받침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바로 국제 금거래의 기준가격 역할을 하던 런던 금시장 가격을, 허수 주문을 통해 인위적으로 끌어냈던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런던의 금 가격은 사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경매 방식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런던의 금 가격은 5개 은행(Deutsche Bank, Barclays Bank Plc, HSBC Bank USA, Bank of Nova Scotia-ScotiaMocatta, NA and Société Générale)의 협의를 통해 결정됩니다. 이러한 금 가격 결정 구조는 1919년 9월 12일부터 로스차일드 주도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최근까지 유지돼왔습니다. 2004년에야 로스차일드가 금 가격 결정권을 Barclays Bank에 매도하면서, 최근까지 위에서 제시한 5개 은행이 금 가격을 결정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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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Nathan Mayer Rothschild와 그의 아들들이 좌장을 맡고 금 가격을 결정하는 모습. 이들은 금 가격을 결정한다 라는 표현보다 고정(fixing)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출처: http://info.goldavenue.com/info_site/in_mark/in_ma_lond_fix.htm>

[8] 누가 봐도 가격 결정의 투명성이 없는 가격 결정방식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2012년 6월 28일에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바클레이즈의 한 트레이더가 파생상품 계약 손해를 피하기 위해 금값을 인위적으로 내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으로 바클레이즈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2600만파운드(약 45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또한 독일 연방금융감독위원회(Bafin)로부터, 금과 은 등 귀금속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이로 인해, 도이체방크는 올해부터, 금과 은의 가격 결정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금 가격은 4개 은행의 협의로 결정되고 있습니다.

[9] 지난해 4월 또 한 가지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2013년 4월 12일, 미국의 뉴욕상품거래소(COMEX)가 개장하자마자 금 100톤의 매도 주문이 떨어진 후, 2시간 후 다시 200톤의 매도 주문이 나오는 일이 벌어집니다. 몇 시간만에 300톤이라는 엄청난 물량이 시중에 풀린 것인데, 시장에 특별한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의도적인 매도가 아니라면 이런 물량이 시장에 갑자기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금값 하락을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매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금값은 4월 11일 1555.75달러에서 16일 1378.00달러까지 급락하였습니다.

[10]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금 가격의 인위적인 조정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으며, 필요할 경우, 인위적으로 금 가격을 조정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2011년 이후의 금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위적인 가격 인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인위적인 노력이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인위적인 조작은 한시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장기간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것도 시장의 힘을 이기기는 어려우니까요.

 

14. 구매력 고갈이 의미하는 것

이전 글에서, 이번 위기는 달러가 가지고 있던 부의 창출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부의 창출 기능이 망가지면서, 새롭게 부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구매력이 고갈되기 시작했고, 구매력이 고갈되면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구매력이 고갈된다는 것은,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머니가 비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은 또한,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살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을 ‘수요 부족’이라고 합니다.

화폐가 가진 구매력이라는 것은 실제의 물건이나 상품 혹은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힘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따라서 구매력이 고갈된다는 것은, 화폐로 더 이상 다른 뭔가와 교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달리 이야기하면,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수요가 있으면 기업은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공급이 많아도, 수요, 즉 사려는 사람 혹은 살 수 있는 구매력이 부족하다면, 시장은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수요가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수요 부족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므로, 수요 부족현상이 나타나면 모든 품목에서의 소비 감소가 나타나게 됩니다. 집을 사고 싶어도,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외식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여행을 가고 싶어도,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도,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돈이 부족해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수요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해당 품목을 포함해,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까지 모든 품목들의 소비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집이 거래가 안 되기 시작하면,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던 건설업체들도 위기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사 관련업체 또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 소비가 둔화되면, 자동차 제조회사뿐만 아니라 철강업체의 매출도 줄어들게 됩니다. 학원 보낼 돈이 줄어들면서 학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외식이 줄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행이 줄어들면서, 주유소 영업이 안 되고, 관광업계가 불황에 빠지게 되며, 현지 업체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스마트폰 또한 이러한 수요 감소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상품을 생산하던 기업과 상품을 소비자에게까지 연결시켜주는 유통업체도 함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게 됩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젊은층을 포함해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취업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집니다. 취업난은 다시 사람들의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게 됩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은 다시 인력을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고용은 더 줄어들게 됩니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수요 감소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경제위기가 특정 나라의 경제문제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부를 만드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경제를 보면, 수요 감소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들고 있고, 이러한 세계적인 소비 감소는 국가간 무역까지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무역량이 줄어들자,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해운업체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해운업체의 사정이 안 좋아지자, 선박 발주량이 줄어들고, 이것은 다시 조선업계에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집니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가 맞고 있는 위기의 근본 문제를 추적해보면, 결국은 구매력 부족에 따른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업체들과의 경쟁이라든가, 환율 문제 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원인일 뿐입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이전에는 과잉상태가 아니었던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도, 공급 과잉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상품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것은 노동시장도 동일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급속하게 늘어납니다. 노동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임금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실질임금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병원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병원도 공급 과잉에 시달리게 됩니다. 공급이 과잉이 되면,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가격의 폭락입니다. 가격이 폭락하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했던 기업은 그것을 생산하는 데 들어갔던 비용도 건지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파산하게 되고, 그에 따라 공급도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에 고용돼 있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기업의 도산으로 물건이 귀해지면서, 가격은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몰론, 이런 과정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몇 년에 거쳐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수요 부족이 나타나면, 초기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지만, 나중에는 기업의 파산으로 공급도 함께 크게 줄면서, 일반인들은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금 현재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터키, 동유럽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가 한 국가 혹은 한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왜일까요. 바로 한 국가 혹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문제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왔던 힘이 끝났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입니다. 그것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독일이든, 중국이든,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기업들은 두말 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게 아무리 삼성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세계적인 수요 감소의 높은 파도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한 국가 혹은 한 기업이 지도자나 회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에 빠진다면, 그것은 그 국가 혹은 그 기업만의 문제일 뿐입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나 동종업계의 경쟁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나라, 모든 기업들이 수요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이 고안한 새로운 부의 창출방식에 따라 급격히 늘어난 부의 덕분에, 미국과 일본과 한국과 중국이 함께 잘 사는 플러스 섬(plus-sum)의 시대가 도래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대가 끝나고,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독일도, 한국도 모두 가난해지는 마이너스 섬(minus-sum)의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경제가 위축될 것인가 하는 점뿐입니다. 우리의 소득이 어느 수준까지 줄어들 것인가, 혹은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난해질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15. 양적완화, 화폐가치, 그리고 금리

[1] 양적완화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적완화의 부작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요.

[2]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기능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일반 상품과 같이, 화폐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 있습니다. 바로 금리입니다. 커피 공급이 늘어나면 커피 가격이 떨어집니다. 화폐도 마찬가지로,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에 해당되는 금리가 내려갑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이유는, 위기 때 돈이 돌지 않으면서 시중에 돈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올라가게 되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돈의 공급을 늘리게 됩니다.

[3]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몇 개의 대형 투자은행이 부도 위기에 놓이게 되자 투자한 돈을 잃을 것을 두려한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시중에 돈 부족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만약 그냥 두었다면,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의 상당수가 부도 위험에 놓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금리도 뛰었습니다. 이때 연방준비은행이 개입하여,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 금리 수준까지 낮추고 금융기관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해 급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 양적완화라는 정책 수단을 활용하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였습니다. 시중에 돈이 많이 공급되면서 돈의 가격인 금리도 내려갔습니다.

[4] 하지만 화폐는 커피와 같은 상품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거래에 이용된다는 점입니다. 커피는 시장의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커피가 다른 상품의 거래에 이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화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시장에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화폐의 가격에 해당되는 금리는 내려가지만, 그와 동시에 거래에 이용되는 화폐의 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즉,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돈의 가격인 금리도 내려가지만, 다른 상품과의 거래에 이용되는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5] 이전 글에서, 양적완화는 달러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화폐가 가지고 있는 구매력, 즉 무엇을 살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동일한 금액의 돈으로 이전보다 더 적은 물량밖에 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100달러로 100개를 살 수 있는 상품이 있는데, 화폐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이전과 동일하게 100달러를 지불했음에도 100개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폐가치가 5% 떨어졌다면, 동일한 금액으로 95개밖에 살 수 없고, 10%가 떨어졌다면 90개만 살 수 있습니다. 이전과 동일한 물량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화폐가치가 5% 하락했다면, 이전처럼 100개를 사기 위해서는 105.3원을 지불해야 하며, 10%가 떨어졌다면, 111.1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동일한 수량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것을 물가가 올랐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폐가치 하락률을 물가상승률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6] 그런데 화폐의 가격에 해당되는 금리와 화폐가치 하락과는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금리는 화폐가치 하락률보다 낮아서는 안 됩니다. 금리는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비율보다 높거나 적어도 같아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예를 들어, 금리는 5%인데 화폐가치는 10%가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여러분이 은행이 100달러를 저금했다고 했을 때, 여러분은 1년 후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5달러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화폐가치는 10%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전에 100달러이던 상품을 이제는 110달러 이상을 주어야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1년 전에는 100달러로 살 수 있었던 상품을 1년이 지난 지금은 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5∼6달러를 손해 본 것입니다.

[7]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네, 맞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물건을 삽니다. 은행에 돈을 저금해서 손해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 은행은 돈 부족사태를 맞고, 상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돈을 은행에 묶어두고 급등하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화폐가치 하락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상품시장, 즉 실물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화폐가치는 더 떨어지고, 물가는 더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플레가 오면 일반적으로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게 됩니다.

[8] 이것을 그림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이제 금리를 r이라 하고, 화폐가치 하락률을 p라고 하면, 둘 사이에는 r≥p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초기에 금리가 r₀이고 화폐가치 하락률은 p₀라고 하면, r₀≥p₀이 됩니다(A점). 경제 위기 등의 이유로, 금리를 낮추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하면, 화폐 공급을 늘리게 됩니다. A점에서 화폐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가 r₁(B점)으로 내려가지만, 이때까지는 화폐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즉, 화폐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p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9] 어떤 이유로 화폐 공급이 더 늘어나게 되어, 금리가 화폐가치 하락률보다 낮아지게 되면(C점), 즉, r₂<p₀가 되면서, 저축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실물을 구입하게 되고, 그러면서 화폐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아래 그림에서는 p₀에서 p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화폐가치 하락률은 더욱 커져 최악의 경우 하이퍼 인플레(hyperinflation)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금리를 화폐가치 하락률 이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그 결과, 금리는 r₂에서 r₃로 급등하게 됩니다(D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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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보통 금리를 낮추기 위해 화폐 공급을 늘리게 되는데, 위에서 설명을 했듯이, 화폐 공급이 일정한 한계점을 지나면, 금리는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등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금리를 내리겠다고 화폐 공급을 늘렸는데, 금리는 오히려 급등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리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화폐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고, 늘려서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1] 이것을 현재 경제상황과 연계시켜 이야기하면,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폐가치가 급락하게 되면, 다른 말로, 인플레가 나타나게 되면, 금리는 상승하게 됩니다. 현재 상황에서 인플레가 나타나게 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채가 많은 정부, 기업, 가계 모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많은 국가들이 부도 위기에 놓일 수 있으며, 많은 기업과 가계들도 파산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금리가 인상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식으로든 금리가 낮게 유지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플레가 나타나면 안 됩니다. 필요하다면, 인위적으로라도 인플레를 막아야 합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장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 이면을 보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2] 현재까지는 미국이 인플레를 잘 막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은 바로 연방준비은행입니다.

美인플레, 아직 Fed가 우려할 단계 아냐 (연합인포맥스, 2014. 7. 24)

[13] 일반적으로 국제 물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 금, 석유, 곡물입니다. 금 시장은 이전 글(<경제위기의 본질 (11) “양적 완화 이후 금 가격을 올랐을까”> 참조)에서 현재의 금 가격이 경제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석유도 사우디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농산물과 식품시장은, 공급 통제도 쉽지 않지만 수요 통제도 쉽지 않습니다. 농산물은 이상기후가 빈번히 나타나면서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여기에 중국이 식품 수요를 늘리면서 수요 조절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인플레 우려는 항상 농산물과 식품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침식사가 비싸진다…식품 인플레 공포 확산<FT> (연합뉴스 2014. 3. 18)

올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 최소 70%…인플레 불안 고조 (이투데이, 2014. 6. 9)

세계 물가 움직이는 중국 파워에 호주산 소고기값도 들썩 (헤럴드경제, 2013. 11. 12)

왕서방 ‘돼지사랑’에 세계가 출렁 (서울신문, 2014. 4. 26)

[14] 앞으로도 계속 저물가가 유지되면서 화폐가치 하락하지 않는다면, 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에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플레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현재와 같은 제로 금리 혹은 저금리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게 됩니다. 인플레가 나타나면서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시작하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탱해왔던 마지막 힘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된다면, 정부와 기업과 가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우리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본격적인 비극의 시작이라고나 할까요. 미국이,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와의 싸움을 장기간 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16. 미국 제조업,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요즘 언론에 외국으로 나갔던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날 기미가 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옵니다. 또한, 연준(Fed)도 양적완화 축소 혹은 금리 인상 등의 시행 기준으로 고용지표를 자주 언급합니다. 과연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면, 세계경제는 다시 좋아질까요. 그 이전에 미국의 제조업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미국의 고용 지표는 좋아질 수 있는 걸까요.

제조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고용 효과 때문입니다. 미 연방준비은행도 출구전략 시행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실업률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6.5% 수준까지 내려오면 적극적으로 출구전략 시행을 고려하겠다는 것이 연방준비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만큼 고용과 실업은 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고용이 늘고, 그에 따라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시장수요 증가로 이어져, 기업들의 생산이 늘어나야 합니다. 산업은 크게 1차 산업(농업, 수산업 등)과 2차 산업(제조업) 및 3차 산업(서비스)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대규모 노동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고용하는 데는 제조업만한 산업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제조업의 회귀를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제조업의 대규모 회귀가 가능할까요?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회귀한다면, 미국의 제조업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미국 제조업의 부활 여부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문제가, 미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팔 곳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다른 나라의 화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됩니다. (이것을 트리핀의 딜레마를 설명하면서 자세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경제위기의 본질 (6) “또 다른 딜레마의 출현”> 참조>.) 인건비와 물류비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생산된 상품은 국제시장에서 강(强)달러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캄보디아산 셔츠와 미국산 셔츠가 시장에서 팔린다고 할 때, 물론 미국산이 품질이 더 우수할 수는 있어도 가격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미국산 셔츠가 경쟁력이 있을까요. 일부 팔릴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대규모 노동력을 고용해 대규모 의류공장을 운영할 만큼 대량의 셔츠’를 만들어 외국에 팔기는 어려울 겁니다. 더 저렴한 상품을 수입하여 소비할 수 있는데, 굳이 미국의 비싼 상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제조업이 일시적으로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생산한 물건을 팔 곳이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기 때문에, 예전처럼 대규모로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달러의 환경에서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1)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아니면 (2) 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고부가치산업은 소수에게만 돈 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의 불균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제외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벌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고, 빈민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제조업이 미국의 제조업이 일시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기술을 노동력이 저렴한 개도국에 적용하게 되면 더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미국에 공장을 둘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생산하는 아주 효율성 높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할 때, 동일한 기술을 미국 공장보다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 공장에 적용하면 애플은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굳이 비싼 인건비를 사용하면서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제조업 상품의 경우, 제조업자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노동력이 저렴한 개도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따라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이 단기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분야는 고부가가치산업(국방, 우주, 항공, 영화, 스마트폰 OS 등)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은 기축통화국이 치러야 할 비용입니다. 이러한 결론은 이미 <경제위기의 본질 (6) “또 다른 딜레마의 출현”>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해외 직접구매가 유행하고 있지만, 그렇게 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들(제조업 상품) 가운데 순수한 미국산은 많지 않습니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미국이라는 소비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간 것이고, 이런 상품을 직접 구매로 들여오고 있는 것입니다. TV든, 의류든, 미국에서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생산된 상품은 개도국에서 생산된 상품만큼 저렴해질 수가 없습니다. 고부가가치상품이 아닌 일반 상품의 경우, 미국산 제품, 특히 제조업 상품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미국산 상품의 생산을 늘리고자 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정부가 구매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같은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먼저 미국 기업이 생산한 비싼 상품을 미국 정부가 매입해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 또한 구매력이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을 소비할 여력은 없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미 부채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추가로 지출을 늘릴 형편이 안 됩니다. 남아있는 한 가지 방법은, 미국 정부가 연방준비은행로부터 대규모 달러를 빌려와 미국산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양적완화에 해당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달러 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또 따른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비싼 미국산 상품을 팔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혹은 평상시의 상황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평상시가 아닌 특별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미국산 물건이 비싸더라도 팔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이 부를 축적했던 계기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치르면서였습니다. 전쟁 중인 국가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전쟁 물자 확보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부가 외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전쟁 상황이 아니었다면,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부를 미국에 고스란히 가져다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전쟁물자와 생필품 등을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고, 그 대가로 금과 같은 자산을 미국에 지불해야 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그 기회를 잘 이용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얻는 과정을 보면, 평상시 제조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기보다 전시라는 비상상황을 통해서 부를 더 많이 축적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시였다면, 아마도 미국이 그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전시와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그 비싼 미국산 상품을 수출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축통화국이 비싼 상품을 파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런 상황이 아닌 한, 비싼 상품을 대량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쟁터가 미국 땅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필요합니다.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방법을 통해 미국산 상품이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상수지가 흑자가 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는 앞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트리핀의 딜레마 문제가 나타나게 됩니다. 미국의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그만큼 세계의 달러는 미국으로 흡수되면서 달러의 공급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 경우, 국제 결제에 달러를 사용하고 싶어도 달러가 없어서 결제통화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각국은 돈 가뭄에 시달리게 되면서 세계경제 자체가 엄청나게 위축되게 됩니다. 결국 미국 경제도 다시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축통화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이 되어서는 안되고, 적자국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써의 미국의 역할은, 달러의 구매력을 유지하면서 수입을 확대해, 다른 나라들의 경제 성장을 돕는 것이지, 스스로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기축통화국의 임무는, 다른 나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여 ‘소비’를 함으로써 기축통화를 전세계에 보급하는 것이지, 상품을 만들어 ‘수출’을 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즉, 기축통화국의 역할은 ‘소비’이지 ‘생산’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제조업이 되돌아와 과거와 같은 제조업 왕국의 모습을 다시 갖추는 것을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제조업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했던 부분입니다.

이렇게 미국의 제조업의 회귀 가능성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태도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연방준비은행이 출구전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실업률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글을 꼼꼼이 읽으신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미국의 지금 위기는 제조업 때문이 아닙니다. 제 글 어디에도, 미국의 경제 위기가 제조업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제조업이 회귀하느냐 마느냐 하고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돌려 이야기하면, 연방준비은행이 출구전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실업률이, 사실은 실제 출구전략의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현재 경제위기는 그동안 달러가 만들어왔던 부가 고갈되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기준 또한 부의 재충전 혹은 부의 재창출 혹은 달러 가치 회복 등이 되어야 합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달러 가치의 회복 여부, 즉 달러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었는지의 여부가, 출구전략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방준비은행은 현재 위기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실업률을 출구전략의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연방준비은행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업률이 출구전략의 핵심 지표인 것처럼 행동하는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의도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고, 중립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써는 그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달러 가치 회복을 기준으로 삼든, 직접 관련이 없는 실업률을 기준으로 삼든, 연방준비은행(Fed)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Fed가 벌어준 그 시간을 잘 활용하여 다가올 세상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면 된다는 점입니다. Fed는 2008년부터 6년여 가까운 시간을 우리에게 벌어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Fed는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할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개월도 안 남았을 수도 있고, 몇 년이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졌던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준비했는가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의 생존 여부가 결정나게 될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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